디테일에 약한 나는
속속들이 속을 끄집어내지 못해
조각조각 비어져 나오는 말을 그저 삼켰어.
어쩌면 길을 몰라 말도 생각도 되는대로 삼켜버렸는지 모르겠네.
오늘 아침 출근길엔
인간이 아무 기대 없이 사는 것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살아가도 정말 괜찮은 걸까
골똘히 생각해 봤어.
퇴근길엔
어떤 물리학자의 말을 들으며 잠시 위안 삼았지.
인간에게 벌어지는 모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일뿐
특별한 불행은 아니라고 했지.
어둑해질 무렵,
소아응급실로 향하는 119를 따라가는데
자꾸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오려 했어.
그 말이 나의 엄마와 남편의 속을 아주 깊숙이 후벼 팔 거라는 걸 아니까
삼키고 삼켰지.
밤, 소아응급실 앞.
삼킨 말이 계속 눈으로 비어져 나와
잠시 걷는데 엉망진창인 마음에됴
꽃이 참 환하고 탐스럽네.
끝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을 땐
끝이 있으리란 기대와 체념 중
뭐가 마음을 덜 괴롭힐까.
아무 기대 없는 삶도
나름 괜찮은 걸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