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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큐레이터 Sep 11. 2024

Tempus fugit, amor manet.

2024년 9월은 내게 필기시험과 면접의 기간이다.

 지금보다 좋은 조건들이 여럿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다양한 곳에 정성스레 원서를 제출한 것 같다.

 자기소개서는 보통 3,4가지의 유형 정도로 몇 차례 쓰고 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구조가 잡힌다.

 직무수행계획서는 공고 내용과 안내된 직무수행서를 중심적으로 분량 조절과 강조할 내용을 조립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면접을 봤던 곳 바로 옆 건물에, 전 직장에서 모셨던 분이 높은 직급으로 계셨다.

전 직장은 텃새가 유독 심한 곳이었는데, 그분과 나는 텃새의 횡포에 지치고 힘들었다.미리 연락 안 하고 찾아갔지만, 예상보다 더 반겨주셨다.

 옮긴 직장에서도 일보다 사람이 힘들고, 때론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함께 한 전 직장에서의 모습보다는 밝은 모습이셨다.

 인스타그램으로 오는 DM을 잘 받지 않은데, 무슨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성별도 외모도 확인하지 않고, 한국에 여행을 온다기에 열심히 어느 호주인의 한국 첫 방문을 이것저것 안내해 주었다. 물론, 역시 어느 순간 외환거래 같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더 이상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그렇게 연락을 끝냈는데, 정말 오랜만에 재밌게 영어 공부를 했다.

(정확히는 유물이나 아카이브 자료를 연구할 때보다 더 번역기를 돌리는 것에 엄청 능숙해졌다.)

 일상 사진 인지 혹은 도용한 사진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보내준 사진 중 호주의 등나무 사진이 있었는데, 이곳보다 1시간 더 빠른 시드니에 겨울에서 봄이 되는 지금 등나무가 저렇게 피었는지는 의문이다.

6월 마지막 주 시작한 식단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대파 크림이 들어간 프레즐과 감튀와 탄산이 없이 먹은 버거가 이 기간 동안 먹은 손에 꼽은 군것질(한 끼를 저것으로 대체하였지만)이었다.

체지방이 제법 감소하였지만, 목표까지는 또 많은 포기가 필요할 것 같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멋지게 러닝 기록을 남기는데, 그건 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변명하고 싶진 않았는데, 하루 2~4시간가량의 출퇴근 운전 길은 확실하게 내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이다.

 다이어트를 하게 된 이유는 좋은 몸매, 근육이나 옷 입기 좋은 호리호리한 몸이 아니라 내가 평생 경계해야 할 이유 때문이었다.

 혈당 문제에 대한 가족력.

반주와 고기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께선 파킨슨병이 있으셨고, 28세 그 당시 흔치 않던 젊은 당뇨가 생긴 아버님은 지금껏 망막과 백내장 등 다양한 당뇨와 연계된 폭탄을 터뜨리셨다. 내가 5살 무렵 학창 시절부터 피시던 담배를 독하게 끊으신 아버님은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챙기던 때가 있었고, 수영과 등산, 헬스 등을 옮겨 다니면서 건강을 챙기려 부단히 애를 썼다. 심지어 그것이 과해 때론 효소나 돼지감자, 여주 등 정말 다양한 보조 음식에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한번 문제가 생긴 혈당 문제는 아버지 스스로를 평생 힘들게 하였고 가족과 멀어지게 하였다.

 

 가족 모두가 삶과 직장의 문제로 흩어져 살아가고 있고, 아버님은 이제 무언가의 집착이나 맹신 없이 시골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 중이시다.

더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이 살아가고 있기에 이젠 단지 서로의 건강과 일상의 안정을 기원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내 혈당은 정상수치이고, 어릴 때 운동한 근육들이 신체 곳곳에 남겨져 있어 처음으로 독한 마음을 먹고 시작한 식단 개선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습관으로 정착되고 있다. 체중계가 한번 오류가 나 설렘과 좌절을 경험했지만, 정확히 70일째 되던 날 -8kg을 넘어갔다.

애석하게도(?) 학부 때 철학을 전공했기에, 종종 사주팔자를 볼 줄 아냐는 아주 어이없는 질문들을 받곤 하였다. 한 번도 내가 직접 사주 팔자를 남에게 봐달라 한 적은 없으나, 혼자 찾아보니 나는 갑술 일주였다. 산 위의 나무. 그리고 아마 10년 만에 대운이 바뀌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이직-이사-운동-30대의 새로운 것들..

많은 것들이 바뀔 준비가 되어가는 것에, 이미 바뀌고 있는 것에 기대감이 많다.일상생활의 터전과 직장, 진로, 인간관계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 시기다.

 30대에는 테니스와 첼로를 한 번쯤 배워보고 싶다. 연애 말고, 서로가 발전적이고 성숙해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지인, 친구, 인연 그 관계의 형태는 추후의 문제이다. 어떻게든 식단에 이어 운동까지 이어가 보겠다. 그리고 이젠 정말 외국어를 공부해 봐야 할 시기다.

 아직 결정된 것도 없고, 하루하루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 준비할 것들에 정신없는 시간이지만! 마음이 무겁지 않다.

 여름은 그리고 지금도 꽤나 기다리던 약속이 이뤄지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상황들도 생기며, 좋은 이별이란 없다고 하더라도 현명하게 보내줘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때론 스쳐가는 인연도 소중히 대하는 상황 속에 나 역시 애타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흔들림 없이 자신을 돌아볼 수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고 있는 지금이 제법 괜찮다.

  

돌아볼 것이 많다는 것.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다는 것이기에. 어떤 것들을 담아야 할지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가고 끌어당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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