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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ug 13. 2023

칼부림은 왜 일어나는 걸까?

관계에서의 결핍, 은둔형 외톨이에 관하여

 요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 단연 칼부림이다. 하루가 다르게 칼부림과 관련된 얘기들로 뉴스 1면을 채우고 있다. 넘치는 살인예고 글에 현재까지 119명이 검거되고, 11명이 구속되었다. 2030사이에서 '칼부림 챌린지'라고 풍자될 정도로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살인예고 글 작성자가 14살 초등학생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자녀 교육문제에도 물론 악영향을 미친다.

 세상이 미쳐돌아간다는 것을 가장 신랄하게 보여주는 현 시점의 증거다. 문제는 하나의 사건으로 종결된 과거의 일반 범죄와 다르게 인터넷을 통해 몇십명이 넘는 사람들이 칼부림 예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전쟁에서 한 국가를 침범하기 전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흡사하다. 

 미국에 있을 때 자동차에 가방을 놓고 내렸다가 차 유리창이 깨진 적이 있다. 멕시코에서 택시강도를 당해 목에 칼을 대고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 이 와중에도 내가 항상 가져왔던 변하지 않는 생각 하나는 내 조국 대한민국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거였다. 그 강했던 신념이 현재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  밤 늦게 길을 걸어갈 땐 꼭 뒤를 한번쯤은 돌아보게 되고, 신변안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성을 느낀다. 이번 계기로 당연시 여겼던 일상의 안주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신림동, 서현역 사건과 같이 이젠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마치 밈처럼 번지고 있는 이 폭력적이고 잔혹한 사건에 관해 공권력의 강력한 지배와 처벌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여긴다. 법이 진짜 무서운 줄 알아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칼부림은 대체 왜 갑자기 우리의 삶에 나타나게 되었나?

  이런 범죄를 일으키는 가장 원초적인 집단은 은둔형외톨이 즉, 사회와 단절된 이들이다. 피의자들은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젊은 사람이다.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에, 건강한 심신을 가져야 할 나이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한창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었던 은둔 청소년의 모습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은둔형외톨이를 용인하지 않는 현 사회적 분위기가 이들을 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았거나, 혹은 취업이나 입시에 있어 본인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실패경험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밖에 안나가며 집 안에서도 방에만 갇혀 본인만의 왜곡된 자아를 형성해간다.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 관계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피해의식에 젖어있다.

 주로 이들은 첫째로, 정서적 결핍을 가지고 있다. 부모나 친구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을 가능성이 크며 받아보지 못했기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모른다. 이는 공감능력과도 연결되는데 정서적으로 미성숙하고 이기적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른다. 대화에서나 어떤 면에서든 타인의 정서에 공감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기에 부모나 가족, 친구 등 관계에서 버팀목을 잃는 순간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해한다. 의존적인 성격에도 주변에 사람이 없어 늘 인생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안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러한 정서적인 결핍이 충동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둘째, 이들은 열등감에 따른 패배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기에 늘 본인은 타인들보다 부족한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이번에 칼부림 피의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불행한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보였다. 그들도 똑같이 나처럼 불행하게 하고 싶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전형적인 패배의식에 젖은 사고다. 패배의식을 가지기 않기 위해서는 내게 주어지는 결과를 떠나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자존감이 높아야만이 건강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이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선순환이기도 하다. 

 특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비교를 잘 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은 자라 할지라도 타인과의 비교는 열등감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충동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왜곡된 분노를 표출한다. 나만 늘 불쌍하고, 나의 인생만 하찮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곧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남을 헤치는 왜곡된 분노를 가져온다. 일반적인 사람에게도 이런 과잉분노는 일어날 수 있지만, 대개 그들은 절제가 가능하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차이점이라고 하면 절제할 수 있는 인내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를 일으키는 피의자들은 인내심이 없어 충동적인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

 

 이번 범죄를 일으킨 피의자들에게는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은 필수적이다. 더불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은 대개 과거에 큰 상처를 받았거나, 현재진행인 경우가 많다. 범죄 자체만을 볼때 말할 수 없을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한 언행이지만, 원인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상상하지 못할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 이를 단순히 일반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늘 경쟁이 공존하는 자본주의에서는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무조건 생긴다. 제로섬 게임이다. 사람마다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는 정도가 다른데 이들은 경쟁에서 졌을 때 일반인보다 더 큰 패배감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질 못한다. 이들이 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으로 사회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치가 아닌 우리들의 깊은 관심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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