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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08. 2023

결혼을 해야 관계가 100% 정리된다

결혼과 인간관계에 관한 소고

결혼 준비 중 힘들 때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바로 청첩장모임과 인간관계다. 청첩장모임은 외향적인 성격임에도 늘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물론 있겠지만 목적 있는 만남 자체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밥을 사며 ‘제 결혼식에 꼭 와주세요’라고 하는 형식적인 자리는 회사 접대나 영업직처럼 집으로 돌아갈 때 현타가 온다. 출근은 맨날 해야 하는데 잦은 술자리로 정신적&체력적인 소모도 엄청나다.


 인간관계는 적지 않은 이가 나를 떠났다. 그들은 일치감치 나를 떠나 있었는데, 그걸 내가 이제야 눈치챈 것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앞서 말한 외향적 성격 덕에 사람을 많이 알고 지낸 것도 한 몫하거니와, 단 한 번도 배신이나 손절을 당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관계가 틀어진 적이 없었기에 나 스스로에게도 더 큰 충격이었다. 결혼하면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 몸소 체감하고 있다.

  두 손은 서로 부딪혀야만 박수를 칠 수 있듯, 관계는 내가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 또한 나에 대한 기대와 호의가 어느 정도 충족될 때에만 원만히 이루어진다.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관계는 균열이 가기에 애초에 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방법은 ‘상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생일선물을 줄 때에도 내 생일에 이 사람이 선물을 준다고 가정하지 않고 내 마음에 우러나 선물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상대에게 바라지 않는 것. 30대부터의 관계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결혼식에는 누굴 부를까?’로 가볍게 시작한 내 고민들은 하염없는 관계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 찬다. 이미 이 경험을 겪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혼 예정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내 실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물리적인 거리가 멀 경우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과거에 친했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결혼을 한다고 반갑게 소식을 알렸으나 읽고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몇 명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읽씹’이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생각이 온전히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혹은 내가 이 친구한테 내가 모르는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지. 나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오랜만에 연락한 건 맞지만 ‘과거에 어느 정도 친했고 결혼식에 와주면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한 사람인데 말이다. ‘왜 나에게 이것을 보냈나, 돈 달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또 정말 반갑게 맞아줄 줄 알았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시큰둥하고 다소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친구도 있었다.

  반면에, ‘나는 이 친구한테까진 주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 친구가 있다. 연락한 지 너무 오래됐거니와 결혼을 한다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그 친구에게 부담을 주고 실례를 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결혼사진으로 바꾸자마자 ‘왜 결혼하는데 나 청첩장 안 주냐’ 며 메시지가 왔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어찌나 고마운지.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사람이다.

이래서 관계가 참 어려운 것이다. 나는 1을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2를 생각한다. 정답이 없는 상대적인 것이 어쩌면 우리를 가장 혼란하게 만든다.


 각자 치열한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접어들면 20대에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소수가 아니라면 대부분 우리 주변은 노력의 여하에 따라 인생이 판가름 난다. 그 본질은 어릴 때 같은 반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밥을 먹던 그때의 그 친구가 아니라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각자도생 하며 살아감을 뜻한다. 경제적 상황, 결혼유무, 직장유무, 집안환경 등 많은 외적변수에 따라 관계가 일방적으로 끊기는 것은 부지기수다. 나라도 내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힘든 상황에 있다면 친구보다는 내 앞가림이 우선일 것이고, 이것이 가장 신랄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바로 지금 ‘결혼할 때’가 아닐까 한다.


 결혼을 앞두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결혼식의 본질을 생각하자. 진정으로 나를 축하해 줄 수 있는 이만 부르는 것이 나에게도 더 값지고 행복할 것이라는 것. 친하지 않은 사람을 부르는 것 자체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허례허식에 불과하다. 채움보다는 이런 자연스러운 비움이 미래의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들 거라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실속 없는 관계는 짐이 될 뿐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설령 결혼식에 사정이 생겨 못 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이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실망하거나 서운해하지 말자. 서운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티는 내지 말자. 각자 본인이 인생이 가장 중요하며 못 오는 상황의 경중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정말 바쁜 인생을 살아간다. ‘직장’이라는 일원화되어 있던 생계수단은 현재 무궁무진해졌고, 사람에게 부여되는 기회는 어떻게 인생을 알차게 꾸려가냐에 따라 달라지기에 더 바쁘다. 특히 서울은 더 그렇다. 각자의 업도 있고, 지인들과의 약속, 가족행사, 본인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에 시간을 쏟기에 타인의 결혼식에 못 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 그 정도 아량조차 없다는 것은 관계에 상처밖에 남지 않을 것이며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녁을 사주며 청첩장모임을 열심히 하고 있을 이 세상 모든 예비신혼부부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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