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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18. 2023

친구만 130명이 결혼식에 왔다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소고 2

제목 그대로 내 친구만 130명이 결혼식에 왔다. 축의금은 구 여자 친구 지금은 아내의 정확히 3배가 넘는 금액이 들어왔다. 나만 3천만 원이 넘는다. 금액을 떠나 관계에 더없는 현타를 느끼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는 요즘 적당한 위안과 인생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고 관계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단연 관계의 미니멀이다. 비우면 비울수록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이젠 정말 내가 진정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시간을 쏟으려 한다. 모두에게 잘 보이려 애썼던 지난 과거에서 반대의 삶을 한번 살고자 한다. 관계를 비우는 것은 오히려 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결혼을 했다는 것은 이제 밖에서 폭넓은 관계유지에만 힘썼던 노력을 내 아내에게만 오직 집중함을 뜻한다. 사실 결혼을 하게 되면 가장 친한 친구도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다. 결국 어떠면 사생활이든 비즈니스든 간에 모든 면에서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는 내 아내일 것이고 그것에 집중하는 삶이 내 가정을 올바르게 지키는 길이겠지.


 결혼준비를 하며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앞선 글에 이어 결혼을 하고 나니 관계에 대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축의금을 5만 원, 10만 원 더 하는 것보다 얼마를 내든 귀한 주말에 시간을 내어 결혼식에 직접 와준 이들이 더 고맙고 내가 평생 가져가야 할 사람들이다. 날짜를 잊지 않고 마음을 전하는 모두가 고맙지만 직접 와준 이는 의리가 있거나 나와의 관계에 있어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 결혼식과 내 아내가 궁금했고 단 1%라도 나에게 진정 어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관계에서의 허들을 한번 더 넘은 것이다.

 많은 친구가 결혼식장 자리를 지켜주었지만 결혼식이 일주일도 안 남았을 때 40명에 가까운 친구, 지인들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 참여가 어렵다고 소식을 알려왔다. 하루에만 3~4명에게 연락을 받았다. 당연 모두의 사정을 이해해야겠지만 서운한 마음은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결혼식 당일에는 컨디션 유지가 필수고 기분을 망치면 안 되기에 못 온다는 연락을 보기 싫어 아예 일부러 폰을 보지 않았다. (나중에 열어보니 역시나 와 있었고, 폰을 안 본 게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깟 한 시간 시간 내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나 ‘ 식의 사고는 정말 위험하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내 결혼식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보통날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다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아니면 실제로 급한 일정이 갑자기 생겨 못 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사정이 생겨 못 오는 경우라면 너그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각자 하는 일도 다르고, 각자 처한 환경, 일의 경중을 매기는 것이 제각각이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어른이다.

 130명의 친구가 결혼식에 올 수 있었던 어쩌면 가장 큰 원동력은 밝은 성격도 한 몫했겠지만 ‘그럴 수 있지’와 같은 무던한 성격이다. 내가 예민해져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 타인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늘 매사에 초연해지고자 한다. 관계 앞에서 이 마음은 더 빛을 발한다. 내가 오로지 할 일은 내게 적지 않은 관심과 마음을 준 사람들, 내 결혼식에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에게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뿐이다.


 내 결혼식을 축하해 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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