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Sep 19. 2023

신랑입장부터 춤을 춘다고?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소고 3

현재 대한민국 출산율은 0.7명이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0.5명이다. 그냥 자녀를 아예 안 낳는다는 걸 숫자로 돌려 얘기하는 거다. 2070년이 되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종말 될 국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구는 30대 남녀 60% 이상이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 연애는 하고 싶어 하나, 결혼할 용기가 없다. 자녀를 낳기도 싫고, 자녀와 엮이기도 싫고, 시댁과도 괜히 엮여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한다. 돈이 부족해서 결혼을 못한다는 경제적인 이유 다음으로, 제일 큰 것이 결혼하고 난 뒤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함이다. 스트레스 더 받을빠에 그냥 혼자 산다는 것이다. 내 부모와도 얘기를 안 하는데 어찌 남의 부모까지 안으며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주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생긴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2030은 자기보다 높은 직위의 사람에게 더 이상 잘 보이기 위한 아부를 떨지도 않는다.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나랑 뜻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할 뿐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용력을 기르기 전에 관계 자체를 만드려 하지 않는데 결혼이 웬 말인가. 이런 이유로 결혼식에 올 사람이 별로 없어 하객알바를 신청하거나 남에게 낯부끄러워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운이 좋게도 결혼을 만약 결심했다면 자, 다시 생각해 보자. 이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깨가 정말 무거워진다. 신혼여행의 달콤함은 어쩌면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넌 용기에 주는 잠깐의 선물일지 모른다. 나 혼자는 혼자만 먹고살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챙겨야 할 사람들이 하나 둘, 특히 애가 생기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집에 가면 나만 기다리는 내 새끼가 있기에 직장을 그만둘 수 없고 어디다 스트레스를 풀 데도 없이 술담배에 찌들어 집으로 매일 퇴근을 반복하겠지.

  그럼에도 우리가 결혼을 한 번씩 꿈꾸는 이유는 이 모든 걸 감수하고서도 사랑하는 이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서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가장 최상위에 있는 감정이 사랑이다. 내 자녀, 부모, 아내를 사랑하면 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다.


 사실 결혼과 동시에 인간관계가 멀끔히 정리되어 제2 인생을 요이땅! 하고 시작할 줄 예상했지만 100%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관계는 늘 가변성을 띄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연락하지 않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끊었던 이들도 마음이 바뀌어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부동반모임을 나가다 보면 결혼한 사람들끼리만 만나고 솔로들에게 소원해질 수도 있겠지.

 이렇게 결혼은 내가 처한 환경, 관계, 사고관념, 목표 모든 것을 바꾼다. 마음이 무겁고 선뜻하기 겁이 난다. 엄숙하고 경건하게 ‘이제 너는 진짜 어른이야’라고 되뇌는 것만 같은 부담과 장소가 주는 심리적 압박을 동시에 겪는 결혼식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재밌게 춤을 추면서 즐겁게 입장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같이 사는 것이니, 이와 비교할 축복이 어디 있을까. 이 사람과 함께 모든

기쁨과 고난을 함께 이겨나가겠다고 다짐하며 평생 한 번뿐인 날, 더할 나위 없이 즐기는 것이다.

 결혼하면 어깨가 무겁든 말든 춤을 추며 느낀 건 내 몸은 충분히 가벼웠다. 실제 며칠 전 신랑입장 때 춤춘 영상을 첨부한다.


 날 포함한 모두가 이처럼 행복하고 웃음 가득한 결혼생활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이전 10화 친구만 130명이 결혼식에 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