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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an 23. 2023

32세 남자 키 174 지방대 출신입니다

끝없는 비교 속 자유로운 삶을 위하여

나는 32살 남자다. 어른들은 아직 한창나이라고 하지만 내 20대가 벌써 이렇게 흘렀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불가능한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결정에 책임이 뒤다.

 예전처럼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에 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할 수 없다.

 가진 것이 없었기에 잃을 것이 없었던 20대. 미국에서 몸살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던 그때를 떠올린다. 타이레놀을 사러 약국의 위치를 물어보았던 델리집 아르바이트생이 렌트집을 구해주었고 지금도 연락하는 사랑스러운 집주인을 만났다. 돈이 없어서 더 값진 경험과 사람을 얻었다.  

  현재는 안정적인 직장도 있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주변의 기대, 갖추어진 게 그때보다 많다.  소유한 것들로 인해 무언가 쉽게 포기하거나 급격한 변화를 지양게 된다. 우리는 이 소유들을 책임감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늘 안정감을 좇는다. 예측가능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마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같다. 급격한 삶의 변화로 누군가 떠나가는 변덕스러운 사람이 아 믿음과 신뢰가 있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비친다는 것. 예측 가능한 삶의 시작점에 나는 현재 서 있다.



키는 174.8이다. 두 달 전 건강검진에서 나온 정확한 키다. 허리가 굽은 꼽추에 거북목이라 스스로도 더 작을 줄 알았는데 족스럽다.

 이 글을 쓰며 대한민국 남녀 평균 키에 번 찾아봤다.

평균보다는 높다. 다행이다. 

마른 몸을 가지지도 않았고 보통 남자들의 취미인 헬스도 오랫동안 꾸준히 해본 적이 없다. 근육을 키울 생각이 크게 없는 것도 한 몫한다.


학교는 또 어떤가? 지방 내가 사는 도시의 대학교생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지잡대다. 나는 내 학교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있고 많이 배웠다고 각하며 늘 만족하며 다녔다. 여기 있으며 미국도 멕시코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17만원 짜리 자전거를 당근마켓에 사서 자전거로 정확히 8분 만에 우리 마을까지 통학할 수 있는 것도 너무 큰 메리트였다. 서울의 말 그대로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통학한다는 것은 늘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쁨었다.

이렇게 그냥 대한민국 평범남, 잘난 것 하나 없는 그냥 보통남자. 그래도 하나 장점이라고 한다면 내 나름대로의 인생의 주관이 뚜렷하고 가치관 있다는 것.


 한창 SNS에 미쳤던 적이 있다. 옷과 꾸미기를 좋아해 늘 새로운 옷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좋아요와 댓글 수만큼 그날의 기분도 달라졌다. 좋아요 수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여겼다. 앞서가는 느낌이었다. 거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됐다. 진짜 행복에 가려진 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행복에 집착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늘 sns와 인터넷상의 사람들에 집중했다. 정작 그들은 나에게 좋아요 클릭 한번 해준 게 다인 얄팍한 관계인데도 말이다. 나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어디 사는지도,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크게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왜 남과 비교하며 살까? 왜 다른 사람과 삶의 모든 것을 비교하며 살아가는 걸까? SNS는 왜 나를 과시하는 플랫폼으로 변질된 걸까?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정당화하기 위함이다. 내가 지금 달려온 이 길이 맞고, 스스로 내가 선택한 이 삶이 맞다고 위로받기 위함이다. 이 생각 자체는 옳다.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사람은 늘 어떤 결심을 하거나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이 스스로 맞다고 확신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결과가 좋다. 믿을 건 아무것도 없다. 나 자신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꼭 해야 할 것이 있다고 결심이 들 때에는  해야 한다. 그것이 나중에 본인이 돌이켜봐도 그것이 맞고, 결과가 설령 안 좋다 할지라도 후회가 없다.

 다만 스스로 확신에 차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비교하는 순간 인생의 불행은 시작된다.



1. 열위의 비교

보통 정당화는 나보다 불행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다.  비교를 하는 동시에 우월감을 느낀다. 객관성의 결여가 되어 타인의 평가나 판단이 의미해진다. 이 열위 비교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삶에 있어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 살면 괜찮겠지, 나는 이 정도 재산이 있고 이쁜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가령 이러한 생각은 더 이상 더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 만든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생에 영원한 건 없듯, 내가 노력해서 얻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극도의 불안과 패배감으로 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무시했던 열위의 존재들보다 못하다고 생각되어 좌절감에 빠진다.

 그때는 깨닫게 된다. 내가 열위라고 생각했던 존재들은 알고 보니 나보다 대단한 점이 많았고 정작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을. 나 혼자만의 망상이었다는 것을.

 나는 키가 174밖에 되지 않고 서울의 수많은 똑똑한 사람에게도 뒤쳐지는 한낱 지방대 출신이지만 한 번도 내가 부족하다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우위에 있다고 생각은 더더욱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마음을 애초에 먹은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나보다 열위에 있는 사람을 여태껏 보지 못 것도 있겠다.




2. 우위의 비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라는 옛 속담이 있다. 실제로 다리가 찢어질 만큼 아프다.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아무리 잘한다 한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몇 명쯤 될까? 73,838,322명쯤 되겠다. 정말 수도 없이 많다는 얘기다.

 내가 스페인어를 좀 한다? 글쓰기? 다 마찬가지다. 그 분야 1등이 된다 한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늘 존재한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늘 고개를 숙이고 배워야 한다.

 돈이 좀 많다고 해서 나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명품백, 골프장, 유행하는 스포츠카를 따라 산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의 부를 가 수 있을까?

 우리가 멋진 호텔에 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기억에 남기는 이유가 뭘까? 말 그로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다르 해석하면 그것이 일상이 아니라는 이다. 일상이 아니니까 그 순간을 기억하고자 사진을 찍어댄다.

 하지만 부를 가진 저 들에게는 저 삶들은 일상이다. 멋진 사람들과  멋진 레스토랑에서 좋 시간을 매일이 보내느라 사진을 찍 각도 안 한다.

 사람은 비교의 시작부터 늘 불행해진다. 가지지 못한 것 대한 비교, 이루지 못한 것의 비교, 재산의 비교,,, 정확히 그 차이만큼 내 삶은 더 불행해진다. 내가 현재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과 오직 나로서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3. 비교의 맹점

사람들이 자주 하는 비교의 맹점은 엇일? 나보다 훨씬 우월한 대기업 총수, 유명 연예인, 대학교수, 사회적 위치와 명예, 부를 가진 사람들과의 비교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객관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들과의 비교의 대상에서 자신을 제외시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와 그 사람들은 다른 인격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월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대상은 다름 아닌 내 주위사람들이다. 나와 배경이 엇비슷한 친구들, 주변 동료들, 이웃들, 친구의 친구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무리들과의 비교를 통해 감정을 느낀다.

 그들과의 비교를 통해 내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더 발전하고 자극받는 매개체가 된다면 내면적인 비교는 정당화될 수 있겠다.

 하지만 대체로 비교는 자신의 우월감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박탈감을 제거하기 위한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비교가 지속될수록 내 삶의 불행만 지속될 뿐이다.

 오로지 내 인생을 더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당당한 것이 내 삶을 1%라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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