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단상] 조건 없는 ‘쉼’을 느끼고 싶다면
신혼부부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허니문 여행지는 다름 아닌 하와이다. 1위~3위에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있으며 앞으로 10년 내 이 자리를 내어주질 않을 듯하다. 대한민국 승무원이 가장 1위로 뽑는 지역마저 하와이다. 하와이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 글로 남기고자 한다.
한국인의 삶은 늘 획일화되어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이 태평양 한 가운데서도 한국인을 찾아보라고 하면 한 치의 고민 없이 찾을 수 있다. 겉모습뿐 아니라 사고관념 자체가 모두 동일하고 그것을 벗어날시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휴양지도 똑같다. 남들이 가야 하는 곳은 꼭 가야 하고, 남들이 인증샷을 남긴 곳에서는 꼭 인증을 남겨야 한다. 진짜 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거 해봤어’라는 하나의 경험 획득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 없고 의미 없는 좋아요 개수에 헐떡거리며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위해 몇천 장을 찍겠지. 서로가 고생이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여기서 사진 찍은 거라곤 석양과 글을 쓰고 있는 어느 중년남성이 다다. 그냥 모두가 걱정 없이 온전히 ‘쉼’을 느끼러 온 것이다. 쉼이란 삶의 질을 높이는 재충전의 의미를 넘어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계획함으로써 더 나아가게 만든다. 가만히 석양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단어를 적고 말 그대로 사색을 하는 것이다. 이 소중한 쉼을 겪고 나면 내앞길이 다시 보인다. 나와 쿠바를 여행했던 친구는 쿠바에서의 쉼을 통해 경찰공무원 준비를 시작했고(그것도 아주 갑자기) 아는 형은 멕시코에 쉬러 왔다 이민을 해버렸다. 쉼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인사이트와 기회를 준다.
하와이는 말 그대로 ‘휴양지’이기 때문에 특별한 액티비티보다도 걱정 없이 푹 휴식을 즐기다 올 수 있어 정신을 맑고 깨끗하게 만든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 진료와 약을 처방받듯 하와이는 내면적으로 우리에게 진짜 ‘약’ 같은 존재다.
또 다른 이곳의 매력이라고 하면 남을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여기도 단연 미국인지라 미국에서의 2년간 거주할 때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그대로 느끼고 있다. 상대방이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니던 냄새가 나던 머리를 감지 않았던 상관이 없다. 그저 본인의 휴식을 온전히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부딪혀도 excuse, sorry를 일삼는다. 알로하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사과다. 예의 바르고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심에 있다.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하는지 예시를 들자면
몇 분 전에 나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값비싼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 옆에서 신나게 수영을 즐기는 백인남자에게 혹시 선글라스 본 거 있냐고 하자 잠수까지 해서 찾으려고 하는 거다. 감동이고 또 감동이었다. 그래서 300불이 넘는 선글라스를 잃어버려도 크게 기분나쁘지 않다.
또 하와이는 명성답게 참 모든 게 여유롭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만 같다. 그 누구도 삶에 쫓기지 않는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새벽조깅할 때의 사람들뿐이다.
엘리베이터에서도 타고나서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없다. 누르는 사람은 한국사람뿐이다. 지금 하와이이 와이키키해변에는 여행객들도 많을 것이고 살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두 각자의 업이 있고 바쁜 삶 속에서 이런 의미 있는 여유를 함께 즐기는 것은 삶에 큰 행복과 또 다른 활력을 준다. 일에 치여있다 힘든 결혼식을 무사히 끝낸 신혼부부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곳은 미국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50번째의 주이며 미국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게 완벽한 곳이다. 하와이는 현재 여행객을 제외하고 총 1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한국인은 5만 명 정도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하와이 이 아름다운 풍경도 평범한 일상 속 한 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모르는 사람의 일상에 들어가 그들을 관찰하는 것은 참 신기하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고, 머리가 텅 빈 상태로 휴식해보고 싶은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고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상에 지친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바다를 보며 삶을 정리하고, 진정으로 조건 없는 쉼을 즐기고 싶다면 하와이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