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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서울로 와야만 했는가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에 대하여

by 홍그리

평생을 울산광역시에서 자랐다. 현재 서울에 5년 째 살고 있으니 정확히는 25년이다.

울산은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산책로, 미용실, 음식점,백화점 심지어 목욕탕까지 모든게 익숙한 내 삶의 터전이다. 친구나 지인들도 많아 외로움을 느낀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며, 본가에서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과 함께 소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울산은 삶의 템포가 서울보다 3년정도 빠르다. 부동산 가격이 우선 서울에 비해 낮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정감은 곧 자가용 구매, 결혼 및 출산으로 이어진다.


반면 서울에서의 삶을 살펴보자. 서울의 삶은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주거불안정이 가장 큰 이유다. 가장 저렴한 고시생의 메카 신림동 원룸조차 최소 월 50만원이다. 월세가 상향 평준화되어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반지하나 고시원을 전전해야한다. 정부는 주거불안정에 놓인 반지하, 고시원을 2027년까지 다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허나 실시될지도 미지수이며, 더디게 진행 될 것으로 보아 청춘들의 주거불안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동차는 커녕 매월 월세 내는 것도 빠듯하다. 물가는 훨씬 더 비싸 세월이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 평범한 직장인은 모으는 돈의 한계가 있어 결혼은 꿈도 못꾼다.

삶의 희망이 없으니, 주식 코인에 인생을 건다. 파산신청을 했다는 뉴스가 1면에 있는 것이 더는 낯설지 않다.




그런데 나는 왜 내가 아끼는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왔을까?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언급했듯,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100대기업의 93%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 아니, '양질의 일자리'는 모두 서울에 있다.

마치 1960~70년대 미국에서 부자가 되어보겠다는 아메리칸드림과 흡사하다.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우리는 서울로 간다. 서울드림이다.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실제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세종만 해도 지속되는 부동산 하락과 함께 주말은 현재 유령도시로 불리고 있다. 부산은 또 어떤가. 한정된 공공기관의 수에 비해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많아 처우가 현저히 서울에 비해 좋지 않아 청춘들이 정착을 꺼린다.

KakaoTalk_20221207_210007403.jpg 직장에서 찍은 서울 강남의 모습


이처럼 서울집중화가 계속된다면, 어떤 대한민국이 펼쳐질까?

광역시를 비롯한 지방은 인구유출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고 점차 소멸된다. 대한민국 제 2의 수도 부산은 현재 '노인과 바다' 라는 오명을 얻었다.

서울은 더 발전하고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까? 절대 아니다. 한정된 공간 속 천만 인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고, 극심한 도시화 및 인구집중으로 인한 생활환경이 악화된다. 개개인에게도 지독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은 곧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대학은 또 어떤가? 1990년대, 20년전만 해도 부산대학교는 서울대에서 떨어지고 2~3번째로 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였다. 입결이 현 상황을 정확히 대변해준다. 고3 학부모들은 같은 점수라면 자녀를 인서울로 보내기 위해 서울의 입시설명회는 발 디딜틈이 없다.

공무원준비, 시험준비 또한 인터넷강의의 원활한 보급 속에서도, 늘 노량진, 대치동 1타강사의 현장강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공부를 하던, 운동을 하던,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실질적으로 '잘'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서울로 온다. 서울은 사람들에게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논문 공모 입상했을 떄의 기념촬영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활성화방안 논문을 작성한 적이 있다.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는 '메가시티 도약' 과 '관광 문화활성화' 를 제안했다. 울산-부산-창원-포항 경상도를 전체 하나로 묶는 메가시티로 도약해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

산업클러스터는 조선, 자동차 등 동일한 산업군을 한 지역으로 묶어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다.

즉,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청춘들이 지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관광과 문화' 에서도 해오름시티버스,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한 이색적 홍보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대안을 제시했다.





울산에서의 20대는 늘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오해를 샀고, 더 나아가 안주한다고 스스럼없이 확대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나에게 있어서도 서울은 늘 도전, 열정의 상징이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 꿈만 있다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도시. 그저 한없이 우러러보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런 편향되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도 이제는 바뀌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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