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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결혼을 안할까?

누나의 결혼식, 그리고 결혼에 대한 소고

by 홍그리

누나가 결혼했다. 1살 터울이라 자주 치고 박고 싸웠지만, 늘 나에겐 듬직하고 버팀목이 되어준 우리 누나. 서울에 처음 상경했던 18년, 누나와 투룸에서 3년 간 같이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다.

"누나랑 살면 안 불편해? 진짜 나는 아무리 남매라도 못 살거 같은데"

난 오히려 너무 행복했다.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둘 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힘들었던 푸념도 서로 들어주며 내겐 큰 버팀목이었다.


결혼식 행진을 보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누나는 군복을 입은 이등병 21살의 어린 내게 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며 작게 얘기했다.

괜찮아

누나가 없었더라면 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누나가 결혼을 한다니. 늘 나에게 좋은 남자 없냐고 걱정했는데 좋은 매형 만나서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즘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연애 프로그램이 대세다. 2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연애와 결혼이 최대 관심사라는 반증이다. 특히나 요즘은 예전보다 더 연애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결혼은 또 어떤가? 뉴스에서도 나오듯, 청년들은 결혼을 안한다. 아니 못한다. 하면 손해이거니와, 할 돈도 없기 때문이다. 젊은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는 가장 큰 요인들은 어떤게 있을까?


1. 경제적능력 & 자금 부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하고 중요한 이유다. 결혼을 하려면 첫째로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한다. 만약, 흥청망청 돈을 다 썼다면, 모아둔 돈이 없다면 부모님이 뒷바라지해줄 수 있는 재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누나한테 물어보니, 집을 제외하고 결혼 준비만 하는 데에 2~3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런 부담 속에 청년들의 결혼은 갈수록 늦어지고, 끝내 포기하게 된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 기준 중위값 연봉 4,000~50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결혼은 꿈도 못꾸는 판국이다. 자산시장의 폭락, 물가상승, 세계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혼자 살기도 팍팍한 세상이다.

나는 한편으로는 돈이 없어도 결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부족해도 신혼 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알콩달콩 서로 아끼고 모아 더 넓은 집,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결혼의 큰 행복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MZ세대의 시각차는 매우 다르다.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가 중요하고,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상황에서의 결혼생활을 꿈꾼다. 직장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월급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고 가정해도 1년 뒤의 삶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바랬던 준비된 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2. 이성에 대한 시각 차

나는 소개를 정말 많이 해주기로 유명하다. 살면서 어림 잡아도 100명은 될 듯하다. 주변에 이성친구도 많고 밝은 성격도 한 몫한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도왔을 때 행복감이 타인보다 크다. 내 친구들이 잘 되면 나도 좋기 때문에 늘 짝이 없는 친구들이 있으면 소개해주려고 애쓴다. 오죽했으면 결혼해듀오에 취업했으면 정말 성공했을 것 같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다. 하하

중간다리를 해온 오랜 경험에서 느낀 것은 남녀 간 연인에 대한 시각 차가 명확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소개해 줄 여자가 있다고 할 때 가장 첫번째로 묻는 질문은,

이뻐?

이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외모를 바라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여자를 바라볼 때 남자는 외적인 모습을 크게 두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에 맞는 여자를 소개해주기가 참 쉽지 않다.

반면 여자는 가장 먼저 물어보는 첫번째 질문은,

뭐하는 사람이야? (직업의 종류, 유무)

확연하게 남자와 달리, 경제적인 능력을 중요시한다. 외모나, 키, 집안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경험으로 비추어 볼때 대체로 여자는 남자의 직업을 가장 먼저 물어봤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원시시대 때 본능적으로 남자는 사냥을 나가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번식 욕구에 따라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기 위해 여성의 외적인 모습을 보았다. 반면 여자는 가정을 꾸리고 보호본능을 느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남성적이고 힘이 센 남자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3. 자기객관화의 결여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자기 객관화가 결여되어 있다. 남자는 본인의 스펙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눈만 높아 어리고 이쁜 여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어린 여자는 그런 본인을 만나지 않는다. 반면, 나이가 있는 여자는 잘난 남자를 찾지만, 남자들은 나이 많은 여자를 꺼려한다. 언벨런스한 상황이다.

인생은 벨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난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을 만약 한다해도 내 모든 자유가 빼앗길 것이라고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빈 부분을 안정감과 같은 다른 행복이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부동산, 주식, 코인, 연애, 우리가 이 세상에 관심을 두고 사는 모든 것은 사람의 심리에 따라 결과 값이 변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내 지금 환경에 항상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서 어떻게 어필을 하느냐,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행동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4. 책임, 의무, 희생의 강도

결혼을 하면 내 '여자친구'에서 '아내'로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결혼식에 가면 알겠지만 여자친구의 가족, 친척들이 모두 함께 따라온다. 이젠 더이상 주말에 혼자 여행을 가거나, 토요일 아침 온전히 모닝커피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거나, 저녁에 친구들을 불러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실 수 없다. 이젠 가족이기 때문에 기념일, 가족행사, 부부간에도 항상 무엇이든 함께 하고 같이 움직여야한다. 가족행사가 많아지며 당연히 책임의 강도도 달라진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하며 내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의무감도 생긴다.

심지어 신혼부부 둘만 있으면 그나마 낫다. 애기라도 생기는 순간 인생은 '희생'의 아이콘으로 바뀐다. 하루 24시간이 애기가 중심이 되어 삶을 살아간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나이가 들며 점점 포기해야할 것들이 늘어난다. 물론 애기가 주는 행복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일 것이다. 삶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도 딩크족처럼 살고 싶진 않다. 앞서 말했듯 가족이 함께 오는 것이기 때문에 애기가 없으면 관계에 있어 부담만 증가 돼 연애만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가 결혼을 안하는 네 가지 주된 이유를 알아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혼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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