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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Dec 13. 2023

요즘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이유

무지출데이란 말은 어디서 나온 걸까?

 본의 아니게 이틀간 무지출을 하고 있다. 도시락을 싸고 다니고 웬만한 건 다 주변에 있어 사실 돈이 필요가 없다. 진짜 교통비밖에 들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과소비를 하는 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돈을 잘 안 쓰는 이유가 뭘까? 금요일술집거리도 한산하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와 비슷한 힘듦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집 앞 두 달 전쯤에 개업한 것으로 기억하는 카페는 어느덧 문을 닫아 임대 쪽지가 붙어있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돈을 안 쓴다고 느낀 결정적 계기는 지금은 대목인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연말분위기가 안 나는 것에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일주일에 몇 번씩 있어야 할 약속이 한 달에 몇 번 가지지도 않는다. 대체로 회사 끝나면 집 간단다. 회사 내 회식도 코로나 이후 분위기가 바뀌어 자주 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들의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에 기인한다. 불과 일이 년 전만 해도 YOLO라 해서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즐기다 가자’라는 마인드가 유행이었다. 이 찰나의 즐거움은 우리를 조금씩 불태웠고 장기적으로 지금까지도 비참하게 만들었다.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달래러 보복성 소비에, 과시에, 비교에 보여주기식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진짜 적자생존의 시대로 들어서 사람들의 돈을 대하는 관념자체가 바뀌었다. 누가 더 아끼고, 알뜰하게 사는지 자랑하고 짠테크, 부업을 찾아 다닌다. 좀 더 가치 있는 삶인 미니멀리즘, 비우는 것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삶의 한 부분을 줄이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 그게 미니멀리즘이다. 사람들은 이제 안다. 더 이상 잘못된 곳에 돈과시간을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쓸데없는 만남을 줄이고 말보다는 귀를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월급만으로는 절대 서울에 집을 못 사니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내 살길을 찾아 발버둥 쳐야 한다는 것을.

 관계를 유지하려 만나는 모임은 돈과 시간을 뺏고 삶에 그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의미 없는 만남 자체를 줄이려 하는 게 그 이유다. 가끔 있는 만남에서도 최근에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침묵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길 때만 입을 연다. 굳이 나서지 않는다.

 단순한 즐거움과 추억거리로 포장된 일련의 행동들. 겨울날 입김처럼 다 사라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돈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돈이 안 되는 건 이제 사람들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다. 제일 믿음직스럽거든.


 다음은 비싼 물가다. 금리는 오르는데 물가마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 돈은 없고 물가만 오르니 서민은 숨쉬기도 벅차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돈이다. 김밥 하나에 내가 어릴 땐 1,000원이었는데 지금은 4,500원이다. 고기라도 들어간 김밥은 6,000원이다. 미쳤다. 뭐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장을보면 6~7만 원이다. 배달음식은 또 어떤가. 배달비가 비싸 시키면 아무리 추워도 직접 가지러 갈 때가 허다하다. 택시는 좌불안석이라 쳐다도 안 본다.

이런 시대 속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무작정 소비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소비는 좋은 것이다. 소비를 해야 국가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민의 삶이 안정된다. 유동설을 직접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QE)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우리는 향락에 빠진소비주의를 탓해야 한다. 내 삶의 질을 올리는 소비가 아닌 즐거움이란 가면아래 내 삶의 공허를 안기는 소비주의를 멀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무조건 그냥 아끼기만 하면 좋나? 가성비, 가성비 하는데 무조건 싼 가격에 큰 효용을 취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에서 바람직할까?

 가령, 나는 일본을 싫어하는데 일본 비행기표가 싸게 풀렸다고 일본을 여행 갔다 오면 과연 좋을까? 이런 거다. 내 가치관과 가치가 훼손된 가성비는 현명한 소비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내가 소비를 줄이는 이유, 장기적인 내 인생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그것을 단기적인 행동에 일치화 시켜보자. 그렇지 않으면 1년 전 유행했던 YOLO처럼 남는 건 공허함과 절망뿐이다. 내가 지금 신발하나를 안 삼으로써 이 신발 살 돈으로 어떤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가? 습관처럼 사 먹을뻔한 저녁을 안 사 먹고 집밥을 먹으며 난 이 돈을 모아 무엇을 하고싶은가?

 글을 쓰고 싶으면 글쓰기 수업을 듣고, 영어를 배우고싶으면 인터넷강의를 접수하고, 컴퓨터를 좋아하면 컴퓨터학원에 가라. 오로지 경험적 소비만이 나와 이 세상을 더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절약을 하는 것은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마시멜로우를 아껴 그 대가로 시간이 지나 더 큰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 자체로 숭고하며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꿈이 직장인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건 소비를 컨트롤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더 잘 살고자 하는 징조다. 내 가치가 이끄는 곳에서의 절약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잘하는 이들을 존경합니다.

 이 세상 모든 절약하는 이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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