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소유하면 더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넷플릭스의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를 몇 년 전 봤다. 다큐멘터리는 쳐다보지도 않던 내게, 이 영상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저자 죠슈아는 단출함과 간단함을 추구하는 아시아인과 달리 미국인이라는 점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미국은 모든 것이 과하고 큰 국가다. 차도 크고, 집도 크고, 영토도 크고, 화장실도 크고, 옷도 크고, 모든 것이 크다. 미국에서 데니스에 가 아침식사를 해보자. 프라이와 토스트 아침식사 세트를 시키면 한국인 기준성인 2인분 양이 나온다. 양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직접 안 가도 미국 만화만 봐도 늘 음식으로 둘러싸인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던패밀리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인데, 중산층 기준 대부분 2층집이고 정원이 딸린 집에 산다.
내가 LA에 살 때에도 일부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집은 크기가 매우 컸다. 아파트에서 옹기종기 사는 우리와 천지차이다. 미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뉴욕에서 살던 집을 보자.
심지어 뉴욕에서도 이런 주택에 살았다. 최소 못해도 마당은 하나씩 갖추고 있다.
음식은 또 어떤가?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 트렌타 사이즈를 시켜 6시간 동안 마신적도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부족함 없이 사는 것이 곧 미국에서는 미덕이다.
미국에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한화 12조 8천억 원을 찍었다. 천조국 국민답게 이들은 전자제품, 장난감, 게임, 스포츠, 건강, 미용 모든 분야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인은 평균 지갑에 3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미국인구의 80%가 부채가 있고, 이들 대다수가 긴급한 일에 당장 쓸 현금 400달러도 없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너무 충격적이지 않은가?
사람들의 옷장에는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옷들이 널려있다. 미국인은 일 년에 평균 37킬로그램의 의류를 그냥 버린다. 늘 온갖 물건들 속에서 갇혀 사는 미국인들이 미니멀리즘을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미니멀하게 덜 소유하고 내게 주어진 것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인생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작사가 앤디 데이비스는 <굿 라이프>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세를 내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청바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습관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효율을 가져다주는 소비, 내 인생을 한 톨이라도 바꿀 수 있는 소비에 우리는 정녕 소중한 돈을 쓰고 있는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소비를 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미니멀리즘이 물건을 그저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니멀하게 산다는 것은 비움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집착을 버리고 마음속의 여유를 채워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집착을 벗어나면 마음에 고요가 찾아온다. 내 눈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차분해진다. 소유를 줄인다는 건 무언가에 그 어떤 집착과 기대심리가 없기 때문에 내 심신을 다른 곳에 투자하도록 만들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창의력이다. 당연히 미니멀리즘의 삶을 실천한다고 해서 창의력이 향상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삶의 불필요한 부분을 없앰으로써 창의력을 발견할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음식, 관계, 물건 내 주위의 것을 간단하게 만듦으로써 무언가를 더 채우기 위한 색다른 발상을 머릿속에서 할 수 있다.
단조로운 패턴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창의력을 만들 기회가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가령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은 생산자로써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회사 내 비즈니스 매너, 화술, 리더십, 책임감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회사에 입사하는 첫 관문, 자기소개서 자체가 내가 그 회사에 대해 공부해 나만의 이야기를 회사에 효과적으로 어필하도록 새롭게 창작하는 것이다.
즉, 창의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는 곧 다른 사람에게 선항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우면 창의력이 올라가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건강한 선순환. 내 삶의 모토의 시작이 곧 미니멀리즘이 되는 거다.
<간단하게, 더 단순하게> 내가 쓴 첫 책이 미니멀리즘에 관련된 이유가 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무언가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사람들의 인생에 넣어 그 사람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다. 이 지향점의 시작이 내 주변을 가볍게 만드는 미니멀함이다. 아무것도 없는 제약이 가치를 만들며 무한한 자원은 창의력을 억압한다.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에만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 더 충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논리를 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