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Jan 11. 2024

아직도 SKY대학교가 진짜 하늘인가?

위로와 공감 속 다양성 사회에 대한 소고

아침에 브런치를 켰는데 제안이 하나 와 있었다. 인터뷰 제안이나, 기고제안, 출간제안이 아니고 내 글을 읽은 어떤 여자 독자님의 일상고민 글이었다.

“워낙 무언가 잘 잃어버리는 성격이에요. 남자친구와의 커플링반지도 그걸 내심 걱정하며 맞췄는데 역시나 어제 또 잃어버렸어요. 남자친구한테 솔직히 말해야겠죠? 거짓말 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겠죠?”

라는 일상 고민이었다. 브런치를 일 년 가까이하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그 메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그 어떤 출간제안이나 인터뷰요청보다 감사했고, 마음이 벅차올랐다. 대체 왜?

누군가에게 정성 어린 위로와 공감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보내신 독자분도 내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던 글을 보고 같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고 동질감을 느꼈다는 거다.

글은 이래서 힘이 세다. 메일을 쓰신 독자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실 수도 있고 인생경험이 더 많으실 수도 있고 아는 게 많으실 수 있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는 글 하나로 공감을 느껴 문의를 주신 거다. 자극적인 영상에 도파민을 쏟는 것보다 이렇게 글로써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이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든다.

나는 최대한 도움과 위로를 주고자 답장을 쓸 때 지우고 또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쓸 때도 이렇게 잘 안 했는데,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게 이렇게나 힘들고 값지다. 이 자체로 큰 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더 이런 제안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다양한 삶을 보면서 매일 나도 느끼고 자극받으며 그들을 돕고 싶다.


자세히는 밝힐 수 없으나 독자분의 반지 사연을 자세히 읽어보며 이번 일로 본인만의 느끼는 것이 있는 듯했다. 내가 반지 잃어버렸을 때와의 감정과는 또 달랐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겪어도 우리 모두는 다르게 생각한다. 머릿속에 각자만의 우주가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포용할 수 있는지를 조금씩 배워간다.


사실 새로운 걸 받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새로운 걸 배우기 꺼려하고, 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하며 기존의 관성을 이어가려고 할 뿐이다. 왜냐? 이게 삶을 살아가는 데 훨씬 더 편하니까. 어쩌면 이게 나이가 든다는 것을 판정하는 기준이 아닐까?

내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1~2년 지방 발령 후 본사발령이 원칙인데 그냥 그 시골에 집도 사고, 결혼도 준비 중이고 아예 눌러앉았다. 새로운 걸 더 배우기 싫고, 기존에 하던 업무가 본인과 잘 맞아 이를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이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우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다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새로운 걸 수용하고, 습득하는 적극성과 용기가 있다면 이는 정말 높이 평가할 일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나만의 주체적인 의지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거나, 브런치 댓글창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대댓글을 달고, 고민상담을 해주고 이 모든 걸 겪으며 내가 느끼는 것은 이 속에서 다양성을 철저히 지켜내야 한다는 거다. 세상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게 있고, 관심분야가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게 절대 정답이 아님을 이렇게 한번 더 배워간다.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자소서 첨삭을 부탁해 보고 있는데, 편입 관련 자기소개서였다. 건국대학교 편입 자기소개서였는데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첨삭을 하다 보니, 이 의뢰자의 원래 대학교가 연세대학교였다는 걸 발견했다.

요즘은 학벌이 가지는 의미가 과거보다 크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 '학벌'자체로만 봤을 때중요도가 떨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 누가 봐도 연세대학교가 건국대학교보다 입시 커트라인이나, 인지도나 모든 면에서 월등한 건 사실이다.

건국대> 연세대가 아니라 연세대> 건국대로써의 편입은 내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혹시나 나만 이런 건가 싶어 와이프에게도 물어봤는데 나와 똑같이 놀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읽으니,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에겐 배우고 싶은 것이 명확했다. 그 학과가 건국대학교에서 본인이 유망하다고 판단했기에 내린 심사숙고의 결정이었고, 그게 본인이 생각하는 값진 미래였다. 그때서야 의뢰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시대다. 하나를 보아도 모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어떤 순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 의뢰자처럼 다양한 사회 안에서 나만의 색깔이 분명하고, 하고 싶은 것, 추구하고 싶은 것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서는 가장 큰 축복이라 여긴다.


우리 주변에 흔한 조언과 생각들을 보자.

'사람들이 연세대학교가 좋다고 하니, 연세대학교나 SKY대학교에 꼭 가야지. 저기만 갈 수 있다면 미래가 보장될 거야'

'선배들을 보니 삼성이나 대기업이 연봉도 높고 네임벨류가 있어 보이니 저기 들어가면 내 인생은 필 거야'


물론 SKY대학교, 말 그대로 하늘이다. 훌륭하고 상위 1%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대학교이며, 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일궈낸 존경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삼성전자 직원도 마찬가지다. 불가능해 보이는 경쟁률을 뚫고 스펙 쌓기 등 부단한 자기 계발로 세계 일류기업의 직원, 그 자리까지 간 엘리트들이다. 삼성그룹에 입사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취업준비생 중에 몇 프로나될까? 삼성전자 총 직원이 십만 명 정도 된다. 취업준비생은 2024년 기준, 최소로 잡아도 80만 명 정도다. 매년 이 회사가 많이 잡아야 200명을 뽑는다고 했을 때 그 안에 든다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소서처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만 따라가는 시대는 이젠 지났다.

우리는 이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20년 전, 30년 전 핸드폰 하나로 디지털 노마드를 실현하며 돈을 버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는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변화하는 적극성을 잃어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사유하며 나를 바꿔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