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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06. 2024

눈보라 뚫고 서점에 달려간 이유

실패의 교훈보다 강력한 것, 책

퇴근길 눈보라를 뚫고 우산도 없이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산다. 온라인 배송을 할 수도 있지만 서점 냄새와 책 읽는 사람들을 볼 때면 와닿는 에너지가 솟구친다. 지친 심신이 보상받는 기분이다. 이래서 억지로라도 직접 가서 사려한다. 세 권을 손에 들고 집 가는 길에 조금씩 읽어 내려가는 이 기쁨은 그 어떤 것과 바꿔도 손색없을 큰 기쁨이다.

하루 중, 이 시간만이 온전히 남는 장사라는 걸 난 20대 초반부터 느꼈다. 이 활자를 읽어 내려가며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것이 내 인생에 오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내가 산 책 중에는 <부를 끌어당기는 글쓰기>라는 책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유독 머릿속에 기억나는 단어는 ‘이타성’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이 더 잘 써지고 글을 쓸 때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적어야사람이 몰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은 전적으로 맞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내겐 더 중요한 독서&글쓰기의 가치가 있는데그건 내가 늘 강조하는 연결고리다. 이 연결고리만이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성공을 하고, 나를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거라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이 연결고리는 불고의 돈오점수와 비슷한 뜻이 있다.

돈오점수란, 선종 불교 수행방법론으로써, ‘돈오’는 단박에 깨닫는 것을 의미하고, ‘점수’는 점진적인 수행을 말한다. 궁극적인 깨달음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깨달음이 필요하고 조금씩 닦아나가는 것이다. 이 돈오점수에서 얘기하는 ‘순간적인 깨달음’이 내겐 연결고리다. 마치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처럼 스파크가 머릿속에 터지는 것이다. 굳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닐지언정, 내 머릿속에 사고하는 개별적인 것들을 하나로 묶어줘 가치 있는 걸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연결고리는 책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경험만 많은 사람은 본인 경험에 갇혀 꼰대가 되고, 인터넷, tv에만 묶여있으면 그냥 바보가 된다. 삶에서 가장 검증된 가치다.


책이 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가? 기원전 5,000년 전으로 올라간다. 사람은 각자 경험이 있고 각자가 가진 지식이 있는데 과거에는 그 지식을 알지도 못하고 얼마 안 가 사람이 죽었다. 그럼 그 후손들은 그 지식을이어받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걸 안타까워한다. 그래서만들어진 게 책이다. 먼저 인생을 경험한 사람의 지혜를 책에 담아 후손들은 사람을 살리는 법도 배우고, 요리하는 법, 사냥하는 법, 육아, 위협에서 생존하는 법, 종교 등 삶에 이로운 모든 것이 다 탄생한 것이다.

이 유래만 봐도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그래서 난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 책 읽는 사람들을 볼 때면 경외심이 든다. 유튜브, 쇼츠, TV, 만화, 광고, 하루에도 몇백 개의 영상과 글을 보면서도 결국 하루를 끝마치고 내게 남는 건 내가 직접 읽어 내려간 활자다.

이것이 내가 오늘 선택한 가장 가치 있는 정보이고 내 삶에 유용한 것이다.


어제 지인과 재테크 얘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한다. 주제는,

<안정적인 곳에 지금부터 꾸준히 돈을 넣는 것이 좋으냐 vs 아니면 20대, 30대 과감히 도전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으냐>

본인은 20대로 돌아간다면 2번을 택할 것이라 한다. 과감히 도전하거나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투자해서 백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다 잃는다고 해도 그 사이에서 얻는 경험을 절대 무시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20대에 실패를 겪어봐야 나중에 실제로 안정적이어야 할 나이에 돌발적인 선택 안 할거라고.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답변이 나와 다소 의아했다.

나는 당연히 1번을 말하실 줄 알았다. 2번처럼 수업비가 될 수 있다고 하나 20대에 잃는 천만 원이나 40대에 잃는 천만 원이나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 그 액수는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단 1번, 안정적으로 남들이 맞다고 하는 길을 간다고 하면 무조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대체로 남들이 맞다고 하는 길을 따라가면 비약적인 발전이나 성공을 절대 이룰 수 없다. 왜냐면 남들이 말하는 길은 리스크가 전혀 없는 길이거든. 리스크테이킹을 하지 않는 인생은 단언컨대 나에게 그 어떤 기대이상의 보상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인생이나 주식이나 다 똑같다. 1번을선택할 시에 안정적으로 가되,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한다. 나보다 인생을 더 먼저 살아본 위대한 사람들, 학식과 연륜이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눈으로 보면서 이를 내 경험에 처절히 녹여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안정적인 삶만 선택했기에, 남들보다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시야가 한없이 좁다. 하지만 실패를 겪은 사람들 즉, 인생을 마치 인간극장처럼 산 사람들은 삶의 진폭이 커 힘들 때에는 한없이 힘들지라도 한번 터지면 대성공을이룬다. 그들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힘들 때버틸 수 있는 근성이 있거든.


벌써 입춘이다. 입춘이 지나고 3월이 되면 학생들은 개학을 하고, 회사는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고, 길거리의 나무와 꽃에도 새싹이 돋고, 날씨도 서서히 풀리겠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모두가 두근거릴 시기다. 누구에게나 이 행복한 시작이 되기 위해  2월은 책으로 마음을 다 잡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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