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Feb 13. 2024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침묵이 좋은 이유

할 말이 많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라던가, 가벼운 말다툼을 하다 다음 할 말을 생각하는 순간이라던가,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등이다. 이때 발표같이 어떤 자리에서 말을 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 타인과의 언쟁이나 가벼운 다툼 등 일상 속 관계에서 말을 안 하는 것이 더 이로울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상 말을 아끼면 관계에서든 일에서든 더 잘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인생선배로부터 늘 이런 말을 듣고 살았다.


1. 할까, 말까 싶을 때에는 ‘해라’

2. 갈까, 말까 싶을 때는 ‘가라’

3. 살까, 말까 싶을 때에는 ‘사지 마라’

4. 먹을까, 먹지 말까 할 때에는 ‘먹지 마라’


1번과 2번은 경험에서 나오는 얘기다. 경험을 했을 때 일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고,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본인을 덜 힘들게 하기에 그렇다. 하는 게 맞고, 가는 게 맞다.

외국여행을 가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이를 몸소 느낄 수 있는데, 귀국 후 인생 계획 얘기를 나눌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why not? do it"

나이키 광고처럼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말한다. 어릴 적 가장 후회되는 것이 도전하지 않은 것이라며, 늘 새로운 곳에 도전하고 가서 견문을 넓히라고 한다. 경험이 일단 많아야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는 법이다. 지금 먹고 있는 과일도 똑같다. 바구니에 과일을 많이 담아야 골라서 먹을 수 있는 것처럼.

3번과 4번은 절제력이 바탕이 된다. 지금 사는 걸 참고먹는 걸 참으면 내일, 일 년 뒤 더 나은 보상이 온다. 잠깐의 일시적 쾌락보다 부와 건강 더 값진 것들이 온다. 그리고 마지막 5번은 바로 이것이다.


<말할까, 말까 싶을 때에는 ‘말하지 마라’>


대개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본인에게서 먼저 걸러져 ‘이 말을 할 때 상대방이 상처받지는 않을까,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오는 것이다. 본인마저 그렇게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반대로 기분 좋아할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말해도 결과가 달라질 것이 없다고 예상된다면 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특히 이때는 지금 내가 이 말을 하지 않았을 때 다음에는 할 수 없는건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중에 분위기가 좋을 때, 더 나은 환경일 때 조심스럽게 말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말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건지도 생각해 보자.

친구와 언쟁이 있을 때, 부부싸움을 할 때도 똑같았다. 지금 이 말을 할 수 있는데도 그 순간을 참고 가만히 있으니 둘 다 화가 사그라들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괴로운 순간이 참 많았다. 그 순간이 또 다른 걸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역시 사람은 느끼는 게 있어야 움직이는 법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 괴로운 순간 때마다 내가 늘 생각했던 것은 ‘만약에’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이 너무 슬픈 게 다시 이루어지거나 되풀이될 리 없거니와, 아무런 대안 없이 부서진 꿈과 희망을 그대로 잡고 있기에 더 슬픈 것이다.

만약에 아버지가 다시 살아 계셨다면, 그때 그곳을 가지 않으셨더라면, 내가 이 사람을 안 만났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때 가장 기억에 남고 많이 했던 생각은  ‘만약 내가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었더라면’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그 순간 그 말을 안 했었을 때 더 좋아질 순간이 참 많았다.

말을 아껴야 하는 신빙성이 여기서 드러나는 게,

‘그때 그 말을 했었다면’보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의 후회가 개인의 경험으로 보나 확률상으로 보나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더 말을 아껴야 한다. 말은 다시 주워 담을수 없다. 말이 많으면 실언도 그만큼 많아진다. 말을 아끼는 것이 곧 관계를 지키고 나를 지키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야,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이는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나를 지키기 위한 특정 상황일 때만 해당된다. 대개 남들이 말하는 내가 해야 할 말은 내 권리를 지키는 일이 대다수고, 회사나 상대방이 아닌 본인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늘 말에있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특히,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아예 입에 담지도 말자. 인생 전체를 볼 때이것만 안 해도 매사에 중간은 간다고 여긴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침묵보다 더 나은 것이어야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