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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08. 2024

설 연휴를 가장 알차게 보내는 법

쉼과 가족에 대한 소고

내일이면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짧은 연휴에 모두가 이리저리 바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고향에 가 온전한 쉼을 느끼고, 가족을 만나고 어쩌면 바쁜 일상에서의 숨을 돌릴 수 있는 일 년 중 몇 안 되는 시기다.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누군가에겐 또 다른 피로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간소화되어 연휴에 해외여행이나 본인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난 이번 연휴 때 딱 두 가지만 생각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재충전이다. 내가 생각하는 일이나, 올해의 목표를 다 제쳐두고 압박 없이 그냥 온전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어쩌면 소소히 주는 선물이다.

무슨 일이든 매사에 여유가 동반되어 있어야 한다.

빨리 가면 넘어진다. 실수가 많아지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빨리 무언가 하려는 모든 원인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 마음만 조금 더 가라앉히면 세상이 달라지는데,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집착이 늘 매사에 화를 부른다.

예를 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고 하자. 특히 같은 목표를 띄는 다양한 성격의 조직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데 먼저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보자.

‘올해 안에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취업해야지!’

수만휘 같은 입시사이트에서는,

‘올해 무조건 sky대학교에 가겠다’ 등 셀 수 없다.

브런치라는 이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굳이 꼽자면

‘올해 안에 내 책을 출간하겠다’ 정도 되겠다.

한계를 재단하지 않고 목표를 크게 정하는 건 좋으나 기간을 정해두고 본인을 압박하는 건 난 반대다. 매사에 욕심 가지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 결과물의 질도 올라간다. 일본의 유명한 칼 카타나를 만드는 한 장인은 최고의 칼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그저 칼만 간다고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초조함이나 목표를 달성한 것에서 오는 허탈감. 어차피 한 끝 차이다.

그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을 나만의 내면과 내공을 가지기 위해서는 조급함 없이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이번 연휴의 ‘쉼’이 더 큰 의미가 있다.  


두 번째, 사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온전한 쉼을 생각한 계기는 바로 가족이다. 우연히 10년 전 삼성생명의 광고를 봤다. 단지 보험회사의 광고라고 치부하기엔 감동적인 광고라 모두가 한 번쯤은 봤으면 한다.

‘당신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으니 보험을 드세요’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내 평생 중 가족과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남았나’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 키 메시지라 이 광고가 더 큰 의미가 있다.

‘엄마, 올해는 일이 있어서 못 내려가요‘

‘오늘은 피곤한데 다음 주에 가요’

삼성생명의 이 메시지들이 주는 알림은 인생에서 가장중요한 걸 잊고 살아가는 우리 삶을 대변한다.


30대 초중반의 나이, 누군가는 내게 말한다. 아직 너무어리다고. 근데 나도 아직 어리다는 걸 알고 있다.

‘나이를 많이 먹었네’라고 느끼는 순간은 10년 전 내가23살쯤일 때 사진을 볼 때뿐이다. 근데 오랜만에 고향에 가면 엄마는 내 23살과 33살, 10년 차이가 아니라 20년 정도 정확히 두 배는 더 늙어 보이신다. 영원히 옆에 있어줄 것만 같은 사람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더라. 시간은 유한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진도 많이 찍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굳이 명절에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면 사진을 많이 찍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늘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기쁜 순간, 행복한 순간이 떠나가는 게 아쉬워 옷깃을 부여잡는 행위다. 그래서 나는 네이버 클라우드에 80GB가 다 찰정도의 사진이 있다.사진이 좋은 이유는 사진 속 그 순간은 실제로 영속할지도 모르니까. 촬영 버튼을 누름으로써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것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아무리 귀한 만남도 영속할 수 없고, 시간 속에 풍화되는데 사진으로 기록하면 어쨌거나 남는다.


근데 딱 한 가지 후회되는 게 있다. 동영상을 거의 찍지않았다는 거다. 동영상은 사실 찍어봤자 다시 재생해서 잘 보지 않는다. 귀찮기도 하고 그때의 마음의 울림이 100% 전달되지 않는다. 제일 이해 안 가는 것이 콘서트에 가 직접 눈으로 담지 않고 핸드폰으로 동영상 녹화를 하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집 가면 어차피 안 보니 그냥 눈으로 담으라는 거다.

근데 왜 난 동영상을 안 찍은 걸 후회할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걸 느꼈다. 얼굴은 잊혀도 사진으로 보면 되는데 동영상이 없어 아빠의 목소리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너무 슬퍼서 최근 소중한 누군가와의 시간을 보낼 때 늘 동영상도 짧게나마 찍으려고 한다. 가족과 함께 푹 쉬며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행복한 연휴를 보내고 와야겠다.


올 설날, 모두 푹 쉬시고 힘찬 시작이 되었으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저도 많이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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