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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Feb 19. 2024

시간을 쌓아야 하는 일

금방 포기하는 이들에게

속초에 왔다. 얼마만의 휴식인가. 한가로운 시간 가지지가 참 힘든 세상이다.

설악산이 보이는 어느 카페, 속초

대한민국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시간이 없다. 해야만 하는 일이 쌓여있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그 해야 하는 일은 대체로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 직장이나 자영업, 창업처럼 생계와 직결된 것들. 직장인에게는 퇴근시간이나 주말이 있으니 숨이라도 돌릴 수 있겠지만 자영업은 또 다른 문제다. 본인의 일이기 때문에 더 힘을 쓰게 되고 주말을 반납하거나 밤낮없이 시간을 들여 몰두해야만 성공할까 말까 한다. 평균적으로 대한민국 치킨집이 한 해에 100개가 문을 열면 5년 안에 71개가 폐업한다고 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명 본인만의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내 결혼식에서도 일이 생겨 못 온 친구들은 대체로 자영업이나 창업하는 친구들이었다.


해야 하는 것이 난무한 이 시대 속에서 결국 문제는 시간이다. 늘 시간에 쫓겨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없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간을 써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인생에서 대개 중요한 것들은 시간을 쌓아야만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사랑이든, 일이든, 운동이든, 공부든, 재테크든 다 그렇다. 시간을 쌓는 일은 우리 삶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먼저 인간의 감정 중 사랑을 보자. 인생에서 사랑 빼고 남는 것이 있을까. 단언컨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랑은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인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이는 비로소 삶의 이유가 된다.

국가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2024

2024년 인간의 삶의 의미를 다룬 세계 주요 17개국의통계지표다. 이 통계지표를 보면 대부분 국가의 국민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족을 꼽는다. 가족 간의 사랑 그다음이 직업, 친구, 돈, 조직이다. 근데 우리나라만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시한다. 돈만이 인생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 믿는다. 그러니 미국의 유명 유투버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소개하는 거겠지. 가족은 한참 뒷전이다. 이처럼, 사랑이란 것은 삶의 본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 사랑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연인 간 사랑, 짝사랑하는 이의 간절한 구애, 가족 간 사랑 이 모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에 거쳐 서로 간의 신뢰가 쌓여야만 이루어진다. 사랑, 다툼, 장난, 휴식, 갈등 이 모든 시간들을 함께 쌓아가기에 단단한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가족 간에도 서로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고 추억을 만들어야만 그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다. 아니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이별이나 다툼에서 오는 감정도 보자. 똑같이 시간을 쌓아야 한다. 이별도 이별 자체로만 봤을 때는 고통스러운 결말이나 그 마음 쓰라린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금씩 무뎌진다. 한 달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직장동료는 몇 날 며칠을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힘들어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다닌다.

누군가와 다퉜을 때도 로직은 똑같다. 순간의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고, 서로 시간을 가지고 다시 얘기해 보면 다툼은 원활하게 해결된다.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결국은 혼자만의 시간을 쌓아야 생기는 감정이다.


이젠 운동으로 비유해 보겠다. 운동을 하면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하면 할수록 시간이 줄어 익숙해진다. 뿐만 아니라 운동이라는 시간을 쌓아감으로써 우리는 더 건강해져 오래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공부도 처음이 어렵지 계속하다 보면 본인만의 요령이 생긴다. 다 똑같다. 처음 자리에 5분만 앉아있는 게 힘들지, 그것만 견디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나있다. 그리고는 실력이 쌓여 1등을 하고, 합격을 하고, 그렇게 목표한 바를 이룬다.


재테크에서는 비트코인과 주식열풍으로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한 MZ세대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복리다. 단리 10%와 복리 10%가 있다고 했을 때 그 금액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이 복리는 시간을 쌓는 일이다. 1~2년은 타 상품과 큰 차이가 없어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10년, 15년, 20년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자자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계속 같은 상품에 불입한 것뿐. 복리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상품이다.

이처럼 시간을 쌓는다는 건 우리에게 명확한 보상을 준다. 다만 이는 꾸준함과 끈기를 전제로 하는데 요즘 SNS나 매스컴이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시간을 쌓는다는 것이 주목받지 못하고 당장의 보상이 없어 멸시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두고 열 번 해도 안되면 열한 번 하면 된다. 어차피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시간을 쌓는 것 자체가 곧 재능인 시대다.


마침, TV에 지오디 콘서트 녹화분이 방영되고 있다.

<길>이라는 노래는 들을 때마다 인생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평범한 시간들을 쌓아가는 보통날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길이 될 것이다. 이 길은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한 겹 한 겹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것이다.

인생사 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늘 우울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하나의 브런치 페이지나 공책 같은 거다. 슬픈 일이 일어났다한들 과거의 글을 고칠 수도 없고, 기쁜 일이 일어났다 한들 똑같이 되돌릴 수 없다. 그냥 매 순간 하루를 종이 한 장처럼 그렇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이 새로운 하루, 한 장에 그 자체로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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