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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r 08. 2024

청년을 둘러싼 가짜 프레임

잘못된 프레임이 무서운 이유

요즘 2030 MZ세대는 시니컬하다. 시니컬하고 그 누구보다 똑똑하다. 사회현상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보고온전히 받아들이면서도 자립해 먹고살 궁리를 해나가는 현명한 세대다.

결혼과 출산율이 이를 증명한다. 이 현상도 본인이 처한 현실에 맞도록 수지타산을 고려한 선택이다. 청년에게 주어진 문제를 두고 사회나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혼자 바꿀 수 없는 이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발버둥 치고 있다.


근데 언론이나 정부, 기성세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도를 넘는 프레임을 씌운다. 만연한 사회문제를 함축적으로 끌어모아 2030에게 전가시킨다. MZ세대와 기성세대를 분리시켜 상호 집단에서 편 가르기와 간극을 만들고,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 프레임 안에서 피해를 보는 건 사실상 청년들 뿐이다. 세대갈등은 제로섬게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프레임으로 한쪽에게만 지울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 앞으로 이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텐데 이는 우리 미래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라 생각한다. 가령,

“요즘 신입사원들은 에어팟을 귀에 꽂고 일하더라“

“자기 혼자 살겠다고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 하면 어쩌냐”

“욕심이 많아서, 자기 객관화가 덜 되어서 취업을 못하는 거야”

이런 말을 얼핏 들으면, 대다수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들이 힘들게 노력해서 쟁취한 지금의 높은 위상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것은 사실이기에 그 노력을 폄하하거나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도를 넘은 청년들에 대한 질타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 개선을 위해 청년의 입장에서 진짜 청년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풀어보겠다.


학창 시절 때 공부를 안 하고, 지방대나 전문대, 이름 없는 대학교에 가서 학점관리도 안 하고, 놀러만 다닌 한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과연 일류 대기업/공기업

취업만 원할까? 그래서 취업을 못한 걸까? 절대 아니다. 이 학생도 눈을 낮춰 중소기업이나, 본인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통해 소신껏 지원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 근데 세상(기성세대)은 이들에게 욕심이 많아서, 눈이 높아서 아직 취직을 못한다고 탓한다. 잘못된 프레임에 많은 이들이 선동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지방만 가도 중소기업 사무직 경쟁률은 50대 1, 100대 1이 허다하다. 지방은 연봉이 3천만 원도 안 되는 곳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잡코리아나 사람인 같은 취업포털사이트에 한 번이라도 들어가 보지도않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사실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는 이 청년들에게 자기 주제를 모르고 과연 욕심만 많다고 할 수 있는가? 그때 그 시절은 한국의 고도 성장기였기에 취업도 지금보다 수월했고, 노력해서 적금, 예금만 들어도 집하나 장만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 꿈을 안고 하루를 버텼지만 현재 우리에겐 그 꿈을 가질 희망조차 없다. 그때와 달리 소득대비 부동산가격이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 교육에 드는 매몰비용, 베이비붐에 따른 경쟁증가, 저성장침체기에물가상승이 혼재된 스태그플레이션 등 이 모두를 감안하지 않고 그저 청년들이 노력이 부족해서,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보는 것은 굉장히 편협하고 미시적인 관점이라 여긴다.


이 모든 것을 증명해 주는 게 앞서 언급한 결혼과 출산율이다. 2024년 출산율 0.65명. 서울은 0.5명.

비교문화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고, 구축빌라나 단칸방에서 자녀에게 드는 비용을 감당한 채 조금씩 모아 단계별로 올라가라? 이 모든 가정을 뒤로하고,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본인 챙기기도 바쁘다. 나 하나 살기도 지금 벅차 죽겠는 게 결혼이고 출산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실 결혼하지 않는 문화와 출산율이 줄어드는 건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근데 타 선진국은 출산을 장려하도록 휴가, 휴직, 보조금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는데, 우리나라는 늘 원론적이고 일시적인 지원책에 머무르며 이 원인을 청년에게 전가시킨다. 출산하고 복직하면 내 자리를 잃는 것이 만연한 문화, 휴가 하루 쓰는 것도 눈치 보고 일과 가정 양립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나라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하냐고 역설적인 압박을 준다.

사실, 한국이나 일본도 출산율에 대해 걱정하는 건, 시간이 지나며 출산자체가 줄어드는 건 알고 있으나 다만 그 예상치가 예상 기간보다 너무 빨리 왔기에 걱정하는 것이다. 빨리 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여태 전례 없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세대, 똑똑한 지금의 2030. 이들의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그리고 본인만의 지혜로운 잣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왜 그렇게 사냐는 질책보다 어느 때보다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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