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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22. 2024

한국, 가장 우울한 나라가 맞는 이유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한국인은 한국에서 태어나 쭉 자라는 게 최고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어나 다양한 경험에서는 당연 도움이 되나, 외국에서는 인종차별, 언어, 음식, 문화 등 한국인이 살기에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삶에서는 당연 우리나라처럼 편한 곳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좋은 나라를 가도 여행으로는 좋지만 평생 살기는 싫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르고, 관공서에서 서류 하나를 뽑아도 기계로 1분 만에 받는다. 대부분이똑똑하고, 의식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크게 없으며, 시민의식도 준수하다. 전 세계 전례 없는 초고속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은 G7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가진다.

근데 왜 미국 작가 마크맨슨은 한국이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말하는 걸까. 바로 이 초고속성장의 그림자, 우리가 덮어 숨기고 싶어 하는 부작용 때문이다.


밖에 비가 오고 있다. 알록달록한 우산을 쓴 채 많은 이들이 걸어간다. 알록달록한 우산 속에 녹슨 자국은 내게 보이지 않는다. 근면 성실함과 교육, 인적자산으로 지금의 한국을 만든 눈부신 결과 뒤편에는 녹슨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자국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삶을 망가뜨린다. 한국은 인적자원으로만 살아남은 나라이기에 어릴 적부터 등수 매기기에 혈안이되어 열등감, 박탈감, 경쟁심, 이기심에 익숙하다. 공부하나로만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고, 공부를 못해 다른 무언가를 한 이들은 사회에서 낙오자취급을 한다.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공부로 초중고 12년을 끊임없이 경쟁시키고 깎아내리는 문화는 서서히 그렇게 우리 삶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 세계 60억 인구의 삶은 60억개의 다양한 삶이 펼쳐지기 마련인데, 하나의 답을 정해놓고 정상을 향해 달려가라고 채찍질을 해댄다. 상위 1%가 되는 걸 성공의 목표라 생각하고, 이를 행복이라고만 배웠다. 그럼 어쨌거나 표본상 늘 1%의 누군가만 행복하고, 나머지 99%는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다. 심지어 그 1%도 정상에 올라간다 한들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더 잘해야 한다. 쉬지 않고 잘하는 사람에겐 더 잘하라고 하고, 더 높은 기준을 매겨 절대적으로 많은 과업을 준다. 1%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한다. 결국은 100% 모두가 우울한 사회다. 이렇게 모두가 우울한데 마크맨슨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한국을 소개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앞서 말한 부작용, 가장 우울한 나라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분법적 사고관’이다. 이 사회는 획일적인 잣대로 그 기준에 들어오지 못하면 철저히 뭉개버린다. 흑백논리라고도 하는데 흑백논리는 기준이 객관적인 경우는 참과 거짓을 따지는 것이므로 개인이나 조직의 가치 있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반대로 기준이 모호한 경우는 서로를 깎아내려야만 본인이 살아남는다. 근데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는 그 획일적인 잣대가 현실과 한없이 동떨어져 상향평준화 되어있다는 거다.

결혼을 예로 들어보자. 프러포즈는 근사한 호텔에서 꼭 해야 한다. 평생 한 번인데 인스타그램에 찍어 남들에게 자랑해야 하거든. 명품백으로 프러포즈를 하지 않으면 결혼해주지도 않는다. 결혼식은 무조건 가장 좋은 데서 해야 하고, 그런 형편이 안 되는 경우도 그다음 선택지가 최소 2천만 원, 3천만 원이다.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곳에서 하는 거다. 왜냐? 이것도 평생 한 번이거든. 그놈의 평생 한번! 두번일 수도 세 번일 수도 있는데 결혼업계는 평생 한 번이라는 허를 찌르는 마케팅으로 떼돈을 번다.

성적은 또 어떤가. 무조건 1등만 기억한다. 그 한자리를 위해 중고등학생들은 오늘도 밤을 세서 공부한다. 사회에서는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이 아니면 안 되고, 중소기업은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이 될 때까지 자취를 감춘다. 그 누구와의 만남에서도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 눈치 보며 다수가 말하는 결정을 따라야 하고, 개성과 취향을 조금씩 잃어간다. 매사에 무엇 하나라도 사회가 정하는 그 상향평준화 된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패배자로 몰아버린다. 그리고 그 패배자들은 그 기준을 충족한 자들의 결점을 찾아내 헐뜯고 정신승리하며 인간미를 잃어간다.본인은 열심히 했는데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 그들을 따라다닌다.

이런 광기스러운 흑백논리가 우리를 한없이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 광기는 우리 삶 곁에 서서히 젖어 들어광기가 광기인 줄도 모른 채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며 우리를 괴롭힌다.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이라 하지만 지금이 위기다. 인적자원이 만든 나라에서 인적자원이 서로를 헤친다.

더 보듬어야 한다.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게 곧 내적성장이고, 내적성장이 결여된 사회는 지독한 경쟁과 거기서 오는 번아웃으로밖에 존재하지않는다. 무한 악순환.

서울에 아파트 없어도 괜찮고, 월 천만 원 못 벌어도 괜찮고, 반에서 15등 20등 해도 괜찮다. 모든 건 다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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