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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r 11. 2024

시간의 가난에 대하여

내 시간을 꼭 만들어야 하는 이유

직장에 다니는 친한 형이 내게 주로 몇 시에 자냐고 묻는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기에 빠르면 열 시 반, 늦으면열한 시 반 정도에는 잔다고 하니, 너무 시간이 아까워 절대 나처럼 일찍은 자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형은 어떻게든 퇴근 후 다음날 피곤하든 말든 한시까지 책도 읽고, 집안일도 하고, 밥도 먹고, 게임도 하고 본인만의 시간을 보내고 잠에 든단다.

가난은 경제적인 궁핍에서만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다.시간의 가난이 사실 더 우선시 된다. 보통 가난하다고 하면 돈이 없는 상황만 상상하는데, 가난은 시간의 가난을 포함한다.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출근시간을 포함해 아침 7시에서 저녁 7시까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것은 돈은 있더라도 사실상 가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이 시간의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경제적 자유라는 꿈을 꾼다. 즉, 시간의 가난은 현대인의 결핍의 한 종류이자, 모든 가난의 본원적인 뿌리가 된다. 다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출산율만 봐도 그렇다. 왜 사람들은 결혼을 해서도 자녀를 가지기를 망설이는 걸까? 퇴근 후 긴 노동시간에 자녀를 보살피고, 집안일을 하면 정작 책 몇 줄 읽을 혹은 일기 한 줄 쓸 나만의 시간이 없으니 그렇다. 프랑스처럼 오후 4시에 일과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북유럽 복지국가들처럼 성인이 될 때까지 아동수당을 50만 원씩 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다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이 없기 때문에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10명 있다고 하자. 하루는 24시간인데 나는 이들 모두를 챙길 수 없다. 정작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 중에서 5~6명 반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일에 치이고, 경조사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고 내가 가진 시간대비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으므로 모두를 챙길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며 우리는 관계에 소원해지고, 인간관계 자체가 좁아지는 것이다. 이는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스스로에게 자책을 할 필요도, 상대방에게 실망할 필요도 없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지키는 것도 결국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만 지킬수 있는 것 아닌가.  결국은 유한한 시간 안에서 우리는매 순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공부, 꿈, 목표, 자기계발, 돈, 건강, 관계, 일 모든 것이 이 안에 속한다.


그럼 우리는 이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전 세계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까? 먼저 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다소 원론적이나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바로 이 사회가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높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도록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슬란드나 주요 북유럽처럼 인구가 작은 곳에서는 인건비가 매우 높으나 이를 롤모델로 삼자는 게 아니다. 인구수 5천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경제 펀더멘탈을 가진 곳에서 주어진 환경에 맞도록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돈과 시간은 독립적이면서도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둘의 대체재는 없다. 따라서 노동시간 대비 임금확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직업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물가를 반영한 최저시급 인상 등을 점진적으로 이루어 갈 때 우리는 시간의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다.

개인은  본인이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도저도 아니고 발만 담가보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시간낭비라 여긴다. 무한경쟁사회, 성과주의가 만연한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돈을 번다. 즉, 나에게 맞는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누구나 침범하지 못하는 나만의 진입장벽을 만드는 셈이다.

어릴 적 몰랐던 사실 하나는, 나이가 들며 시간이 더 없어지므로 시간이 실제 돈처럼 느껴진다. 내 시간을 쓰는 것은 그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것이기에 이는 앞으로 더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한 개인이 시간의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바로 ‘킬링타임’을 없애는 것이다. 킬링타임이란, 직역하면 시간 죽이기다. 할 일이 없을 때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엇인가하는 것을 말한다. 근데 사전을 찾아보면 킬링타임은 앞에 하나의 관용구가 더 붙어있다. 바로 ‘불합리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우리는 이 불합리함에 주목해야 한다. 그 아까운 시간을 의미 없는 것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내 돈을 의미 없는 것에 낭비하는 것이다.


킬링타임을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면 먼저 정형화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왜 흡연을 하는지 아는가?  나는 담배를 오랫동안 폈었기 때문에 그느낌을 알고 있다. 안 피면 죽을 것 같아서 못 끊는 게 아니다. 아무리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이라 해도 장담컨대 누구나 이를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담배에 다시 손대는 이유는 몸에 습관이 배여서 그렇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담배를 안 피우면 허전하다는 걸 몸과 뇌에서 기억하는 것이다. 정작 피면 별것도 없는데 그 기존 습관을 깬다는 것이 쉽지 않다.  퇴근 후, 자연스럽게 맥주 한잔과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는 직장인이 있다.  

근데 이들은 정말 보고 싶은 넷플릭스 프로그램이 있어서 퇴근 후 넷플릭스를 켜는 걸까? 아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거다. 우리는 그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강한 용기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 동기부여는 본인이 직접 느끼는 강한 경험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앞서 든 예시로 설명하자면 담배를 너무 펴서 건강이 악화됐다거나, 퇴근 후 넷플릭스만 보다 살이 10~20kg 쪄서 애인이 날 떠나갔다거나. 그런 강한 결핍과 위기가 있어야만이 사람이 바뀐다.

다음은 돈 자체를 늘리는 자산증식개념보다 시간을 늘린다는 개념으로 매사에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은 돈을 더 모아 예적금을 하고, 주식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지만 돈을 모아 최종적으로 그 돈으로 타인의 시간을 사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킬링타임을 줄일 수 있다. 내 시간을 의미 없게 낭비한다면, 평생 나는 시간에 쪼들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 넷플릭스 하나 덜 보게 되고, 유튜브 쇼츠에 의미 없는 도파민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진다. 결국은 다 마음가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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