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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r 13. 2024

말을 가려 들어야 하는 이유

어른들의 말은 다 옳은걸까

살면서 많은 어른들을 만났다. 보통 동년배보다 몇 살이나 한참 많은 어른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즐기는데, 삶에서 현실적으로 와닿는 에너지가 많아서다. 어쩌면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힘든 IMF, 금융위기 다양한 풍파를 거쳐 자녀를 기르고 있는 한 집안의 위대한 가장들이다. 누가 봐도 훌륭한 직업과 경험, 혜안을 가진 이들이지만 이들 중에는 본인의 삶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의 달콤한 조언 뒤에 가려진 이 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먼저 본인의 경험이 맞다고 합리화하면 그 경험으로 한 도전이 실패할 시 한순간에 사람은 무너져버린다. 살아온 과거를 부정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을 꺼려 재기가 힘들다. 이는 곧 나아갈 길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또 반대로 본인의 경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성과를 이룬 사람들에게 단지 ‘운이 좋았을 거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된다.

보통 이런 말들은 개개인의 삶의 가치관과 기준이 다르다는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대에 슈퍼카를 타는 사람이 있는데 통장에 몇천만 원도 없다고 하자. 대다수의 어른들은 그 사람을 비난할 것이다. 왜냐고? 그 어른들은 20대, 30대에 그렇게 못해보고 당시를 희생하며 오로지 돈만 모아 미래를 대비했거든. 근데 그 슈퍼카를 타는 그 20대는 비록 저축한 돈이 얼마 없더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는 것일 수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젊음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삶의 기준에 따라 행동은 변하하며 그 어떤 선택도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연봉이 4천만 원인 직장인 A가 있다. 근데 이 직장의 다른 동기들은 5천만 원을 번다.

연봉이 3천만 원인 직장인 B가 있다. 근데 다른 동기들은 2천만 원을 번다. 누가 더 행복할까? 오로지 돈만 좇는 사람에겐 A가 더 행복한 삶이라 생각할 것이고, 능력과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는 사람은 B를 선택할 것이다. 이 말고도 예시는 수도 없이 많다. 나이 들어 혼자 살면 불행할 것이라 모두가 생각해 결혼을 장려하지만, 같이 살아 불행한 이들도 부지기수인 것처럼 우리 모두는 기준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본인이 살아온 길과 경험만이 맞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대처하는 방법은 ‘해라’가 아니라 ‘해보는 것도 고려해 봐라’라고 귀에서 필터를 걸어 듣는 것이다. 그러면 각기 다른 경험이라는 덩어리가 모여 나만의 고유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마치 과일주스 같은 것이다. 딸기와 바나나를 믹서기에 갈면 딸기바나나가 되듯, 나만의 고유함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꼭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만의 정체성이나 고유함은 어떻게 발휘되는가? 바로 이 고유함은 인생의 무수한 선택 앞에서 큰결실을 맺는다.

사람은 하루에도 200번의 선택을 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 중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그 당시를 평가할 때 결과에 따라 주관적으로 갈릴뿐이다. 앞서 말한 나만의 경험과 가치 있는 타인의 경험을 모으면 나만의 것이 된다. 이 고유함으로 더 나은 선택들을 그렇게 조금씩 해나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갓난아기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만의 경험만 좇으면 꼰대가 되고, 타인의 삶만 좇으면 내 삶을 잃어버린다. 우리를 헤치는 건 나의 눈과 타인의 눈 한쪽에 매몰될 때 그렇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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