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Mar 14. 2024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하는 이유

대한민국 해외여행객 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일상 속에 똑같은 나날을 보내는 직장인, 자영업자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늘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의 중심은 늘 1순위로 ‘여행’이다.

우리는 여행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는 사실을.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똑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한 활력, 리프레쉬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하는 걸까? 왜 이렇게 여행에 집착하는 걸까? 모두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먼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설렘을 느끼기 위함이다. 어떤 여행지를 가든 그 국가의 경제나, 문화, 역사, 사회뿐 아니라 그 나라만이 주는 내가 예상했던 감성을 그대로  느끼고 그곳에서 더 충만해지길 원한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기쁨보다 가기 이틀 전, 하루 전의 설렘이 내겐 더 가슴 뛰고 벅차다. 지금 이미 이 여행을 계획하며많은 걸 배우고 얻었거든.

무라카미하루키나 소설가 임경선은 여행지를 가기 전에 이미 원고를 거의 다 써놓고 간다고 한다. 가서 직접보고 그때 느낀 생각과 사유를 글로 적으며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다. 이들도 어쩌면 여행을 갔을 때보다 여행을 가기 전 느끼는 설렘과 사유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지에서의 충만함을 느낀 적이라고 하면 바로 쿠바에 갔을 때다. 쿠바를 2번 갔는데, 첫 번째 여행에서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자세로 책을 읽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철창 사이로 책을 읽으시는 할아버지는 그 배경자체로 아름다워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독서와 야구를 좋아하는 쿠바인이라는 기존 지식에서 눈으로 직접 보며 그걸 인지했다. 그러고는 단순히 ‘책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라는 생각과 함께 풍경의 조화를 떠올렸다.

두 번째 갔을 때 또 똑같은 곳에서 자세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는 새로운 영감과 함께 그것이 주는 소중함을 떠올렸다. 이렇게 똑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생각으로 내면이 더 충만해지는 것이다. 특히 혼자 여행을 하면 이 충만함은 정확히 배가 된다.

책 읽는 할아버지, 쿠바(2017)

여행을 하는 이유에서 영감을 빼놓을 수 없다. 짧든 길든 여행을 하면 그 시간 동안 일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보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작가가 부럽다. 가기 전 사유를 하고 현지에서 늘 무언가 떠올리며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 여행 유투버도 마찬가지다. 단 여행유튜버는 늘 구독자가 보고 있기에 재미나 자극을 위해서 본인의 모습이 아닌 카메라 앞 꾸며진 모습도 어느 정도 필요한 반면, 여행작가는 온전히 나의 모습에 집중하고 그것을 사진이나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 영감은 곧 나만의 연결고리로 만들어진다. 그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을 나만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아무도 따라 할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것. 맞고 틀리고 정답조차 없다.

예를 들어보자. 일본에 간 두 명이 있다. 일본은 100년 된 초밥집, 우동집, 라멘집 장인정신이 바탕이 된 음식점들이 엄청 많을 거다. A는 이렇게 생각한다.

’와, 역시 3대째 이어온 100년 된 집 라멘은 달라도 다르군. 맛있네‘

근데 옆에 또 다른 B는 이렇게 생각한다.

‘역시 오래된 것에는 변하지 않는 고유의 맛이 있네.

나는 이 장인정신처럼 오래된 무언가 있을까? 고유하게 지속해 오던 게 있었나?‘

연결고리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B처럼 생각하는 것이연결고리다. 하나의 대상을 경험하고 사유한 것을 본인과 세상에 투영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B의 삶은 어떻게 발전 안 할 수 있겠나? B의 인생은 어딜 가서 무엇을 하든 더없이 풍요로울 것이다.

만약 여행 중 혹은 여행 후에도 이런 연결고리가 생각이 안 난다 해보자. 괜찮다. 또다시 하면 된다. 여행에서 맛집이 문을 닫았거나, 악천후로 대중교통이 늦다거나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목적지가 바뀌거나 계획이 틀어지면 또 다른 그때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된다.

내가 사유하는 것을 증명하고, 새로운 연결고리를 얻는 이 두 가지 이유는 내게 엄청난 아이디어와 활력을 준다. 내게 여행은 이런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말을 가려 들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