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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r 21. 2024

책 출간제의를 대하는 자세

새로운 출간제안, 기회에 대하여

세 번째 책 출간 제의가 왔다. 모 출판사대표님이 마음에 드는 주제가 있어 제의를 해 온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무산되었다. 책으로 낼 특정 주제에 대한 대중들의 민감 정도가 우려되어 그 회사에서 이를 반대한 기획자가 있었다고 한다. 대표님은 먼저 제안을 했는데 다시 못하게 되어 송구하다는 말과 함께 장문의 메일을 보내오셨다.

출간제의 메일 중 일부

아무렴 어떤가. 책은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이다. 내 글로 누군가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만족이며, 책은 그것을 알리는 수단일 뿐.


기회라는 단어는 말만 들어도 누구나 설렌다. 이 새로운 기회들은 그럼 어떻게 오는 걸까? 1년 사이 글을 쓰면서 세 번의 책 출간제의가 왔다. 이런 기회가 오는 것도 감사하지만, 기회는 잡아야 의미가 있다. 이 기회를 잡는 건 다름 아닌 묵묵함이다.

꾸준히 해보자라는 다짐조차 없었고, 나는 나를 치유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육체적으로는 요가, 정신적으로는 글쓰기를 통해  내 안에 있는 스트레스를 분출하고, 이는 오로지 나를 지키기 위한 행위였다.

근데 이렇게 새로운 기회들을 계속 맞이하고 있는 건 바로 묵묵하게 계속해나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가 비록 무산되었다 할지라도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다.

그 이유는 계속 쓰는 한 기회는 무조건 또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어떻게 최대로 활용하고 시너지를 발휘할지 나는 끊임없이 고민만 더 해나가면 된다. 묵묵하게 꾸준히 무엇을 해나간다는 건 모든 직종에 종사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어려운일이다.


꾸준함이 전제된다면 늘 기회는 이렇게 무심코 찾아오지만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똑같은 기회라도 그걸 잡는 사람이 있고, 놓치는 사람이 있듯 우리는 그럼 어떻게 기회를 맞이해야 하는 걸까.

나는 매사에 늘 ‘open'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고를 지녀야 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 말만 맞고, 더 넓은 세상을 보지 않는 편협한 이들은 더 큰 성장을 이끌기 힘들다. 우리가 왜 열려있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모든 사람은 하나를 봐도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떤 훌륭한 (현대사회에서는 이 훌륭함을 ‘돈이 되는’이라고 표현한다) 아이디어가 나올지 어떻게 아나.

예를 들어보자. 나는 지금 일본 오사카에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는데 놀이기구를 기다리면서 안내원이 신발을 가리키며 일본어로 안내를 한다. 우리 둘 다 일본어를 못하니 뭐라고 말했는지 추측을 해본다.

내가 ”위험하니 저분이 가리키는 이 신발 밖에서 기다리래“

라고 말하니, 옆에서 와이프가

“놀이기구 타기 전,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신발 다시 묶거나 확인하라는 말 아니야?”

라고 말했다. 실제로 옆에 일본인에게 영어로 물어보니, 이 말이 맞았다.  

같은 한 현상을 바라보더라도, 우리 모두는 생각하는 게 이렇게나 다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 맞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모두가 맞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사유를 하는 데 있어 맞고 틀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회는 사람이 주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내게 기회를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열린 마음에서 타인과 합을 맞추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는 그렇게 열린다. 그 생각이 도덕적으로 잘못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일만 아니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정말 잘 쓴 100점짜리 글이 있다고 하자.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이 있다고 하자. 100점 받았다고 칭찬받고 추켜세워 주는 것은 학창 시절 때뿐이다. 100점짜리 시험지와, 80점짜리 시험지는 절대평가에서 큰 차이가 나니까 서열과 순위를 매기는 데에도 수월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내 실력만이 100% 부와 성공을 가져오지 않는다. 결국 나만의 것을 지켜가며 다른 곳에 물들지 않고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일. 거기에 더해 나랑 맞는 곳, 시너지가 일치하는 사람과 합을 맞추는 일. 기회를 잡는 데에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게 결국은 70~80%고, 실력은 20~30% 정도라 여긴다.

이번 계기는 기회가 날아갔다는 정의보다 단지 그 사람과 나의 합,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과정은 나의 묵묵함이며 결과는 관계의 타이밍과 운의 영역임을배운다. 사랑, 일, 기회, 사업 세상만사 다 그렇다.

결과에서도 과정의 묵묵함을 가지고 와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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