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모두 평일엔 일하는 줄만 알았다.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사업가든 월요일~금요일까지는 누구나 일하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는 주말만을 기다리면서 매출을 내는 줄 알았다.
직장인 눈에는 직장인만 보이기 마련. 오늘 쉬는 날 시청 거리를 걸으니 딱 그렇더라.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고 멀끔한 정장을 입고 있거나, 누가 봐도 직장인인 사람들만 눈에 밟힌다.
‘저 사람은 나랑 똑같은 브랜드 가방이네’,
‘저 사람 넥타이 잘 어울린다, 어디서 샀을까?’
‘저 사람은 어떤 회사에 다닐까? 사원증이 너무 작아 보질 못했네’
이렇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만 집중한다. 다른 일반인이나, 취업준비생, 대학생, 할아버지 할머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확연히 내 인생과 다르다고 단정 짓기 때문이다. 이렇게 월요일, 백화점도 가고 카페도 가고 서점도 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웬걸? 백화점에 안경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다. 물론 평일에 쉬는 직장인들도 많고, 여기저기 외국어가 들리는 것을 보아 여행객들도 많다는 사실을 안다. 근데 이를 빼고서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 옷 쇼핑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면서 드는 단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평일 9시부터 6시까지는 ‘일하는 시간’이라고 나 스스로 규정해 왔던 것들이 흐트러지면서 다양성과 수용을외쳤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느낌이다. 이 시간이 아니고 새벽이나 저녁 6시 이후에 돈을 버는 사람들, 심지어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버는 사람들은 많다. 시차가 다른 외국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도.
우리는 본인에 갇힌 틀을 깨야한다. 사람은 한없이 이기적이다. 두 갈래가 있다면 늘 편한 것만 쫓는다. 남의떡이 더 커 보이고, 늘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질투와 시샘만이 가득하다. 만족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나보다 더 여유롭거나 잘난 사람이 있으면 내 꼴이 한없이 처량해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을 찾는 방법은 더 가지려 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라고 하는 거다. 근데 이조차도 힘들 때? 그조차도 힘들 때에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게 바로 내 세계에만 갇힌 틀을 깨는 첫 작업이다.
직장인은 당연히 직장인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알고 있다. 지식도 아니고 그냥 직장인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 가령 대한민국에서 시가총액 순위 1~5위라던가, IT업계에서 가장 대우나 복지가 좋은 회사는 어디라던가, ‘카더라’라고 하는 것들 말이다.
근데 내가 너무 놀란 일이 있었다. 친한 친구가 얼마 전에 소개팅을 나갔다. 그 친구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들으면 아는 기업에 재직 중인 친구였는데, 어떤 일을 하냐는 상대방의 질문에 자신 있게 회사명을 얘기했다고 한다. 근데 이 여성분은 그 회사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전공하고, 예체능만 했던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이 회사를 모른다고?라는 친구의 반응에 당연히 모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억울하다는 눈치를 지었다고 한다. 물론 그 소개팅은 잘 되지 않았지만, 친구 얘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우리만의 세계에 지나치게 갇혀있었다는 생각을 그때처음 한 것이다.
사실 이건 이상한 게 아니라 관심사가 다른 것이다. 그냥 당연한 것이다. 그녀가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여기는 발레 동작이나, 발레로 유명한 대학교, 발레 유명인을 우리가 모르듯이 똑같은 것이다.
현대사회는 어쩔 수 없이 본인만의 방어기제를 가지고있어야만 다치지 않는다. 더 안정적인 조직 울타리 안에서 금전적 보상과, 명예가 나를 보살펴줄 거라 믿는다. 이건 인간의 본능이다. 원시시대 때도 부족별로 무리를 지어 살았던 이유가 혼자 살면 무조건 죽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렇게 나약하거든. 이런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우리만의 틀과 환경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그곳이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하니 벗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우리는 늙으면서 과거를 후회한다. 친구들도, 내 주위 모든 사람들도 다 똑같다.
오랜만에 직장인인 오랜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마신다고 가정해 보자. 백수가 그 자리에 나올 것 같나? 10년이 지난 내 고등학교 동창모임도 그렇다. 과거에 아무리 친했던 모임이라도 그 친구가 백수거나, 회사를 안 다니고 다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으면 굳이 이 자리에 시간 내어 나오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하는 것은 둘째 치고, 공감대형성이 안 돼 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이름 세 글자를 기억해야 한다. 조직 안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은 편할지언정, 그게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 방황하게 된다. 회사만 바라보며 젊음을 바쳤던 부장이 갑자기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다면, 그 부장은 방황하고 다시 구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자기 탐색 시간을 단 한 번도 가지지 않고 오로지 회사에만 목숨 바쳐 일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부를 회사에 온전히 양보하고 있다는 건 달라져야 하는 신호다. 양보도 사실 날 위해서 말한 거지 이건 희생에 가깝다. 하나의 밧줄에만 매달려 있는데, 그 밧줄이 평생 닳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그게 금 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른다. 진짜 매달려 봐야만 감이 온다. 우리는 밧줄이 끊어져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안정장치를 하나 더 몸에 매고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내이름 세 글자를 기억하는 거다.
이게 무슨 말일까? 삼성전자 김 부장이 있다고 하자.
그가 10억, 100억짜리 사업을 따내서 승승장구한다. 회사는 이를 칭찬하며 김 부장에게 큰 보상을 한다. 근데 김 부장은 정말 오로지 본인 능력으로 이 거래처와의 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 장담컨대 8할이 명함이다.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다. 2할은 운이나, 그 사람의 영업능력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
즉, 그 거래처도 삼성전자라는 대기업과 거래를 하면서 자신에게 오는 효용을 철저히 계산한 거래라는 거다. 하지만 그 삼성전자 부장은 알지 못한다. 100% 본인 실력으로 이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여기며 착각 속에 살다 퇴직 후 창업하고 쫄딱 망한다.
이제는 1인 기업이 보편화될 것이다. 지금 벌써 스타트업 및 1인 크리에이터의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 1인기업의 형태를 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1인 기업에 동참할 것이고 삶은 말 그대로 적자생존의 시대로 점점 더 접어들 거다. 우리가 진짜 이 세상에서 믿어야 할 것은 10년 전 날 뽑아준 회사가 아니라 바로 내 능력이다. 삶의 통제권이 회사가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 주어져야 한다. 이게 본능이기에 1인기업은 보편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능력 있고, 트렌드를 읽는 사람들은 발 빠르게 자신의 사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직장이라는 거대한 배경을 이젠 등지고, 이 전쟁터 자본주의 앞에 나 혼자 살 궁리를 해야 한다. 나만의 경쟁력이 뭔지, 하루가 다르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직장만 다녀서 내가 뭘 잘하는지 몰라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내가 당연하게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한민국 인구 중 24년 기준 1,900만 명이 직장인이고 나머지 3,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장인이 아니다. 그들은 직장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른다. 우리는 직장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무기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직장에서 배운 것을 파생시키는 것이다. 보고서 쓰는 것은 글쓰기로 파생시킬 수 있고, 프레젠테이션은 내 기술을 알리는 피칭능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직장상사, 동료와의 관계는 사회에서 대인관계를 다지는 데 큰 자산이 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는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자.
직장을 당장 그만두자는 것이 아니다. 평범함을 지속할 수 있는 힘도 위대한데, 사람들은 이를 간과한다.
자영업자나 사업가가 대단해 보이지만, 그들은 직장인퇴직금과 국민연금등을 고려했을 때 직장인의 정확히 두 배를 벌어야만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고, 본인 시간 없이 주말에도 나가야 한다. 국민연금 및 4대 보험을 직장에서는 50% 대주지만 자영업은 전액부담이고 퇴직금도 없고, 초기자본금도 많이 나가기에 그렇다. 다들 바보라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안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을 배워나가야 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주겠다. 바로 책, 기록, 나아가 실행이다. 딱 세 가지 로직.
주말 교보문고 가서 정말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한 게 무엇인지 기록해 보고, 그걸 실행에 옮겨보자. 속는 셈 치고 일 년만 그렇게 해보고 삶이어떻게 바뀌는지 보아라. 돈 드는 것은 책 값뿐이다. 이마저 아까우면 서점대신 도서관에 가면 그뿐이다.
경쟁력은 거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