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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05. 2024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들에게

습관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전부 다 하기 싫은 것투성이다. 매일 자기 전 전화 스페인어도 하기 싫고, 매일 아침 여섯 시에 눈 뜨는 건 일어날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이제는 몸이 기억하고 긴장해서 알아서 5시 40분 정도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 게 더 싫다. 월수금 일주일 세 번 퇴근 후 요가를 하러 가는 와중에도 또 다리를 찢을 생각 하니 벌써부터 귀찮고 힘들다. 이렇게 소위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매일 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바로 하루 24시간 동안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럼 나중에 싫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된다. 결국은 싫어하는 걸 해야 나중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하루빨리 알아야 한다. 딱 싫어하는 일을 하기 전 5초만 참으면 된다. 5초 동안 아무런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거다.

좋은 습관은 결국 좋은 사람을 모으고, 좋아하는 걸 하고, 좋은 생각을 만들어 좋은 인생을 살게 한다.

가령, 내가 주말 아침마다 축구하는 걸 좋아한다고 가정하자. 주말 아침, 방청소하는 건 너무 싫고 친구의 전화에 당장이라도 축구하러 가고 싶다. 근데 축구하고 나서의 내가 느끼는 감정과, 힘들게 방 청소를 하고 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차원이 다르다. 축구를 포기한 채 방 청소를 끝내면 ‘오늘도 내가 해냈구나!’라는 단단한 생각이 쌓이고 쌓여 복리가 된다. 불편하고 하기 싫은 걸 하고 나서의 감정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고 우리에게 성취감을 안긴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하루 십분 하는 영어회화도 일 년간 꾸준히 하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 자신감이 붙고, 3년을 하면 영어로 발표를 할 수 있다. 그 습관은 복리가 되어 나를 갈고닦아 더 크게 성장시키는 나만의 자산이 된다.


하루를 만드는 이 좋은 습관들 중 특히 내게 자산을 만들어 준 습관을 하나 소개하자면 ’메모‘다. 메모 하나로책을 두권이나 내고,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것,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냐고 묻는다. 답은 다 ‘메모’에 있다. 메모는 오직 핸드폰 메모장에다가 한다. 만년필도 사보고, 수첩도 새로 사보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아이폰 기본 어플메모장이 최고다. 제일 편하고 빠르다. 아이패드로 글을 쓸 때 연동이 되기 때문에 폰도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바꾼 것이다. 근데 문득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쉽게 온만큼 휘발성이 강해 쉽게 사라진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있어도 멈추고 적고,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어도 말을 잠시 끊어서 적는다. 단어만 짧게 나중에 다시 볼 때 바로 생각이 나도록 적는다.

보통 내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근원은 책, N박스, 타인, 그리고 그냥 문득 이 네 가지다. N박스를 열어 지나온 길을 사진으로 돌이켜본다. 하나하나를 열어볼 때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생긴다. 메모를 하고 집이나 지하철에서 조금씩 글을 쓴다. 또 회사에서 혹은 집에서 아내와 함께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나 재밌었던 일에 대해서 말하다 보면 또 쓰고 싶은 것이 생긴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N박스를 안 열어본 날에는 하는 거라곤 책 읽는 것뿐이다. 집이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한다. 하루를 아무리 바삐 보내봤자 결국은 책에서 나온 메모들이 가장 가치 있고 좋은 글을 만든다. 온전히 내게 남는 시간은 결국 책을 읽는 시간인 것이다. 나머지는 그냥 밥을 먹거나, 달리기를 할 때나 출퇴근을 할 때 문득 떠오르는 걸 메모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정신과영수증>의 한 구절. 이 작가는 영수증을 모아 그때의 감정들을 메모한다. 영수증 옆에 몇 줄 메모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500원짜리 아이스크림 영수증 하나로 본인의 행복의 정의를 말한다.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이 순간 느낀 감정을 저자는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 펴 볼 수있다.

메모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날들이 사라진다. 내 소중한 과거를 다시 가질 수 있는 게 글이고메모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습관은 이렇게 나만의 번뜩이는 계기가 있을 때 만들어진다.

여러분의 좋은 습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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