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May 08. 2024

부자들이 외로운 이유

무엇이 그들을 외롭게 하는가

#1: 강남에만 집에 몇 채 있는 지인이 있다. 어떻게 그 부를 이룰 수 있었는지 묻는 대화에서 그는 갑자기 지금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든, 이 정도 모아 이쯤 되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 외롭다” 고 한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지인들, 친구들도 하나 둘 본인을 떠난다고 한다. 그게 자격지심이 됐든, 개인사정이 됐든 이유불문 곁에 남는 사람은 진짜 몇 안된다고. 그분이 그렇다 해서 주변에 인색한 것도 아니다. 본인 재산만 생각하면서 남에게 베풀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물론 나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아 그 정도 부를 일군건 맞다. 그는 내 띠동갑이다. 근데 내가 저 나이가 되어 저만큼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앞선다. 나이가 많지만 그럼에도 이 말은 나이와는 크게 관련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 이와 비슷한 또 다른 경험이 있다. 친한 친구는 미용실을 한다. 강남에 미용실 점장인데, 머리를 커트하는 도중 어떤 할아버지가 와 환풍기를 불법 설치한 거냐고 의심을 하며 점장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사실은 그냥 에어컨인데.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할아버지가 나간 뒤 내 친구는 저 사람이 건물주라며 가족도 모두 연 끊고 혼자 저렇게 지내면서 시비를 걸어 돈을 더 뜯어내고, 매년 월세를 올리고, 건물 임차인들을 괴롭힌다며 하루빨리 미용실을 이사하고 싶다고 투정을 한다.


1번 예시와, 2번 예시는 나와 아주 가까운 지인들이다.각자가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와 인성의 차이는 있으나 결론은 동일하다. 돈이 많아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 그 이유는 뭘까? 왜 돈이 많으면 외로운 걸까?

돈이 있는 사람은 그 돈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매사에 방어기제를 취하면서 주변을 경계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관계가 대개 저절로 정리된다고 한다. 바로 인간이 본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투, 이기심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에게는 자산의 정도만 바뀐 것뿐인데,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 무리에서 배척해 버린다. 우리와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또 1등 당첨이 되면 가족 포함 진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 당사자와 가까운 사람은 기대심리라는 게 있기 때문에 베풂의 정도가 본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 관계는 어쩔 수 없이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현주소다.


“너는 나보다 조금 못해도 봐주겠지만, 나보다 돈이 아주 많거나 잘나서는 안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더 그렇다.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유교문화를 근간으로근대에 들어서까지 으쌰으쌰 다 함께 노력해서 잘 살자고 새마을운동, 금 모으기 운동, 코로나 등 위기 속에서 함께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다들 욕하고 비난하지만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방역수칙을 잘 지킨 나라도 찾기 힘들다. 집단주의의 장점도 이처럼 물론 존재한다. 그보다 나는 그만큼 관계지향주의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일상 속에서 회사조직이나, 모임에서 점심밥 하나라도 같이 먹지 않고 자꾸 빠지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부적응자라고 당연시 여긴다.개인주의로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나, 그 개인주의 안에는 속한 조직에서 함께 하자는 집단주의, 서로 끌어주고 챙겨주려는 관념이 뿌리 속에 박혀있어 개인이 바꾸기 힘든 요소다. 현실적으로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란 집단주의의 부분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IMF 당시 집에 빨간딱지가 붙은 적이 있는데, 어릴 적이라 자세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으나 즐겨보는 거실의TV에 딱지가 붙은 것은 선명히 기억이 난다. 그 원인은 아버지의 잘못 선 보증 때문이었다. 누군가 친한 지인을 위해 내 전재산도 걸 수 있을 정도의 관계가 존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거다. 가족, 친구, 연인, 지인이 최고고 늘 영원할 거라 생각하며 받은 만큼 아니, 그 몇 배 이상 아낌없이 퍼준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아래 관계가 중요하고, 그 평균 수준의 정도를 벗어난 이는 주변의 질투 속에 시기와 질투 속에서 그 무리 속에서 소리소문 없이 버려진다.

이를 증명해 주는 관계와 관련한 재밌는 실험이 있다. 제비 뽑기를 하는데 A를 뽑으면 당장 100만원을 준다.근데 B를 뽑으면 50%의 확률로 100만원을 주고, 40%의 확률로 500만 원을 주고, 나머지 10% 확률로는 상금이 없다. 여러분은 뭘 선택하겠나.

외국인들은 90% 이상이 A를 선택한다. 최대상금의 고작 1/5 임에도 확정적인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근데 한국사람은 90% 이상이 B를 선택한다. 돈에 있어 모험적이다. 위 실험이나, 비트코인이 그렇게 한국에서 김치프리미엄이라고 불리며 P(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열광적인 거나 모두  ‘집단주의’가 바탕이 된다.내가 망하면 부모나 친구, 누군가가 책임을 대신 져주고, 보증을 서 줄 거라는 믿음. 누군가가 내 인생을 그래도 구원해 주겠지, 국가에서 개인회생을 해주겠지, 어떻게든 나 혼자 버려지지는 않겠지라는 믿음이 파멸을 부른다.

외국 사람들은 같이 외식을 하면 철저히 N분의 1로 나누어 정산을 한다. 4명이서 10만 원이 밥값으로 나왔다면 딱 2만 5천 원씩 내도록. 근데 한국은 어떻나.

“오늘은 내가 살게”

“너 오늘 좋은 날이니까 네가 사라”

이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게 아니다 하더라도 1차에는 누가 내고, 2차는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본인이 내는 이런 문화. 외국인들은 충격을 받는다. 아니, 오히려화를 낼 거다. 네가 뭔데 사냐고, 나도 돈 있다고. 이렇게 한국은 베풀면서 서로 끈끈한 관계를 돈으로 확인하려 한다. 외국인들이 정답인 걸까 한국인이 정답인 걸까.

돈으로 끈끈함을 확인하는데 돈이 본인보다 많으면 질투하고 시기하는 역설적인 현상. 돈과 관계 사이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팩트를 말하자면 돈과 관계는 철저히 독립적인 개념이다. 돈이 많아도 관계유지는 힘들고, 돈이 없어도 관계유지는 힘들다. 관계는 돈과 상관없이 그냥 어려운 것.

돈과 관계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과 시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미국에서 바나나만 먹고살았던 내가 같이 고생했던 형이랑 지금 맛난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이유가 있다.돈이 없든 돈이 있든 그때 그 상황과 지금 이 상황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확천금을 얻는다 해도 내가 한 푼도 없을 때 함께 해준 사람과 함께한 시간, 상황을 떠올리면 죽어도 그 사람을 버리지 못한다. 오히려 더 응원하고 보답하고 싶어 진다. 내가 취업준비가 길어지고 자신감을 잃어가며 통장에 30만 원밖에 없을 때도 내 옆에 있어준 사람이 지금 와이프가 됐다. 이렇게 우리는 상황과 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상황과 시간은 늘 바뀌고 내가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리 의미가 부여되므로 그래서 늘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얘기한다. 지금을 추억하자고.


다음은 본인에게 솔직해야 한다. 또는 그렇게 솔직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을 곁에 해야 한다. 회사에서 불륜 소문이 도는 사람들을 대놓고 욕하면서 본인은 퇴근 후 룸살롱 가는 사람, 선배가 후배를 챙겨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하면서 커피 한잔 안 사는 사람 참 많이 봤다.내로남불은 사회악이다. 돈이 많은 건 어찌 됐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솔직함이 있어야 한다.

이게 바탕이 될 때 부자를 진짜 노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난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쇼펜하우어가 왜 베스트셀러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