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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10. 2024

몇 번의 어버이날을 볼 수 있을까

건강하게 살아내는 게 기적이다

이번주에 어버이날이 있었다. 몇 번의 어버이날을 앞으로 볼 수 있을까. 더 늘 못 해 드려 죄송한 후회 속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부모님 본인에게도, 자식에게도 건강만이 최우선이고,이것만이 내가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국인은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어떻게 해서든목표를 달성해 내는 의지가 있다고 한다.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한 때 크게 밈이 된적도 있듯 말이다. 이는 한국어로는 한 단어로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로, 영어로는 Empowerment. 자기 효능감을 높여 동기부여가 더 생기게 함으로써 끝내 맡은 직무를 완수한다는 거다. 직장이나 사업을 하면서 꼭 무조건 해야 하는 외적인 압박이나,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수직적인 사회문화가 이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이 한국인 마인드로 살았더라면 직장에서 초고속승진을 하고, 사업에서 승승장구해서 무조건 성공했을 거다. 외국에 안 살아도 여행만 가도 느끼는 것이 그들은 매사가 관대하고 여유롭다. 1970-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보면 알 수 있듯, 실제로 내가 미국이나 멕시코, 외국에서 접했던 대부분의 한국인은주변보다 굉장히 여유롭게 살아가신다.

근데 이 Empowerment 한 인생을 살아 원하는 걸 이루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성취감에 가려져 무엇을 내가 잃어가고 있는지, 지금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모른다는 거다. 한 곳에만 나는 집중하겠다! 가 아니라, 본인에게서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걸 바쁜 일상 속에서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꼭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내 삶을 정직하게 영위하려고 하루하루 내 일하면서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버텨내는 거 자체가 기적이다. 이걸 할 수 있는 게 당연 건강일 테고. 건강하게 도둑질 안 하고 내가 벌어 내가 먹고사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만화 드래곤볼에 보면 전투력측정기가 있다. 전투력측정기에 이를 빗대자면 한국인은 가진 각 영역에서 고른 분포를 보이는 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 가령 부와명예욕에만 극단적으로 치우쳐있다는 거다. 건강, 인간관계, 가족, 시간 다른 건 다 포기하고서라도 이 건강과 유한한 시간만큼은 꼭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 그 둘만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늘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올해 30살인 친한 동생과 어제 저녁을 먹었다. 내가 느낀 점은 내가 아는 모든 취업준비생 중에 가장 건강하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30살이나 되어 취업도 못하고 있는데 조급하지 않냐고 물으니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30살 때 가지고 있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가 동생이지만 형처럼 느껴졌다. 특히 그는 높은 학벌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 었는데 그 이유를 물었다. 요즘같이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이 아니면 무시하고 실패자 취급하는 세상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용기가 궁금했다.

중소기업에 가서 3천만 원을 버나, 대기업에 가서 일억을 버나 그나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오래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기업 다니는 아버지 주변에 실제로 과로로 돌아가신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단다.

그렇게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남부끄럽다’라는 단어가 있다. 이처럼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건 잊고 그저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갔다는 거다. 그게 표준국어대사전에 단어로까지 나와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오직 부와 목표를 위해서. 어차피 남과는 평생 죽을 때까지 수평비교는 불가능하다.

어버이날을 보내고 엄마한테 전화 한 통 더 하면서 느낀 소고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답하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어차피 한쪽에만 집중한다 해서 그 하나마저 나중에 시간이 흘렀을 때 이룰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있는 지금, 유한한 시간 앞에서 지금 최대한 내가 욕망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절대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건강은 행복의 필요조건이고, 그 행복은 오랫동안 적금처럼 인내한다고 해서 보장되는 게 아니다. 시간은 너무 유한하다. 산에 가고 싶으면 미루지 말고 산에 가고, 마사지를 받고 싶으면 마사지를 받고, 효도하고, 내주변사람들이 보고 싶으면 약속을 잡아 하루빨리 더 봐야 한다. 이 현대사회는 모든 게 상향평준화되어 있다. 왜곡된 평균에서의 1등은 1등에서의 성취감보다 상실감과 공허함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왜곡된 평균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사회를 한 개인이 바꾸지 못한다고 하면 나라도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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