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May 16. 2024

자녀의 폰게임이 걱정된다면?

도파민과 습관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LG 초콜릿폰

중2 때 엄마한테 졸라 폰을 처음 산 걸로 기억한다. 당시 최고 인기였던 일명 초콜릿폰이다. 놀라운 게 폰을 처음 산 뒤로 약 20년이 넘도록 폰게임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게임을 애초에 안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혼자서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긴다. 근데 폰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때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어서다. 스마트폰이기전에는 친구나 가족에게 문자하나 더보내고, 좋아하는 음악을 찾거나듣는 데에만 몰두했다.

사실 무료한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게임을 하는 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온전한 각자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독이다. 담배를 피워본 사람은 안다. 몸에서 금단현상이 일어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걸. 하지만 그건 100% 변명이다. 직접 내가 끊어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답은몸에서 반응을 하든 말든 그냥 습관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무는 그 행위를 고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은 늘 새로운 걸 꺼리고 내 몸에 익숙한 것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몸에 한번 배여 버린 습관을 떨쳐내기가 힘든 것이다. 회사에서 업무가 바뀌는 걸 직장인들이 꺼려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어차피 월급 똑같고 근무시간은 같은데 새로운 무언가를 체득해야 하고, 집중해서 배워야 해서 싫은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면 그 시간은 당연히 ‘게임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밖에 우리 뇌는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하게 되고, 중독으로 번진다.


자녀가 폰게임에 중독돼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지하철만 타봐도 죄다 폰만 붙잡고 게임 중이니 오죽할까.

폰게임하는 사람은 대개 두 분류로 나뉜다. 먼저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에 투영되어 성취를 얻으려는 사람이다. 내 지인은 과거 한 달에 30만 원을 스마트폰 게임에 투자했다. 더 좋은 아이템을 사고, 레벨을 높임으로써 그 세계에서 인정과 성취를 얻었다. 크리에이터에 비유하자면 유튜브 구독자가 늘어나거나, 콘텐츠를 올려 웹 상에서 주목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게임세계에서는 본인이 최고이기 때문에 모두가 굽신거리고, 우월감에 젖는다. 현실에서는 상사한테 욕먹고 집에서 잔소리를 들어도 거기서는 행복을 느낀다.

이 중독을 타파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 그 게임 내 존재하는 최고의 레벨과, 최고 사양으로 아이템을 설정하면 된다. 극단적으로 가장 좋은 아이템과, 가장 높은 레벨이 되었을 때 그 상황이 지속되면 그 성취감과 만족감은 예측가능한 감정이 된다. 앞으로도 나는 게임에서 정상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만족감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되어 본인이 알아서 그만둔다. 예측가능한 만족은 개인이 컨트롤 가능하며, 예측불가능한 다른 곳으로 관심을 옮길 수 있게 만든다.

20대 때 연애를 생각해 보자. 이때는 모든 게 불같다.

사랑에 빠질 때에도 금세 사랑에 빠지고, 식을 때도 금방 식는다. 술집에서 술 한잔 마셔도 그렇게 재밌다. 근데 40대가 되면 친구를 만나도, 여행을 가도, 20대만큼의 열정과 설렘은 없다. 다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40대를 불혹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그 어떤 유혹에도 이끌리지 않는다. 그래서 예측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줌으로써 중독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로 부모님 지인 중 한 중견기업 사장님은 아들의 스마트폰 게임중독에 매우 걱정하고 계셨다. 그는 돈을 투자해 최고의 아이템과, 레벨로 아들의 캐릭터를 단기간에 올려다 주고 아들이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 번째 부류는 킬링타임(killing time)이다. 말 그대로무언가 할 일이 없을 때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동시간이라던가, 약속시간에 맞춰 먼저 나와서 시간이 붕 뜨거나 할 때 게임이 생각나는 것. 누군가는 시간이 남을 때 서점을 가거나, 누군가는 올리브영에 들려서 구경하듯이 그때 이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을 한다.

이 때는 다른 것을 할 수 있어야 해결이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거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렇다. 시간이 빌 때 앞선 예시처럼 누군가는 서점에 간다. 책에 관심이 있으니까 그렇다. 누군가는 올리브영에 간다.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혹은 새로운 신제품 화장품이 나왔나 확인하러 간다. 이것도 하나의 관심사다. 근데 스마트폰게임에만 늘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것을할 수 있던지, 다른 것에 관심을 갖던지 둘 중 하나도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론적이나 이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다. 그거 말고 다른 거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게임을 안 할 수 있다. 새로 배우기도 싫고 시간투자가 하기 싫으니 지금까지 할 수 없는 거다. 잘하고 좋아하면 계속 생각나서 자투리 시간에도 하게 되어있다.

유럽 선진국 중산층 조건 중에는 악기를 하나 다룰 수 있는 것, 손님을 대접할 본인만의 자신 있는 요리를 하나 할 수 있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적 격차가 아닌 이 표준이 진정한 자산이며 교양이라 여긴다.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이런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어떤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만히만 있을 수 없기에 무언가 해야 한다. 공허한 시간의 검은 입이 우리를 삼키기 전에 무엇인가는 해야 한다.  

정년 퇴직자가 소일거리라도 하려고 밖에 나가는 이유가 뭘까. 집에만 있으면 사람이 미친다. 정년퇴직하면 우리가 생각하기에 늙은 아저씨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고작 만 60이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충분히 젊은 나이라는 거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60이 돼도 죽기까지 약 3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일을 안 하는 것이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맞는 일을 죽기 전까지 해야 그게 행복한 것이다. 안 하면 또 안 하는 거대로 스트레스니까.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자녀가 있다면 그걸 찾아줄 수 있는 노력을 하게 해줘야 한다.


폰게임이라고 단정 지었으나 유튜브쇼츠나 도파민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도 포함한다. 내가 중독됐다 여긴다면 일말의 작은 생각을 통해 리밋을 정해보자. 일말의 작은 관심사를 일상 속에서 구해보는 거다.

넷플릭스를 보는데 자막 없이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튼적이 있다. 이 발음 그대로 100% 알아듣고 싶다는 확신이 섰다. 그리고는 영어를 다시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다. 단 최소한의 리밋을 정해야 한다. 1년 동안 일주일 3번 이상 전화영어를 하겠다, 오늘부터 1년 동안 게임할 시간에 폰으로 영어단어를 외워보겠다 등.

단지 스마트폰 중독개념을 넘어, 그게 자산이나 재력 보다 더 중요한 유럽에서 얘기하는 진짜 중산층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그게 삶을 유희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몇 번의 어버이날을 볼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