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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y 17. 2024

의도하지 않은 게 터지는 이유

어떻게 의도하며 살아야 할까

의도하지 않았던 게 터질 때가 있다. 지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연예인이나, 아티스트, 작가, 예술가 모두 해당한다. 본인이 낸 작업물을 전혀 의도치 않게 큰 의미 없이 만들었는데 대박 난 경우가 있고, 또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도가 아닌 전혀 다른 의도로 세상에 받아들여져 그게 대박이 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제품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삼양식품의 최대 히트작 불닭볶음면은 이렇게 대박이 날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못했다. 닭갈비의 매운맛을 사람들이 환호하자 거기에착안해 만든 제품이 대박이 난 것이다. 심지어 첫 출시 이후 일 년간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이경규의 꼬꼬면처럼 잠깐 반짝했다가 사그라드는 제품일 거라고 예상했으나 현재는 메가히트작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국내 1위 라면업체 농심의 시가총액도 제쳤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흡연자들은 알 것이다. 국내 담배업체 KT&G는 얇고 긴 담배인 에쎄 체인지를 출시했을 때 애초에 20-30대 여성 흡연자를 타깃으로 출시했다. 근데 전혀 의도와는 달리 20대부터 50대 모든 연령층까지 사랑받는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오히려 타겟팅한 여성흡연자들보다 남성흡연자에서 반응이 왔다. 이런 예시는 수도 없이 많다. 나는 글을 쓰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글에서 조회수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의도하지 않았던 일상 속의 한 예시라 할 수 있다.

국내 최고로 50억 뷰를 돌파한 싸이 강남스타일을 보자. 전 세계 아니,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고 할 수 있는 이 노래 탄생의 비화는 아주 별거 없다. 그냥 원래 싸이대로, 한국인에게 재미있는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한 게 끝이다. 평소와 똑같이 그냥 재밌게. 원래 스타일대로 아무런 부담 없이, 심지어 다른 노래보다 짧은 시간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의도가 좋다고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0.5명이라는 이례적인 출산율과 함께 정부가 내놓은 출산율 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의도는 좋은 정책이지만 자녀를 낳아도 삶의 근본적인 개선이나 변화가 기대되지않는 일회성의 탁상공론 앞에 우리는 무너진다. 즉, 정부가 의도했던 것이랑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다.

코로나 방역 실패로 정부에서 냈던 사과문의 첫 글자에는 늘 이런 말이 있다. “의도와는 다르게 이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취업준비생이 서류에서 탈락해도 오는 문자도 마찬가지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와는~, 당사는 여력이 안되어~”. 의도는 다 좋았다. 어떻게든 코로나를 막아보려 했고, 어떻게든 이 사람을 뽑아보려 했는데 안 된 거다. 누군가는 이러겠지. 의도가 좋았으니 그래도 괜찮은 거라고? 노력은 했지 않냐고? 의도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해서 책임으로부터 100% 회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선 명제와 반대로 의도가 안 좋았다고(부족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대개 애초에 원했던 의도는 사후해석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늘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다수의 의견수렴을 통해 정해진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의도는 평범했지만 대박이났고, 설령 대박이 안 났으면 사실 그의 평범했던 의도에 우리는 애초에 왈가왈부하지도 않았을 거다.


관계에서의 의도도 반전이 많다. 대개 관계에서의 의도의 오해는 언어의 문제에서 온다. 얼마 전 치과에 갔다. 늦잠을 자서 예약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갔는데, 3번이나 전화 와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왜 빨리 안 오냐는 식으로 혼을 내는 게 아닌가. 손님 입장에서 물론 예약된 시간에 못 간 건 맞아 죄송하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 근데 실제로 만나서 불편한 데는 없었냐, 친절히 응대해 주시는 걸 보고 본인은 전혀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안심과 함께 본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사람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자든 화자든 서로의 용례를 잘 살피고, 넘겨짚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관계든, 일이든 어차피 삶은 내가 의도한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계획한 대로 삶이 다 흘러갔다면 누구나 국회의원이 됐을 거고, 전문직이 됐을 거고, 정의롭고 선한 세상이 만들어졌겠지. 서울역 앞에 거지는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의도하며 살아야 할까? 의도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충격적인 일만 안 생기길 늘 바라고, 일들은 쌓여가고, 스트레스로 온갖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인데 그냥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으면 안 될까? 어차피 의도한 방향대로 상대방이 이해도 못하고, 대박 나지도 않고, 시간, 돈만 허비할 텐데 말이다.

사실 무언가를 의도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게 아니라, 일어나서 집 앞에 달리기라도 하겠다는 의도가 생기면 그 자체로 얼마나 위대한가. 내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불편함을 무릅쓰고 몸을 일으켜 세워 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멍 때리기 대회>도 최근 열렸는데, 1등인 사람보고 우리는 대단하다고 하는 판국에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이나 관계에서나 어떤 의도가 비치는 것을 한다는 건 결국 내가 뭔가 바라는 결과물이 있다는 거다.


선하고 좋은 의도를 과시하지 않고, 결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상황에 판단력을 가진 의도가 우리 삶을 밝게 한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게 터지는 것도, 대박이 나는 것도 다르게 해석하면 변화하는 상황에 당사자가 우연히든 뭐든 잘 맞춘 것이지 않을까 한다. 우연히라도 세상이 원하는 그 의도를 맞추려면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심리에 탄력을 가져야 한다. 어차피 ‘될놈될’이다. 되는 사람은 다 된다. 의도에 집착하지 않고 내려놓고 다양하게 두드려보는 게 최선이다. 어차피 운도 그런 사람에게만 오거든. 그런 사람들만 터지는 것이고, 그게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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