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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24. 2024

노잼시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일희일비하는 그대에게

모든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 때 각자만의 의도가 있다. 그 의도가 들어맞건 안 들어맞건 의도에 합당한 결과의 책임은 온전히 본인몫이다. 의도만 좋았다고 해서, 예측 불가능한 외적변수로 결과가 안 좋았다고 해서 의도에 대한 책임을 100% 회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냥 그 책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가만히 있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어떻게든 시간대비 효율을 뽑아내려 애쓴다. 마음 편하게 여행 가는 날에도 오죽하면 무엇이라도 인사이트를 얻으려 글을 쓰고, 사유를 한다. 어떻게라도 무언가 남긴다.

결국 이런 나 같은 사람들은 많은 의도를 가지고 일을 여기저기 벌린다. 이 벌린 일에 대한 결과를 맞을 때 순간의 감정의 파고는 아직 적응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결과에 일희일비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인이 원했던 의도에 걸맞은 보상을 원하기 마련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은 성적을 받고 싶고, 공모전에 지원을 했으면 당선이 되고 싶고, 운동을 했으면 근육이 생기거나 살이 빠지고 싶고 이런 식이다.


근데 우리가 그걸 알면서도 간과하는 것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했다는 행위자체에 초점을 두면 삶은 굉장히 편안해진다. 결과가 안 좋았든 뭐든 무언가 의도했던 적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적어도 그거보단 2배, 3배 값지다. 왜냐하면 설령 결과는 실패했을지언정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 예상과 달리 더 좋은 일도 생긴다. 지난 내 모든 삶을 돌이켜보면 그렇다. 입사지원 4번 만에 고치고 고쳐 경험이 쌓여 원했던 회사에 들어간 적이 있고, 계속되는 투고 실패에 낙담하던 중 오히려 먼저 출간제안이 와 마침내 첫 책을 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또 출간제안이 왔다. 출간제안만브런치 1년 10개월만에 벌써 네번째다. 근데 그게 책으로 나오든 안 나오든 큰 집착과 흥분이 이젠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내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정확히 기대의 배가 된다. 좋은 일도 섣불리 생각 않고 나쁜 일 앞에서도 침착하고 덤덤해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능력이 아닐까 한다. 이는 한 단어로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라 하겠다.


삶은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예측도 안된다. 슈퍼컴퓨터가 있다한들 아직 기상청은 날씨도 제대로 못 맞춘다. 그 잘난 트럼프도 재선에 실패한 적이 있고, 심지어 얼마 전엔 총에 맞아 죽을뻔했다. 매 순간 지금에 집중하며 그냥 살면 된다. 트럼프도 아마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유기견보호소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폭우가 내렸다. 산꼭대기에 있어서 마치 워터파크에 온 것처럼 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힘겹게 봉사를 끝마쳤다. 비가 안 온다 해서 그날로 날짜를 바꿨는데 그날만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것이다. 모두의 원성이 빗발쳤고 난 그 누구에도 책임을 돌릴 대상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늘을 원망해 봤자 아무 의미 없지 않나. 근데 그와중에 유기견보호소에서는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도 봉사를 하러 와서 감동이라며 사진도 찍으시고꽤나 고마워하셨다. 이걸 보면 좋은 일은 늘 불행을 품고 있고, 나쁜 일도 행운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누구에게나 ‘노잼시기’라는 게 존재한다. 뭘 하든 크게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말 그대로 재미가 없는 인생권태기 시기. 이 시기는 갑자기 훅 찾아온다. 2년 전에 그랬다. 일도 그냥저냥 매일 똑같은 일에 재미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여자친구도 오래 만나 새로운 곳에 데이트를 가도 예전 같지 않고, 관계에서도 매일 똑같은 사람에, 매일 똑같은 얘기에 주변의 모든 게 단조로웠다.

모두가 이 시기를 불행하다고 삶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지만 사실 이 시기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왜? 모든 게 안정된 상태에서만 올 수 있는 시기거든. 당장 돈이 없어 오늘내일 일용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하자. 몇 년째 시험에 불합격해 고시 낭인이 된 사람, 방구석에 은둔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이 시기는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먹고살기 바빠 일을 하러 가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인생이 재미없다고 비관할 게 아니라 축복이다.

생계가 안정적이고, 평범하게 살고 있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누군가에게만 올 수 있는 특권이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루 24시간 중 가장 힘든것이 있다고 한다면 밝은 날에 도취되지 않고 어두운 날에 낙담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 성인군자만 할 수 있는 이런 마음가짐을 우리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배워 늘려 나가야 한다. 결국 다 아주 미세한 생각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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