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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19. 2024

인간관계 흔한 레퍼토리

지금 있는 관계라도 유지하려면

이번주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상담이 무려 2개나 왔다. 한 명은 중학생, 한 명은 40대 아저씨다. 온라인뿐 아니라 내 주변에도 많다. 유독 여름이라 불쾌지수가 올라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관계에서의 불협화음이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주변의 남녀가 헤어지고, 친구의 안 좋은 모습이 하나둘 보이고, 가족 간 돈 때문에 싸우고 늘 영원할 것 같던 주변 관계에 하나둘 금이 가기 시작항다. 이들은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상실감에 한없이 무력해한다. 얘들아, 너넨 그럴 친구라도 있지 난 이제 그럴 친구도 거의 없어.

 

사실 나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동창회에 오랜만에 참석했다. 30대가 넘어서니 사회에서 만난 형식적인 사람들 말고 옛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곳에서 30대의 인간관계 말로만 듣던 그 흔한 레퍼토리를 경험했다. 서로 결혼여부를 묻고, 집은 샀는지, 전세인지, 모은 돈은 어느 정도 되고, 연봉은 얼만지.

누군 더 잘 나가고~ 누군 더 못 벌고. 걱정을 방패 삼아 괜히 까내리고. 그 친했던 친구들이 누구보다 잘났는지, 본인보다 못났는지 머릿속에 계산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누군가는 안심하고 누군가는 질투한다. 그게 보인다. 타인의 수준이 지나치게 본인을 간섭한다. 그렇다고 모두의 질투를 산 그 녀석은 또 술값을 내나? 그것도 아니다. 아니, 이렇게 서로 기분 상할 거면 대체 왜 보자고 한거야. 집 가는 길, 현타가 세게 온다.

  

대개 관계라는 건 더 좋아지는 경우보다 안 좋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미 맺어진 관계에서의 익숙함에 속아 더 노력하기는 쉽지 않고, 소원해질 확률이 높아서다. 다 차치하고 현대사회는 일단 나 하나 살기도 벅찬 시대니 그럴 만도 하다. 일-퇴근-일-퇴근-일-퇴근.

그 사이 운동을 한다거나 책 몇 자 읽으면 그 자체로 대단한 사람이다. 평생 가까이하며 배워라.

이렇듯, 누가 좋든 싫든 우리는 일단 관계에 투자할 절대적인 시간이 없다. 나만해도 눈을 뜨면 오늘 해야 할 것, 씻고, 신문, 집안일, 공부, 여행일정, 약속, 봐야 할 것(책, TV, 유튜브) 생각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카카오톡에 누군가 생일알람이 뜨면 생일선물부터 고르며 서로 품앗이나 하고 있는 판국이다. 내가 주면 상대방도 내 생일 때 주고. 걔네가 먼저 주면 나도 비슷한 가격대 보내주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액도 똑같이 맞춰야 한다. 상대방은 3만 원짜리 보내줬는데 내가 오버해서 5만 원짜리 보내준다거나, 오히려 성의 없게 커피 한잔 보내준다거나 이러면 안 된다. 관계에서는 부족해서도 과해서도 안된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거나 반대로 서운해한다. 그 어떤 문제도 애초에 만들고 싶지 않은 최소한의 노력이다. 분명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삼십 대가 되니, 생일이나 결혼식처럼 경조사에나마 이렇게라도 관계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다. 내 이름 석자 기억하게 해 줄 수 있으니. 나는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SNS상 팔로잉 중 이름이나 성이 기억 안 나는 사람이 꽤나 있다.


과거에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건 이 정글에서 나이가 들며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한 적이 있다. 맞다. 이것은

100%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 나이를 먹으며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고, 특히 가정을 꾸리면 더 가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싫어서,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관계의 소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다면 지금 내 곁에 있는 관계들로만이라도 문제 안 일으키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정답은 없다. 관계는 양면적이라 어느 쪽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답은 갈라진다. 사실 서로만 잘 맞으면 그뿐이다. 결국 각자 관계를 잘 다루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법뿐이다.  

내가 지금 곁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던 방법을 소개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 첫째는 절대 돈으로 엮이지 않는 것이다. 내 고향 친구들 중 가장 서로 친한 친구 둘은 함께 자영업을 하다 절교를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친한 형 밑에서 3개월 일하다 절교를 했다. 같이 50%, 50% 투자를 하든, 월급을 받는 갑을관계를 만들든 그 관계를 지키고 싶다면 절대 돈으로 엮이지 말아야 한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다 똑같다. 이건 진리다. 조금이라도 엮이면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50대 50이라도 형평성을 본인의 잣대에만 들이댄다. 사람은 아무리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도 타인보다 내가 우선이다. 이기적인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친한 친구가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하자. 나는 백수다. 그럼 겉으로는 축하해 주면서도 진짜 내 표정을 숨기기 바쁘다. ‘그럼 나는? 나는 언제 하지? 난 어떡하지?’

집 가는 길, 이 걱정만 뇌리에 박힌다.

자본주의에서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것이 돈이다. 나를 지켜주는 것이다. 이 돈과 엮이면 그 어떤 관계든 무너지게 돼있다. 돈과 꼭 직접적인 게 아니더라도 특히 가족 간에는 청약이라던가 간접적인 부분도 아예 안 엮이도록 해야 한다. 한턱 쏘고 싶으면 대가를 바라지 말고 그냥 쏘고, 빌려주지도 말고, 같이 뭔가 절대 하지도 마라. 그러면 그 관계는 발전되진 않는다 해도 적어도 잃진 않는다.


다음은 관계란 만날 때만 친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다 똑같다. 오랜만에 친구와 여행을 가서 술자리를 가졌다 하자. 술에 취해 평생의 우정을 약속하고, 간이나 쓸개나 다 빼줄 것처럼 얘기하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다시 각자의 인생을 살기 바쁘다. 현대사회는 어쩔 수 없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연인도 아닌데 넌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고, 누굴 만나고, 밥은 먹었고 일상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거리를 어쩔 수 없이 두게 되고 결국 만날 때만 친하다는 걸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 내가 편하다.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것이고, 내 인생은 내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필요할 때만 찾으면 그게 친구냐고. 친구는 원래 내가 필요할 때 찾는 것이다. 아무 조건 바라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게 진정한 친구고, 나이가 들면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여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내가 백만장자고, 친구가 돈 없는 백수라고 해보자. 내가 백만장자라서 당연히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밥을 몇 번 샀다. 백만장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다시는 그 백수를 보지 않는다. 당연하게 여기니까. 서로 도움을 주는 상생관계가 아니니까.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만약 친구는 늘 가까워야 하고 필요할 때 찾는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 타인으로 하여금 외로움이나, 공허를 채우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라.


마지막은 내 주변이 잘되는 걸 하늘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내 일처럼 축하하고 감사해하는 것이다. 이걸 실제로 터득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족은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지인이나, 친구는 웬만해선 쉽지 않다. 수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내 주변이 잘 되는 게 내가 잘되는 것. 어차피 사람은 끼리끼리 다닌다.

끼리끼리 다닌다는 게 사실 변질해서 배타적인 패거리

집단이 되거나, 학교의 따돌림이나 왕따를 낳는 모순도 있지만 사람은 각자 수준에 맞게 놀기 마련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 똑같다. 그냥 내가 속한 조직의 수준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행복하다. 성향이나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의 이해의 폭이 넓어 대하기가 편하다. 따라서 주변이 잘되는 걸 진심으로 내 일처럼 기뻐해보자. 상대에게도 그 진심 어린 마음이 무조건 전달된다. 내 조직의 수준자체가 높아지는 게 내가 진짜 잘 풀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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