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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15. 2024

회사든 사람이든 결국 ‘시스템’

작은 의식과 습관이 만든 시스템

요즘 나만의 작은 의식 혹은 습관들이 모여 결국 내가 원하는 하루를 만든다는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일정한 시간에 그냥 하면서 하루 속에 나만의 형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 형식을 꼭 가져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는 본인이 내키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이도 있고, 매일 술을 마셔 술에 취해 잠드는 사람, 불면증에약을 먹고 자는 사람,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등 본인만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많다. 심지어 이런 사람들이 인생을 마음대로 살다 그저 운이 좋아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승진을 한다거나, 귀인을 만나다거나 등 인생이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좋은 일은 단지 본인의 ‘노력‘으로만 이뤄지진 않는다. 그래서 불공평하고, 억울해서 재밌는 거다. 그래도 본인이 운을 불러오는 통제가능한 방법이 노력밖에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주어진 일상에서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본인만의 형식을 갖춘다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못 갖춘다 해서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은 대개 아주 높은 확률로 운에 의해 결정된다. 그 운에결정된 결과에 의미 부여하며 행동을 맞추어 새로운 동기부여를 하거나, 해석하거나, 계획과 다짐을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하루 속에서 나만의 형식 자체는 대체 왜 만들어야 하는 걸까.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삶을 그 하루동안 본인이 통제하고 있음을 의식적으로 깨닫기 위해서다.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삶을 통제하지 않는 것은 동물과 다를 바 없다. 결국은 통제된 하나하나가 모여 시간이 지나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본인이 알아야 한다. 그 통제된 의식과 나만의 형식을 우리는 ‘시스템’이라 부른다. 이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매일밤 어떻게든 다음날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생각하는 것이고, 밀린 일을 하는 것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고,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이고, 가족과 친구에게 시간을 쪼개 안부인사를 남기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석연휴 때는 더 그렇다. 카카오톡을 열어 지인에게 밀렸던 안부문자를 보내는 것도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나만의 통제된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회사도 똑같다. 직원이 늘어나고 그 규모가 방대해질수록 업무매뉴얼은 더 세분화된다. 00 실수를 했을 때에는 00 매뉴얼로 업무를 처리하고, 매출숫자가 안 맞으면 영업팀에, 회계가 안 맞으면 회계팀에, 연차 관련은 인사팀,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있다면 총무팀에 물어보면 된다. 그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든 간에 결국 ‘팀’과 ’상황별 매뉴얼‘이라는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연휴가 길든, 공휴일이 있든, 누군가 연차를 쓰든 즉, 나사하나 빠져도 그 어떠한 흔들림 없이 잘 굴러가는 것이다. 만약 일 잘하는 에이스가 휴가를 가서 일에 문제가 발생한다? 나사가 하나 빠졌다해서 분업된 모든 일이 올스탑된다?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의 문제다.


내가 내 하루 습관을 만드는 시스템은 이렇다. 아침 다섯 시 사십 분에 눈을 뜬다. 씻으면 대충 여섯 시. 월수금은 두피샴푸를 쓰고, 화목토는 일반 샴푸를 쓴다. 옷을 입고, 40분~50분간 글을 쓴다. 6시 50분에 매일 쓰는 조말론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선다. 날씨 앱을 본다. 비 오면 우산을 챙긴다. 신발은 그때 날씨에 맞춰 느낌 오는 대로 한다. 출근길은 작은 가방 안에 들어갈 크기가 작은 책 하나와, 에어팟, 안경을 휴대한다. 책은다 읽으면 바꾼다. 노래는 늘 책을 읽기 위한 빗소리나 장작소리로 한다. 일상을 마치고는 약속이 없는 날에는 3km 정도를 뛰며, 집 와서 신문이나 책을 보고 아이패드에 거시적인 계획을 세운다. 와이프와 함께 해야 할 일정이나, 자산을 체크하고, 지출을 검토하는 식이다. 그 이후에는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주말에 서점 가고 머리 자르고 등등 계획을 세우면서 한 시간 정도 내 시간을 갖는다. 그다음은 취침.

잠이 잘 안 올 때가 있다. 그럴 땐 다시 자리에 일어나 유튜브 빗소리를 켠다. 그리고 방해금지모드를 켜고 핸드폰을 멀리 둔다. 안대를 낀다. 그럼 어떻게든 잠이 온다. 다음날 큰 지장이 없다. 이렇게 무한반복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다. 모든 걸 계획하는 J라서 그렇다고? 난 철저한 P다. 30개국을 넘게 여행하면서 계획하나 안 세우고 그냥 갔다. 여행 가서 그냥 호텔에만 있었던 적도 있다. 딱 정해진 시스템 외, 모든 변수는 단 하나도 통제하지 않는다.


정말 사소해 보이는 이 일상도 모든 게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결국 움직인다. 어떻게 적용가능하냐. 만약 혼자 여행을 갔는데 비가 갑자기 온다고 생각해 보자. 카페에 가서 멍하게 있지 않는다. 가방 안에 있는 책을 펼칠 것이다. 혹은 에어팟으로 노래를 들을 것이다. 잠이 안 오면 들고 온 안대로 잠을 잘 것이다.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엔 운동화를 신고 아무 데나 뛰러 갈 것이다. 시간과 장소가 바뀌어도 이렇게 정해진 시스템이 내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지켜준다. 그 어떤 변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방어막이 되어주고, 더 올바른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작은 의식과 습관은 작지만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진다. 매일 글을 쓴다고, 매일 일찍 일어난다고 대단할게 아니다. 나는 내가 짠 시스템안에서 움직일뿐, 본인도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면 그뿐이다.

인간이 만든 컴퓨터도 시스템시작과 시스템종료가 있고 그 시스템을 우리가 철저히 통제한다. 왜냐면 우리가 그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추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추석이다. 일 년 사이 우리는 어떤 습관들로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고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반추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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