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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Sep 05. 2024

MBTI를 안 믿는 이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중요한 점심식사가 있었다. 이분은 미국인인데, 초면에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 의외였다. 바로 MBTI를 물어본 것이다. 한국은 이제 외국인까지 MBTI를 전파하는 나라다. 모든 관계의 대화의 첫 시작, 스몰톡에서도 이렇게 시대를 타고 있다. SNS로 치자면 버디버디,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차례로 넘어왔듯, 과거 혈액형을 물어봤다면 이젠 MBTI로 세대가 넘어온 것. MBTI를 모르면 이제 2030 사이에서는 대화가 안 된다. 서로를 알아가는 소개팅이나 사교모임에서 뿐만아니라, 심지어 한 조직의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상하관계가 뚜렷한 곳에서도 MBTI의 중요성은 나날이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MBTI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있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함께 한 부모도 아직 잘 모른다. 나 스스로도 아직 성격적인 부분에서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최근에 이와 관련한 사례가 있다.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볼 때, '내가 쓴 게 맞는지'에 의문을 가진다. 글 내용 자체에 대한 의심을 한다기보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는지'를 아예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많다. 그게 좋든 나쁘든 의미를 다 떠나서. 심지어 그중에서는 가깝게 오랜 시간 지낸 친구들도 포함된다. 본인이 아는 ‘나’와 글에서의 ‘나’의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내가 아는 내 성격과 취향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잘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글을 쓰는 사람 관련 대부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라고 하면 말이 많지 않은 내향적인 타입이며, 인간관계가 좁고 깊다고 여긴다. 글쓰기 플랫폼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고, 실제로 주변에 글을 좋아하고 독서를 취미로 삼는 이들 대다수가 그렇다. 일단 글 자체를 써 내려간다는 게 많은 생각을 요하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회에선 외향인, 집에서는 극내향인인 이중적인 삶. 삶 전체를 보면 그 둘 중 어느 한 중간쯤 있는 나는 늘 그런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그래서 MBTI를 믿지 않는다. MBTI는 사실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언제 하든 그냥 E. 늘 외향적이라고만 나오기 때문이다. 타인들 모두가 나를 그렇게 본다. 다른 사람이 쓴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금의 내가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현재 내향적이다.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다. 아직 남아있는 현실을 피하면서 살아왔던 적. 상처와 어두운 면을 감추려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면서 진짜 내 모습을 회피했다. 내가 아닌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감정선이나 관계에서 오해를 사고, 주위의 모든 게 하나 둘 삐걱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매일 욕만 달고 사는 사람이 어느 날 욕을 하면 ‘아, 오늘도 욕하는가 보다’라고 단정 짓고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근데 살면서 욕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욕을 하면 모두가 기겁을 한다. 그런 식이다. 늘 밝은 모습만 비쳐야 한다는 강박감 그리고, 나는 언제나 늘 밝으니 툭툭 내뱉는 타인들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우울하기도 했다.

썼던 글이 조금씩 쌓여가자, 이제야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다. 이젠 누군가에게 애써 밝은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내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살았구나'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바뀐 내 모습에 똑같이 놀랜다. ‘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과거에 살았다!’가 아닐지라도, 최소 글을 쓰면서 결국 나 스스로 그렇게 되어간다는 것이 너무 좋다. 그래서 내 글이 미래지향적인 글이 많은 것이다. 글을 써서 더 나아지면서 읽는 독자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멋진 선순환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에겐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1. 거짓된 A에 취해 A만 하며 그걸 어필하는 사람

2. 거짓된 A를 하면서 진짜 B를 숨기는 사람

3. 진실된 A와, 진실된 B를 자신 있게 해 나가고 밝히는 사람


대기업을 다니는 회사원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1번은 본인이 싫어하는 일이나, 돈을 많이 주고 사회적인 명성이 있기 때문에 (싫어하지만) 억지로 그 일을 하면서남들에게 본인을 어필한다. 실제로는 본인이 무엇을 애초에 바랬고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그저께 회사선배와 술을 마셨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퇴근 후 본인의 시간을 들여가며 돈을 더 벌고 싶은 이유를 묻자, 나중에 40대가 되어 동창회를 하거나, 누군가를 만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임원이 되어있고 최소 부장이 되어있는데 본인은 그 모습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그게 싫다고 한다. 그래서 돈이라도 많아야겠다고 한다. 결국은 타인이 바라보는 본인의 평가와 시선에 본질이 맞춰져 있는 삶인 것이다. ‘왜’ 돈이 많아야 하는지는 진지하게 생각조차 안 해본 것. 어릴 적부터 누구나 회사 다니는 게 꿈은 아니었을 테고, 생계에 못 이겨 회사에 입사지원을 해도 그 임원이라는 직책이 꿈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주인이 아닌 이상, ’00회사에서 00 직책에 올라가야지 ‘를 오랜 꿈으로 간직한 사람은 애초에 없단 거다. 그저 임원이 주는 혜택, 돈, 명성이 받쳐 주기 때문에 그 자리를 원하는 거다. 진정한 본인의 꿈이나 목표가 아닌 거짓된 A에 취해서살아가는 사람들이다.


2번. 거짓된 A를 하면서 진짜 B를 숨기는 사람. 이들은생계 때문에 회사를 다니고는 있지만 진짜 하고 싶은 B가 있다. 근데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는다. 괜히 소문만 나고 안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생계 A에 불이익을 남길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2번부터는 시키는 일은 열심히 하지만, 본인이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원하는 B를 할 때만이 성취를 느낀다. 그걸 심지어 본인은 알고 있다. 매일 출근길이 고달프지만, 가슴속에 늘 꿈을 간직한 채로 A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인 삶을 살고 있다.


3번. 진실된 A와 진실된 B를 자신 있게 해 나가고 이를당당히 생각하는 사람. 실제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주변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얼굴을 까고 유튜브를 한다거나, 집필활동을 한다거나, 마라톤을 나간다거나(실제 전문적으로), 다른 걸 준비해 본다거나. 이런 사람들이 회사에서 주어진 일도 더 잘한다. 주인의식이 있다. 회사에서의 성장을 본인의 최종 목표 B로 연결시킨다.  본인에게 솔직하고 숨기지 않기에 기회는 늘 열려있다.


우리는 결국 오늘 무엇을 위해 출근하는가? 왜 돈을 버는가? 3번 같은 사람이 성공할지는 모른다. 근데 나중에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막노동을 해도 본인만의 꿈이 있어서 그걸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사람. 그 3번이 1,2번보다 훨씬 위대하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본인에게 지는 게 부끄러워 더 열심히 노력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면 지난날은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 든다. 이 세상에 떳떳하다.

내가 존경하는 지인 중, 15킬로를 몇 개월 만에 빼신 분이 있다. 이 분의 다이어트 계기를 물으니 회사에서 어느 날,

"너 같은 돼지는 처음 봤다. 요즘 회사 편한 가봐?"

라는 상사의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요즘 시대 같았으면 신고하고 남았을 텐데, '두고 봐라'라는 심보로 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을 뺐다고 한다. 독기를 품은 것이다. 무언가 내가 하는 것이 있으면 주변에 이렇게 당당히 알려야 한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결국은 다 이루지 않나.


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숨기지 않아야 한다. 남들이 머라 하든 그래야 그걸 더 이룰 수 있고 더 자극이 된다. 그들을 자원으로 활용해 보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 꿈과 목표에 대해 말하면 대부분 모두가 질투하고 욕한다. 이 질투로 우리는 독기를 품으면 된다.

욕해? 시기해? 알빠노다. 오히려 더 고맙다. 어느 한 조직에서 질투와 시기를 온전히 받는다면, 그 조직을 떠날 준비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우리는 그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내 능력대로 더 높이 올라가면 그뿐이다.


보다시피, 인생과 MBTI는 사실 큰 연관이 없다. 내가 보이는 이미지도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MBTI로 궁합을 매긴다? 다 의미 없다. 내가 뭔 짓을 해도, 어떤 성격이든 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내가 숨 쉬는 것도 싫어한다. 내가 자아가 두개든 세 개든 이중적이든 간에 그냥 이렇게 전부 다 보여줘라. 그게 오히려 재산이다. 모두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사느냐가 키포인트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가 10억 모으기를 목표 세웠다면 시간을 깎고 깎아서 그걸 만들고. 돈보다 행복을 중요시한다면 가정에 100% 집중을하고. 이런 식이다. 내가 하는 걸 오픈하고 목표에만 집중하면 다른 건 다 배신해도 결과는 남는다.


MBTI 결과에서 내향적으로 나오든 외향적으로 나오든, 난 두 면을 동시에 갖고 있고, 내 앞에 주어진 것들이 재밌고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럼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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