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그리 Oct 30. 2024

늘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

자기 편향과 발상의 전환 사이에서

살다 보면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디가 됐든 이런 광경을 보면 저절로 멈춰서 셔터를 누르게 된다. 마치 그때로 날 돌려놓은 것 같은 편안한 기분.

중국 충칭의 한 문방구

쿠바에 있을 때도 그랬다. 첫 방문 때 하바나의 힌 골목에 허름한 집 앞에서 책을 읽고 계시던 아저씨는 일 년 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또 똑같은 자리에서 책을 읽고 계셨다.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들은 그 자체로 미소 짓게 한다. 요즘같이 빠르게 생겼다 없어지는 시대 이만한 값진 게 있나 싶다. 세상이 빨리 바뀐다고 욕할게 아니라 어쩌면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라 결국 나였는지 모른다.

신제품 2024 FW 옷사고, 신발 있는데 또 사고, 늘 새로운 것을 소비하는데 우리는 도파민을 방출하고 일시적 희열과 쾌락을 느낀다. 아파트도 마찬가지. 요즘 신혼부부들은 부동산에서 입지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연식이다. ‘얼죽아’라고 해서 무조건 신축이 좋다는 인식이다. 당연하지, 안에 수영장도 있고 골프장도 있고 온갖 커뮤니티가 다 갖춰져 있어 밖에 나갈 필요가 없다.


인간은 늘 발전하는 존재다. 그만큼 한 사람이 과거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이에 기술도 자연스레 발전하고 우리 주변의 것들도 더 세련될 수밖에. 근데 이 욕망은 항상 부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바로 성장에 따른 혐오와 증오 재생성이다. 내가 남보다 더 발전하고 싶고, 더 가지고 싶고, 더 잘나고 싶다. 그래서 비교하면서 질투하고 까내리고 혐오한다. 이걸 이겨내려면 늘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돌아봐야 하는데 그게 바로 옛것들이다. 이만큼 내가 잘 달려왔구나, 이만큼이나 가졌었구나, 누렸었구나.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능력이든 이런 마인드셋이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기 충족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더 좋은 것, 나은 것만 찾게 된다. 중독에 빠져 이는 견고한 확증편향을 키운다. 새로운 것들 중에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걸 선별하다 보니, 본능에 따라 결국 본인이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본인이 정해놓은 하나의 프레임에갇히고, 고정관념이 생겨 그 바깥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 정치가 됐든, 사회문화가 됐든, 경제가 됐든 본인의이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보만 선별해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때면 참 안타깝다. 다양한 주제에서 몇 분만 대화를 나눠봐도 쉽게 파악이 된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모두가 편한 걸 찾게 되고, 본인이 믿는 정보 안에서 움직이기에 어쩌면 관성적인 것에 반기를 드는 거라 꽤나 조심스럽다. 근데 어차피 이 문제의 결론은 본인과 주변사람들에게 그 어떤 이득도 주지 못하기에 이 확증편향은 서둘러 고쳐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관성적인 마인드셋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발상의 전환’을 말할 것이다.


멕시코에서 현지인들과 국제관계론을 들을 때 일이다.동양에서는 ‘검은 개’가 불행의 의미가 있다고 교수가 가르쳤다. 난 ‘검은색’이 부정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있었기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러자 다른 멕시칸 친구들은 애초에 발상자체를 달리 해 교수에게이렇게 질문했다.

“검은 개라면, 개가 부정적인 의미일 수도 있는데 왜 불행을 검은색에만 투영시키나요?“

생각 자체가 다른 것이다. 검은색이 왜 불행을 뜻하는지 그 원천에 대해 교수님은 답변하며, 수업을 끝냈는데 단순히 A는 B라고 외우고 수업만 빨리 끝나길 바랐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중국행 비행기를 타도 마찬가지였다. 요거트를 줬는데아무리 봐도 숟가락이 없었던 것. 근데 중국인들은 원래 요거트를 빨대로 먹는단다.

도착해 공항에서는 시간에 쫓겨 햄버거로 끼니를 빨리때우고 쓰레기를 치우려는데 아내가 그냥 놔둬도 된다고 한다. 그래도 치우는 게 좋지 않냐고 하니,

“네가 그걸 치우면 저 사람들 일자리 잃는 거야”

라고 말한다. 실제 옆을 돌아보니 테이블만 치우는 분들이 두 분 계셨다. 이 모든 게 발상의 전환이다. 일상에 젖어 생각하지 못했던 걸 누군가는 애초에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상에서도 이 마인드셋은 모두 묻어난다.


특히, 이 발상의 전환은 현대사회에서 더 필수적이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기 때문에 다양성을 그대로 수용하고 유연하게 상황을 읽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결국 돈을 벌고, 관계에서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혼하는 사람은 인생 망했다고 모두가  받아들였다. 일찍 남편을 잃은 이들도 과부라 하여 사회에서 가엾게 여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마치 죄를 짓는다고 인식했다. 근데 요즘은 어떤가. 이혼은 결점이라 치지도 않는다. 일이 년 살아보고 마음에 안 맞으면 이혼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난다. 인생이 더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다른 사람 찾아가는 것. 아무 흠도 아닌 것처럼, 돌싱타이틀을 달고 전 국민이 보는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다. 연예인의 이혼은 솔직히 기사거리도 아니고, 주변 10명 중 1~2명은 꼭 이혼한 사람이 나온다. MZ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황혼이혼도 많다. 과거의 큰 결점이나 선입견들이 현대사회에는 아무렇지 않은 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세상이 빠르게 급변하는 와중에 우리가 탑재해야 하는 건 열린 마음, 즉 진부하지 않은 발상이다. 빠른 적응을 돕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의미 있는 결과들도 대부분 발상을 달리해서 얻을 수 있었다. 발상의 전환을 직접 겪은 예시는 지금 쓰면서 생각나는 것만 네다섯 개일 정도로 많다. 카테고리별로 한번 나눠보겠다.


유학: 멕시코에 간다고 결정했을 때 모두가 위험하다고 만류했다. 스페인어를 배울 거면 스페인에 가지 왜 멕시코에 가서 헛고생을 하냐는 거다. 근데 난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지금 20대에 어떤 한 목적을 두고 가보지 않으면 영영 라틴아메리카 땅은 밟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스페인은 신혼여행이든, 나중에 여행으로 유럽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그리고 인생에 평생 얻지 못할 값진 사람과 경험을 갖고 왔다.


글쓰기 :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으면 술이나 먹자고, 골프나 배워라, 돈도 안 되는 글을 왜 싸지르고 있냐 등 잔소리를 하는 주변인들이 많다. 관심에도 없는 골프 돈 주면서 배울 필요도 없고, 스트레스를 방출할 무언가를 나는 정적인 것에서 찾고 싶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내 안에 있던 걸 글로 풀어내니, 걱정과 근심이 눈녹듯 사라졌다. 이젠 내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됐다.


취업: 취업준비생 시절, 한 회사를 네 번 지원한 적이 있다. 정확히는 2019년 하반기, 2020년 상반기, 2020년 하반기, 2021년 상반기. 어차피 한번 서류에서 떨어졌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다른 곳 알아봐라, 눈이 너무 높다, 기술 배워라, 일단 아무 데나 들어가고 생각해라 등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생각을 달리했다. 기존과는 다른 이런 방향으로 그럼 써보면 맞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쓴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하루라도 젊을 때 해보자. 자꾸 생각하고 도전했다. 결과는 2년 만에 결국 최종합격.

 

결혼: 명품백을 매고, 화장을 이쁘게 하고, 명문대 나와똑똑하고, 이쁜 옷을 입고, 말도 이쁘게 하고 이런 여자들 주변에 널렸다. TV에도 널렸다. TV엔 특히 아닌 여자를 찾기 힘들 정도. 근데 내가 아내에게 반했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다. 어느 날 귀여우나 저렴해 보이는 가방을 메고 왔는데 난 그때의 꾸밈없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명문대를 나왔어도 관심 없고, 20대 때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었다며 아르바이트를 해 난 상처를 보여줄 때 반했다. 보통 사람과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이 여자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너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일상: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 최근 맥북을 살려고 보는데 진짜 비싸다. 한 푼이라도 더 저축해야지 무슨 맥북이야. 주변의 만류에도 그 와중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구현하기 위해 이 기계가 필요하다면 그깟 돈은 그저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고민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리고 난 뭔가를 또 만들 것이다.


이 모든 내 철학은 맞았던 거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그냥 반은 흘려듣고, 본인만의 생각을 무조건 다른 방향으로 (본인이 생각해도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틀어야 한다.

 자,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언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냥 기존에 있는 사람들, 고리타분한 사람들 연락 다 끊고 유연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만 찾아다니면 될까? 본인이 애써 갑자기 끊을 필요도 없고 잠수탈 필요도 없다. 관계는 시절인연이라는 게 있어서 자연스레 본인이 그 관계를 이어가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멀어지는 관계가 눈에 보인다. 그때 놓아주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본인과 맞는 사람들만 남는다.

백날 이래라저래라 하는 짜증 나는 사람들이 없어지니이제 속편하다. 나만의 생각대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사는 지금이 행복하다. 어차피 세상은 뭘 하든 나한테 관심 없으니, 내가 꾸리고 싶은 내 세계를 펼치면 그뿐.

근데 문제는 뭐냐. 연락 끊고 필요 없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사람은 잠시 공허에 빠진다. 뭘 해야 하는지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다. 마치 수능 끝난 고3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백수처럼. 가장 약하고 취약한 이때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다. 어디서든 포함 안 되었다는 뜻은 어디서든 속박당하지 않는다는 말이거든. 이때 스스로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자는 작은 통제를 걸어야 한다. 그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의 최소한의 의무사항이다. 앞선 예시모두 어디 묶여있지 않은 곳에서 나온 생각들인 것처럼.


이젠 진짜 온리원이다. 무리 중 다른 사람만 살아남는다. 그 결과물에 속된 말로 ‘와, 이 새낀 뭐지?’라는 말을 듣는 사람만 살아남는 시대다. 그러려면 하물며 하나의 사물을 봐도 무조건 나만의 독창적 시각이 담겨야 한다.

어떻게? 늘 다르기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계속 많이 보고 분출하는 방법뿐. 나이브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상 의문을 가지자. 결국 나만의 다름이 기회를 만든다. 그게 영상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미운오리새끼는 이제 그 무리에서 꼴등이 아니라 1등이다. 언제 해야 하냐고? 지금 당장. 내가 지금 현재 위치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머릿속에 생각나는 걸 바로 해야 한다. 아무리 비싼 카메라 장비 사봤자그냥 폰으로 찍는 게 더 영상미 좋을 수도 있다.

‘취업하면 해야지, 아, 결혼하면 해야지, 애 낳으면 해야지’ 그러다 시간 다 가고 우린 늙어있다. 책임질 것만더 늘어난다. 본인이 생각하는 갖추어진 미래란 절대 오지 않는다. 나이 40 먹어도. 왜?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거든. 1억 모으면 해야지, 2억 모으면 해야지, 2억 모았는데 다시 5억 모으면 해야겠다. 부동산 매수나 투자등 세상 만사가 이렇다. 돈뿐만이 아니라 그땐 다른 핑곗거리가 더 늘어난다.


올해도 며칠 안 남았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난 남들과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나를 돌이켜볼 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