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명제 속에서
제목 그대로, 내가 아는 모든 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운이 좋아서 부자가 됐다고. 오늘은 우연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모든 건 우연으로 귀결된다. 지금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건 노력, 운명과는 동떨어질 정도로 대부분은 우연으로 결정된다. 단순히 내가 어느 직장에 다니고,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개인의 크고 작은 이벤트를 떠나 세계경제 혹은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선진국의 위상을 가지게 됐는지도 어쩌면 이 모든 건 우연 때문이다. 그냥 한마디로 운이 좋았던 것이다.
먼저 회사 얘기를 해보겠다. 지원서 마감기한을 십분 남기고 내가 다시 한번 지원서 제출을 누르지 않았더라면 네 번에 걸쳐 합격했다는 썰을 누구에게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그 순간에 친구와 약속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고 신호를 기다리다 문득, 그래도 한번 더 지원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 장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도 난 기억한다.
와이프를 만난 순간도 마찬가지. 어느 보통날, 점심을 밖에서 먹을까 안에서 먹을까 고민했다. 갑자기 일이 몰려 점심을 먹지 못했다. 늦게나마 혼자 대충 점심을 때우러 간 만둣국집에서 그렇게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함께 먹었다. 와이프도 그때 혼자였다. 그때 만약 내가 회사 안에서 밥을 먹었더라면, 늦어서 그냥 밥을 먹지 않을 거라고 결정했더라면, 연차를 써서 회사를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아내와 결혼은 물 건너갔었겠지. 그래서 너무 재밌다. 인생이란 게.
한국이 이렇게 선진국의 위상을 가지게 된 것도 어쩌면 개인의 이런 우연적 이벤트와 로직이 동일하다. 국가도 개인이 모여 만든 거니까. 중국이 2000년대 초 WTO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다. 이때는 아무도 몰랐다. 중국이 세계경제를 휘어잡을 국가가 될 거라고는. 중국은 갈수록 무역 비중이 늘어나더니, 2005년, 2006년엔 세계 무역규모의 고작 5%도 안 됐던 중국무역량이 15%까지 도달한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한 중국 덕분에 한국은 중계무역을 하는데 최상의 조건을 가지게 됐다. 어떻게? 그냥 우연히.
그야말로 한국은 무역 하나 때문에 전 세계 GDP 10위권으로 자리 잡았다. 자원도 없고, 토지비옥도도 최악이라 산지가 국토 전체의 70%에다가, 국가면적 자체도 좁고, 심지어 그 양옆에는 강대국이 버티고 서있고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곳에서 '무역'하나로 그렇게 큰 것이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통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50년 이내 진입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앞으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마지막이다.
왜? 모든 게 발전하고,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면서 중진국이 클 때 당연히 다른 국가들도 같이 커지거든. 절대 혼자만 성장하지 않는다. 어릴 적 생각해 봐라. 내가 키가 큰다고 옆 친구는 가만히 있나? 똑같다.
그리고 이미 선진국이 되면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안정된 그들만의 틀을 갖추어 나간다. 매년 몇십 프로씩 성장하지 않는다. 근데 단순히 우리는 중국보다 아주 조금 먼저 이 시장에 들어와서 성장했다고 중국 덕을 볼 수 있었는데, 중국이 들어온 이상 중국이라는 허들 자체가 너무 높아 선진국계열에 아무리 노력한들 발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도, 인니, 필리핀, 멕시코 이런 모든 중진국들이. 그냥 운 좋게 우리는중국보다 아주 조금 빨리 경제발전을 시작한 것뿐.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자, 이것도 뭐다? 그냥 운이다.
70년대를 좀 더 올라가 볼까? 역사적 평가가 엇갈렸던대통령이 있었다. 누구는 경제발전의 선구자, 누구는 독재자라고 표현한다. 박정희대통령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을 불러,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을 생산하라고 말한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바뀌기에 정주영 회장 입장에서는 굳이 이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면서 목숨바쳐 할 당위성이 크게 없었다. 근데 박정희는 직전 선거에서 가까스로 이겼고, 본인이 재집권이 불투명해질 걸 미리 알고 헌법을 개정해 유신을 발표한다. 그리고는 본인이 말 그대로 무언가 업적을 이룰만한 명분을 찾는다. 유신을 이어나갈 명분. 그게 조선과 자동차를 필두로 한 경제발전이다. 그래서 고속도로도 깔고 한 거다. 가뜩이나 본인이 반공 외치는데 북한보다 못살면 안 되니까 북한보다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북한으로 안 도망칠 것 아닌가. 그래서 본인입장에서는 정주영을 불러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무언가를 이뤄낼 수밖에 없었다. 본인의 재집권 안전망, 그리고 북한보다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뤄야 한다는 사회적 명분이 필요했기에 우리는 '포니'라는 첫 독자모델을 구축하고 역사적인 자동차산업의 시작을 알린다. 지금 현대자동차는 세계최고의 자동차회사가 됐다. 폭스바겐도 곧 앞지를 것이라 한다.
주변 국가를 예로 들면, 자 대만이 있다. 같은 규모의 경제라도, 예를 들어 대만에게 "십만대를 만들어줘"라는 오더가 왔다 치자. 대만 회사는 이만 대밖에 생산할 수 있는 케파가 안된다. 그러면 같은 산업의 지인들을 끌어모아 결국 십만 대를 만들어 오더를 나눠가진다. 반면 한국은 어땠나. 남 잘되는 거 못 본다. 내 케파가 이만대다. 십만 대 오더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벌어 본인의 생산설비를 늘려서 결국 십만 대를 만들어 수출한다. 경쟁사보다 경쟁력을 키우길 원한다. 각자의 그런 집념은 산업자체를 키워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시간이 지나 동종업계가 함께부강해지는 시스템을 갖춘다.
바로 옆나라 일본을 보자. 70-80년대 그렇게 부강했던 일본경제. 사람들이 잘 살고, 여유가 있으면 당연히 물가가 올라가고 인건비도 올라간다. 인건비가 올라가면 당연 제품 가격도 상승하면서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때 우리나라는 큰 수혜를 본다. 값비싼 일본 제품살빠에 싼 한국제품 한번 써보는 것이다. 그렇게 IMF가 오기 전까지 한국은 초호화성장기를 가진다.
이젠 좀 먼 곳을 보자. 브라질을 예를 들어볼까? 당시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자동차산업을 시작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시 한국보다 훨씬 더 부강한 나라였다. 근데 브라질은 현재 2024년 아직도 본인만의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도 없고, 자동차 산업 자체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없다는 거다. 거기는 좀 갖춰졌다 싶으면 정부에 로비하고, 먹고놀면서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면 우리는 한 명의 지도자때문에 오로지 산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야구를 생각해 보자. 7회 초, 7회 말쯤 되면 앞서가고 있으면 방어에 초점을 둔다. 승리하기 위해서. 브라질은 이런 거였다. 좀 발전한다고 안주하고 안주하니 편하니까 그렇게 서서히 침잠의 길을 걷는다.
아무것도 없는 건 우리도 같았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어떻게든 독일에 유명한 디자이너 데려오고, 좋다는 자재 수입해서 밑바닥부터 그냥 만들라니까 만든 것이다. 안 그러면 내가 죽으니까.
만약 박정희라는 대통령이 당시 집권을 하지 않았더라면, 주변국의 우연이 한국에게 없었더라면, 중국이 만약 WTO를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한국은 지금 없을 것이다. 다 우연이다. 죽도록 노력해서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면서 일궈낸 결과가 아니라는 거다. 그냥 운과 우연. 끝.
자, 우연으로 이뤄진 이 모든 세계경제 속 현 상황을 짚어보자. 모든 돈이 미국으로 간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것이 관세를 부과하고,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무역전쟁은 더 심화될 것이다. 이젠 진짜 강한 국가,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 그런 시대가 됐다. 달러는 비트코인과 함께 더 패권을 곤고히 다질 것이다. 가진 게 많으니, 사실 관세를 붙이는 건 그들에게 일도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첫 취업해서 이백만 원 벌던 사람은 필요한 것이 생겨 이것저것 월급을 탕진하며 옷도 사 입고, 선물도 하고 한다. 근데 한 달에 삼천만 원, 사천만 원 벌어봐라. 크게 사고 싶은 것도 없다. 지금 그런 식이다.
미국은 배가 불렀다. 즉, 기회는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원래 그런 것이다. 내가 아내를 만났고, 회사에 합격하고, 한 개인의 삶에 중요한 이런 이벤트들도 다 우연으로 이뤄지는데 이 세계를 둘러싼모든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 봐라. 노력? 당연히 노력한다. 근데 노력을 하고, 그 일을 좋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아주 큰 운이 그 순간에 와야만 성공한다. 이 세상에 능력 좋은데 무명인 사람들 널리고 널렸다. 운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결국 이 운이라는 게 오는 것도 그냥 우연이라는 거다. 내 주변 모든 성공한 사람은 그렇게 우연으로 부자가 됐다.
이 우연과 우연이 겹쳐 현재를 만든다.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한 개인에게 기회가 왔다고 하면 그게 '기회인지 아닌지 구별해 내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가령 앞선 예시로 박정희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에게 자동차를 만들라고 한 것이 정주영 회장입장에서는 그게 기회인지 아닌지생각을 해보는 것처럼. 그게 북한과의 남북정세나, 본인의 명분 때문이든 말든 일단 회장 본인에겐 세상을 바꾼 기회였지 않나.
그럼 그 기회는 어떻게 잡아야 하냐. 내걸 그냥 계속 열심히 하면 된다. 더 연구하면서 발전하면서 그 자리 그대로 있으면 된다. 성장과 발전은 그다음 얘기다. 꼭 못하겠으면 못해도 된다.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다. 더 성장하든, 정체하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만이 우연이란 게 내게 올 수 있다. 자리를 비워버리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간다. 잠깐 쉬겠다고도 하지 말고, 그냥 계속 거기 있어야 한다. 그리고기회가 왔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은다. 그게 돈이다. 그래서 돈이 중요한 거다. 그 돈을 통상 요즘 현대인은 주식이나 부동산이라고 해석한다.
자, 위 주식은 3년 전 1/3토막이 났다. 30달러에서 10달러로. 근데 그 순간을 버티고 계속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이게 기회인지 아닌지를 보는 능력이다. 3년이 지난 그 주식은 세계 시가총액 1위의 주식이 됐다. 바로 엔비디아다.
주식은 일반적으로 가격변동이 매우 심하다. 앞서 말한 미국이라는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하려면 미국 주식을 사면 되는데, 이건 그냥 쌀 때 사면 된다. 그건 당연한 소리 아니냐라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조금 더 심오하게 접근하라고 말한다. 그걸 아는데 그럼 그들은 돈을 잃었나. 실천을 안 한다는 거다 이 심리싸움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자꾸 세상이 주거든. 모으다 기회가 오면 사면된다.
그리고 부동산은 내 집이라는 안정감은 삶을 윤택하게만들고 오히려 돈을 모으게 한다. 어차피 내가 살 공간은 하나 있어야 한다. 즉, 부동산은 사놓고 기다리면 되고, 주식은 기다렸다 사면된다. 너무 간단한 논리.
오늘 당장,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우연의 연속 속에서 우리는 내가 지금 하는 것의 집념과 꾸준함, 그리고 그 행운이라는 우연이 왔을 때 활용할 돈을 모은다는 '재테크'. 재테크에 있어 본인만의 철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게 요즘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현대사회의 '행운을 끌어오는 법'의 재해석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