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린치핀. 린치핀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퀴를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작은 부품을 말한다. 근데 이 작은 린치핀이 하나라도 빠지면 바퀴 전체가 떨어져 마차가 부서져버린다. 이로써 사전적 정의로 부르기보다 우리는한 조직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핵심인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훌륭한 사람의 정의는 각자 다르다. 하지만 여태껏 암묵적으로 다수에 의해 정의되어 온 린치핀은 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는 사람, 사회가 바라는 특정 목표에 가장 빠르고 부합하게 맞추어가는 사람, 좋은 대학교에 가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들을 이 세상의 린치핀이라며 치켜세웠다. 이유도 모른 채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나가 공부하면서 경쟁한다. 남들이 정해놓은 그 한 가지 목표 '1등'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모두가 바라는 이 진실된 목표가, 나의 진정한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는 걸 발견한다. 누구나 이런 순간이 온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이 이미 지난 뒤에야.
경우에 따라 다르나 이 깨달음은 빠르면 수능이 끝난 19살, 늦으면 회사 부장자리를 꿰차고 있는 40대, 50대에 발견한다. 변화하는 세상 무한한 굴레 속에 유한한 삶을 그나마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이 책에서는 아주 자극적이고 강력하게 피력한다. 그래서 읽고 싶은 호기심이 들었다.
저자가 가져온 삶의 철학이 어지러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한의 경쟁 속에 지지 않고 혹은 자기 합리화로 빠지지 않고, 온전한 본인만의 자아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건 과연 무엇일까.
린치핀은 결국 하나의 '작품'이었다. 작품의 정의란 무엇인가? 프랑스는 왜 현재 루이비통, 향수처럼 명품으로 유명한 국가가 됐을까를 생각해 보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영국은 나라가 부강해지는 데 있어 산업혁명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효율성을 가장 중심으로 두어 저품종 대량생산을 하며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각자의분업으로 똑같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이상적이고 명징한 이론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영국은 가장 먼저 강대국이 됐다.
반면, 프랑스는 이런 영국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정성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최고 퀄리티의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 국왕은 본인에게 절대 가져오지 마라고지시했다. 그래서 가방하나, 향수하나, 신발 만드는 것에 정성을 쏟았고 장인 정신으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각자 다른 방식의 노선을 타고 현재의 두 선진국이 우리 앞에 있다.
자, 여기서 뭘 느꼈는가? 영국의 방법론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유효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우리는 프랑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각자의 인생을 명품처럼 하나의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자, 작품은 공장에서 찍어내지 못한다. 지을 작과 물건 품 직역하면 내가 만드는 물건이다.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을 말한다. 독창성과 창의성, 독보적인 실력. 앞으로 세상은 이것을 가지고 본인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 세상이 되며, 저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바로 린치핀이라고 소개한다.
시키는 것만 따르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확실성을 이젠 버려야 한다. 아버지 세대는 그랬다. 아니, 그래도 됐다. 대기업 들어가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본인이 아닌 '회사'를 위해 일을 하면 서울에 집 한 채 정도는 노력해서 살 수 있었으니까. 나오면 헌신짝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희망 하나로 몇십 년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세상을 이기려면 본인도 호락호락하지 않게 스스로를 다듬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안정적일 수 있지만 결국 남는 건 남들과 똑같거나 혹은 더 못한 결과뿐.
린치핀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에 미쳐 자신의 권력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근 50년 안에 남아있는 직업의 최상위 포식자는 결국 단 세 개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프로바이더'. 나만의 것을 만들고, 그 각각의 작품들을 운영하여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만 결국에 살아남는 세상이 온다. 이건 진짜다.
내겐 지인 두 명이 있다. A는 12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한다. 3시간만 일하며 본인의 직원 19명이 본인을위한 일을 해준다. 이 친구는 요즘 가장 핫한 산업의 플랫폼 프로바이더다. 일을 하지 않아도 본인 회사 주식만 팔아도 목돈을 만든다.
반면 B는 대기업에 다닌다. 정년이 보장되고 월 4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9시부터 6시 8시간 동안 회사에 갇혀있어야 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2010년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모두가 B를 바랐다. A를 바라는 사람은 돌연변이거나,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실제로 A는 무엇을 할 거야! 무엇을 만들 거야!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SNS에 늘 하고 다녔고, 그 글을 본 주위사람들은 조소와 함께 언팔로우를 했다. 그리곤 돌아서서 자격증 공부를 하러 독서실에 갔다. 좋은 대학에 가서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쌓고 대기업에 들어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성공하는 삶을 꿈꿨다.
90%의 사람들은 남들이 짜놓은 시스템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걸 퇴근길에 사면서 돈을 소비한다. 나머지 10% 사람은 본인이 무언가를 만들어 남들에게 제공해 주는 생산자의 삶을 산다.
같은 걸 반복하는 데에는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하나, 목표 없이 의미 없는 훈련과 반복은 뻔한 사실과 숫자와 순응을 가르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즉, 공포다. 그대로 똑같이 시간은 흐르고, 안정적인 월급은 받되 화려한 겉모습 사이 속은 텅 비게 된다. 그걸 알아야한다.
어제 수능을 친 수험생들아. 먼저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 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건네고 싶다. 그중에는 긴장해서 실력발휘를 잘하지 못한 수험생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시험을 망쳐서 불안하고 억울한가? 재수를 해야 할 것만 같고, 당장 인생이 망한 것 같은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대기업을 못 가고 스펙이 출발점에서부터 꼬여 벌써 사회에서 낙오자로 놀림받을 것같은가? 천만의 말씀. 인생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뿐이다. 1%라고 하려다 5%라고 조금 더 높게 쳐준 이유는 더 수준 높은 사람과 성실함을 갖춘 이들을 곁에 두며 본인이 가지지 못한 걸 습득하고 배우는 무형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수능을 하루 만에 12년간의 노력이 결정되는 시험이라고 사람들이 늘 얘기하나 이는 굉장히 과대평가한 것이다. 절대 하루 만에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결국 수능은 6월 모평, 9월 모평 같은 그냥 연습게임이다. 솔직히 망해도 된다.
물론 시험을 생각보다 잘 봐서, 찍은 게 다 맞아서, 평소보다 더 좋은 대학교에 간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한다. 학벌이 본인에게 중요한 가치였다면 그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그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계속 선택해 나가면 된다. 지금 노력해서 얻은 결과만큼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릴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비록 망했다 할지라도 인생이 망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 이젠 린치핀의 정의가바뀌었거든. 오히려 좋아해라. 남들과 다른 길을 감으로써 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진 셈이니까!
그 어떤 걸 해도 가령, 주식이라 치자. 주식의 1%가 되든, 글을 미치도록 잘 쓰는 최고의 통찰력을 기르든, 그림을 그리든, 웹툰작가를 하든 연기를 하든 본인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이제 정형화된 무언가를 착실히 이행하는 모범생은 이 사회에서 당당해질 수 없다. 정량적이고 정률적인 암기이론에 따른 평가방식은 이제 이 사회는 철저히 부인한다. 공부 잘하는 건 이젠 기본이 아니라 그냥 플러스일 뿐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기업에 들어갔다치자. B는 실제로 성공한 삶이 맞다. 하지만, 조직이란 건 영원한 게없다. 고용된 직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매뉴얼을 만들고 회사는 체계가 잡히며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이제 쓸모없는 사람들은 하나둘 버리기 시작한다. 경쟁, 변화,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니 오래된 효율성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내게는 오늘도 연락이 온다. 내가 쓴 글을 책에 인용하고 싶다는 글이다. 책도 공짜로 읽는다. 출판사에서 읽으라고 보내준다. 결국은 그게 재산이다. 다른 데서 계속 다른 사람들이 내걸 참고하고 인용하도록 만들어야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기가 막힌 아이디어도 없어요. 그래서 공부를 더 잘해서 안정적인 길을 가는 게 좋아요. 그래서 재수를 할 거예요"
그럼 다시 묻겠다. 본인이 뭘 싫어하는지는 아나? 잘하는 게 없다면 뭘 못하는지는 아나? 기가 막히지 않은 형편없는 아이디어라도 있긴 있나?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것이다. 왜냐면 정률적인 목표만 뇌에 계속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본인만의 생각으로 인생의 지도를 만들어보면 군중들이 허둥댈 때 결국 본인의 것을 참고하고, 그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도록 돕는다.
오늘 하루는 술을 마시든, 축배를 들든, 좌절하든 마음대로 해라. 아니,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그리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본인의 무언가를 찾아가는 데 20대 10년을 전부 투자하길 바란다. 절대 아깝지 않다. 못해도 본전은 찾는 게임이다. 고등학교 때 확률과 통계라는 과목을 배웠을 것이다. 이게 확률에서 승리하는 인생의 치트키다. 그리고 10년 뒤, 우리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진짜 린치핀, 각자 인생의 아티스트가 된다.
*필름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