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없앤다는 것
대기업 대졸 초봉이 5천만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2년 차에는 대략 7천만 원, 5~6년 차에는 요즘 못해도 성과급까지 하면 1억 가까이 된다. 그 말로만 듣던 1억. 세후 650만원수준. 믿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대기업을 안 다녀본 사람들뿐이다. 진짜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현대차나, SK, 삼성, 몇몇 기업만을 토대로 싸잡아서 그렇지, 거의 모든 메이저 대기업은 이 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대기업에 다니면 연봉이 다가 아니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복지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자산형성 측면에서 현저히 차이가 난다. 자사주 주식이며, 복지카드며, 휴양시설에, 의료비며••• 사실 현대자동차 생산직은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게 울산에 가보면 현대차보다 더 숨겨진 직장 사실 훨씬 많다. 자세한 기업명은 밝히기 어렵지만 정유업계(기름집)이나 외국계 일부는 현대차보다 복지도 좋고, 연봉도 훨씬 높고, 인식도 좋은데 언론은 현대차만 싸잡아 때린다.
대한민국 신입사원 연봉이 높아지는 건 고무적이나,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염려되는 상황 몇 가지에 대해 한번 말해보려 한다.
연봉 높은 것 좋다. 그만큼 돈 많이 벌면 많이 쓰니까 내수시장 활성화되고, 경제가 산다. 경제성장 속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인플레이션도 가계수입이 같이 오르면 어느 정도 햇지가 된다. 자, 여기서 문제는 뭐냐. 양극화다. 누구는 대기업 가서 초봉으로 5천만 원 벌동안 누구는 중소기업 가서 최저임금 받는다. 누구는 프리터족 돼서 편의점, 단기 알바만 전전한다. 적금은커녕 월세내고 나면 미래를 준비할 여력도 없다. 어느 정도 이 간극이 맞춰져야 모두가 각자의 환경에서 최소한의 꿈을 꾸고, 생계를 꾸리고 할 텐데 한쪽에만 모든 게 치우쳐있다. 그래서 서로 편 만들어서 동조하고, 질투하고, 싸우고, 국민정서는 혐오로만 가득해진다. 잘 버는 사람들은 계속 잘 벌 수밖에 없고, 못 버는 사람들은 계속 못 벌 수밖에 없는 양극화가 극심한 세상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당연히 노력한 사람이 대기업에 가는 거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중소기업에 가는 것 아니냐고? 본인이 왜 노력 안 해놓고 사회 탓만 하고 있냐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다. 아니면 진짜 진심으로 취업준비에 매진해 본 사람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사람은 늘 본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다. 그래서 그게 마치 대단하다고, 남들이랑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진법 성향을 띤다. 네이버 뉴스 댓글, 유튜브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다 본인이 하는 말이 맞단다. 물론 그의 말처럼 누구는 열심히 노력해서 대기업에 가고, 누구는 학창 시절 큰 노력을 들이지 못해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중소기업에 갔을 수도 있다. 근데 대부분 인생의 모든 기회라는 건 운으로 인해서 결정된다. 내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이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면, 내 최종면접을 보는 사람이 내 말투와 행동을 거만하다고 생각했다면, 전혀 다른 모범답안을예상했다면,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떨어지는 거다. 본인과 케미가 맞는 사람이 그 면접장에, 심지어 가장 높은 직급을 단채로 자리했기 때문에 붙은 거다.
반대로, 능력이 출중하지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서류나 면접에 임한 면접관이 있다면 그 친구는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하나의 기준 '노력'으로 단정 짓기엔 이 사회는 많은 부분이 복잡하고 첨예하게 얽혀있으며 변수도 잦다. 결국에 능력 좋고 똑똑한 누군가는 이 와중에도 좌절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본인 스스로의 가치와 능력에 의구심을 품는다. '취업'에 국한하여 능력에 크게 상관없이 결정되는 이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의 간극이 나는 염려될 뿐이다.
근데 언론은 계속 헛다리를 짚는다. 일본이랑 비교를 한다. 대기업(한국 500명 이상, 일본 1,000명 이상) 기업 조사 결과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이 한국이 일본보다 43.5%나 높단다. 그러고는 임금이 높은 건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대중을 안심시키며 교묘하게 노동구조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한다. 호봉제, 귀족노조 때문에 노동생산성은 낮은데 임금만 높다는 거다. 일본은 안 그런데 우리만 그렇다는 것.
일본을 비교할 것이 아니다. 일본은 그리고 애초에 비교대상이 안된다. 한국보다 내수경제가 3배에 달하고,기업의 수, 해외투자자산도 많아 경제 펀더멘탈 자체가 다르다. 노동생산성이 비교가 안된다. 계속 일본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높니, 낮니를 따지기 보다 이 연봉인상에서는 나는 양극화문제가 더 속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 본다.
이 양극화는 사실 꼭 취업에만 한정시킬 것도 없다. 부동산을 보자. 모두가 알만한 대표적인 몇 개 아파트만 얘기하겠다. 2011년~2012년 반포 자이는 미분양이었고, 그다음 해 매매가는 13억 정도였다. 5년 뒤 17년 정확히 10억 올라 23억이 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38억 한다. 자, 이제 성수동으로 가볼까. 트리마제, 아크로포레스트 2018년 당시 매매가 선에서 20억이었는데 이것도 미분양이었다. 고작 8년이 지난 지금얼마일까? 50억 아니, 좋은 평수는 70억, 80억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가진 사람은 계속 더 가진다. 기득권층은 계속 더 잘살고, 못 가진 사람은 계속 더 못 사는 구조로 간다. 그게 단순히 대기업 연봉 5,000만 원과 중소기업 연봉 3,000만 원을 비교할 게 아니라, 부동산, 교육(학군), 취업, 모든 면에서 그렇다는 거다. 나중에는 서울 강남과 다른 곳 경계에 장벽이라도 세워질 판이다. 그들만의 곳에서 그들의 안전, 쾌적, 생활인프라, 학군, 직주근접 모두 다 누리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거다. 농담 삼아 말하지만 진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장벽만 없을 뿐, 그들의 리그는 따로존재한다. 우리가 임금 조금 높다고 다른 선진국은 안 그러니, 노동생산성과 노동구조 고착화 개선해라가 아니고, 다른 한쪽도 연봉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개선되어 청년이 중소기업도 가고 싶도록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가장 급하다.
자,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될수록 어떻게 될까. 눈에선하다. 대학졸업생들은 절대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한다. 생각해 봐라. 내 친구는 연봉 5천~6천만 원 받는데 나는 3,500만 원 준단다. 누가 가고 싶을까? 나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노력해서 5천만 원 직장에 들어가고 싶지? 아무리 배고파도 그중에서도 채소보다 고기반찬 먹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고 당연지사다.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들 모두가 아침에 일어나 단 한 가지의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간다. '대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목표.
근데 이중에 성공한 이들은 10%남짓. 나머지 90%는 다시 그렇게 잉여인간이 된다.
그럼 중소기업은 당연히 우수인력이 없으니 생산력은 저하되고, 경쟁력은 잃어가고, 그 수를 채우기 위해 베트남, 필리핀, 동남아시아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데려올것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에 융화되지 못해 차별을 받고, 또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무한경쟁에만 깃들여진
20대들은 대기업에 들어간 이들을 질투와 시샘으로 까내리고, 노력을 폄하하고, 사회를 탓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로를 혐오하면서 사회가 망가져간다. 염려가아니고 진짜 이렇게 될 거다 조만간.
이렇게 본인 하나 가누기도 힘든 세상에 살고 있으니, 저출산과 초고령사회가 나오는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는 하나가 아니고 많은 요인에 의해 촘촘히 얽혀 발생한다.
자, 그럼 지금 10대, 초중고 학생들. 그리고 훗날 내가 낳은 자녀가 10대가 됐을 때, 20대가 됐을 때 삶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더 각박하게 퇴보할 것인가, 더 나아질 것인가. 크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답은 나와있다. 인구는 많고 좁은 땅덩어리에 경쟁은 당연한 거라고? 그런 변명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나만 아니면 돼
마인드셋은 이제 우린 버려야 한다. 2030은 변명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녀를 낳기가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