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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질투를 대하는 자세

잘 살고 있다는 증거

by 홍그리

1. 청약에 당첨됐다.

2. 출간제안이 온다.

3. 좋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대기업)

4. 주식이 몇 배나 올랐다.(22%)

5. 다이어트에 성공했다.(-5kg)

6. 연봉협상을 잘해 월급이 올랐다.(1,000만 원)

7. 남편 몰래 공돈이 생겼다.(100만 원)


자, 이 모든 건 오늘자 기준 한 달 전부터 정확히 30일 동안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다. 새해가 밝자마자 내 주변 지인과 나 스스로에게 이런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게 떨떠름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이 7가지 상황 자체만으로 볼 땐 개개인에게 고무적이나, 사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어쩌다가 한번, 말 그대로 행운이 찾아와야 일어나는 일. 대개 인생은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대부분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처절하게 작고 작은 간헐적 행복을 찾아가면서, 혹은 없지만 자기 암시를 하며 만들어가면서 그렇게 하루를 버티는 게 어쩌면 한국에서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라 하겠다. 혹시 이 말에 또 반박해서 누군가는 매일이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한 사람이 있다면 나도 반박해서 할 말은 없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기쁨을 알리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알리면 약점이 된다고 했던가. 이런 좋은 일도 혼자만 알기엔 아깝다. 주변에 알려야 한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걸 묻는다면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기며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을 자랑하고 싶고, 축하받고 싶고, 기쁨을 나누고 싶다. 누구나아무도 모르게 돈이 많기를 꿈꾸나 사실 이는 엄청난 노력과 절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 즉 결론은 본인이 아낀다고 생각하는 지인에게만 알려도 누군가는 질투와 시기를 한다. 10명한테 알리면 7명 정도는 질투를 한다. 2~3명 정도만 진심으로 본인을 축하해 준다. 그럼 청약에 당첨된 내 친구는, 좋은 곳에 취업한 내 동생은 이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겨야 할까? 진정한 본인사람이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그들과 손절해야 할까? 아니다. 질투라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럼 어떡해? 그저 관점을 바꿔 본인이 잘 살고 있다는증거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세상을살다 보면 본인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일도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 일도 실제론 꽤 큰 성과인 경우가 있다. 대개 이는 돌아보고 한참 지나 결과론적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10대, 20대를 보내며 그때가 찬란했음을 알 수 없듯. 당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우연히 일어난 행운이라고 ‘본인을 낮출 필요도, 과하게 자만할 것도 없이’ 그냥 지금 내가 잘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게 명백한 증거가 된다. 일 년 365일 중, 좋은 일 하나 안 생기고 매일을 불평불만에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요즘 같은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이 행운은 더 좋은 일을 만들 수 있는 본인의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잘 풀리는 사람은 어떻게든 계속 잘 풀린다.


이는 사실 ‘충만함’이라는 감정에 가장 직접적으로 결부돼 있다. 충만하다는 건 한껏 내 마음에 차서 가득한 기쁜 감정을 말한다. 이는 물질적인 것이든 아니든, 값진 것이든 아니든, 보람이 있는 것이든 아니든 개념이 개개인에게 상대적이라 꽤 어려운 문제다. 가령, 예를 들어보겠다.


1) 나는 몇 년 전 한창 주식에 미쳐있을 때, 매일 주식 매매일지를 적었다. 회사가 끝나고 집에 오면 매일 내 주식차트를 분석하고, 공부하고, 앞으로 사야 할 주식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하나라도 그날 내가 배웠던 지식을 한 줄이라도 다이어리에 적는다. 그때 하루를 잘 보냈다는 마음에 진정 어린 충만함을 느꼈다.


2) 영상에 한창 관심 있을 때도 그랬다. 내가 영상을 찍어 편집하고, 자막을 넣고, 몇 시간에 걸쳐 올린 영상에서 누구라도 한 명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겨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무언가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주식공부와, 영상을 시간 날 때 한 번씩 하는 정도라 내관심사에서 꽤 벗어난 일이라, 당연 이런 충만함은 나 스스로에게 찾기가 힘들다.

앞서 말한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예시 4번, 주식이 몇 배나 오른 친구에게 과거 주식에 미쳐있던 나였다면 너무 부럽고 한편으로는 질투가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의 흐름 따라 개개인이 느끼는 충만함은 변하기 마련이고, 주변의 반응도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환경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질투가 느껴진다면, 언제든 그 환경에 있는 그 사람들이 변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여기서 1등을 찍어도 그 충만함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그들의 관심은 사그라들 거니까. 그냥 ‘내가 잘하고 있네?’ 딱 여기까지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관계에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지금 관심사, 내 앞길에만 집중하면 끝이다.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라는 노래를 꼭 들어봐라. 누군가 본인을 끔찍하게 질투하고 괴롭힌다면 타인의 부러움을 아직 초월하지 못했다고 가엾이, 그리고 안타깝게 여기면 된다. 그리고 뭐가 됐든 다시 내 할 일로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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