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근마켓의 진짜 흥행 노하우

발상의 전환&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by 홍그리

주말아침부터 당근마켓에 접속한다. 쓰지 않는 키보드를 팔기 위함이다.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당근페이라고 해서 카카오페이처럼 인출기능도 생겼다. 내가 있는 동네에만 30초 간격으로 늘 새로운 물건이 업데이트된다. 사람들의 활동반경은 물리적으로 내 주변에서만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무분별한 거래를 막기 위해 동네인증은 딱 두 군데까지만 가능하고, 실제 그 장소에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

매니아층에서만 사용하던 이 작은 어플이 어떻게 중고시장의 괴물이 될 수 있었을까?

구나 할 수 있는 접근에 발상의 전환을 꾀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이 있기 전까지 우리 모두는 네이버카페의 중고나라에 물건을 팔고 올렸다. 각 카테고리별 섹션이 정해져 있고, 전국 연결망이다.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한 뒤 택배거래를 하면 된다. 오늘자 기준 1,900만 명, 즉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기존의 중고나라는 물건을 시키면 벽돌이 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안전거래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불구, 거래 사기가 빈번했다. 몸집이 커 연결망은 전국구지만 사용자들은 늘 중고나라의 단점을 알면서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거대 중고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이를 줄이기 위해 동네인증을 통해 근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직거래방식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현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람에게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없었다. 당근마켓은 이를 해낸 것이다.

우리가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이 세상에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수많은 플랫폼들이 존재하고, 전 세계는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정보가 쏟아진다. 지금은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보다 지금 존의 것에서 고객을 어떻게 연결하는 툴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를 어떻게 이롭게 할지만 고민한다면 내가 원하는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나의 현상을 조금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기필코 얻다.

내 친구는 강아지를 참 좋아했다. 유기견들이 많아지는 현실을 늘 안타까워했고, 주말마다 유기견 센터를 방문하곤 했다. 반려견 1,0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강아지도 동물등록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동물등록이 의무화되면 모든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인식칩을 신청할 수 있다. 인식칩이 있으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때 친구는 '동물등록을 구청에 가지 않고 내가 직접 대행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페오펫'이다. 마침 페오펫이 설립되고 나서 동물록을 정부에서 의무화하면서 한마디로 대박을 쳤다.

https://www.peopet.co.kr/

이 친구가 따로 앱개발하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세상에 없는 획기적인 아이템을 만든 것도 아니다. 페오펫의 탄생비화도 사실 이 연결고리를 잘 활용한 사례다. 저 동물등록을 대행하여 연결시켜 줌으로써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고, 강아지의 생애주기를 분석하고 관련제품을 팔고, 반려동물 종합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이다.



Chat gpt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가상화폐 작가단에 선발되어 GPT프로그램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Chat gpt에 작가가 되는 법을 한번 물어봤다. 5초 만에 답을 알려준다. 심지어 컴퓨터 자동입력기 같은 원론적이 글이 아니라, 사람이 적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작가가 되기 위한 (현실을 반영한) 효율적인 방법과 단계별로 상세하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려준다. 왜 요즘 대학 과제나 입사 자기소개서를 Chat gpt의 힘을 빌리는지 확실히 해가 간다. 심지어 최근에는 chat gpt로 쓴 글로,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제본, 인쇄하는 시간 제외 오로지 원고작성에 30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Chat gpt 작가되는 법 검색결과

이를 보고 깨달은 점은 앞으로 직업에 있어 대격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은 기존의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연결고리, 발상을 이끌어내는 것 하나뿐이다. Chat gpt로 앞으로 변호사, 판검사 대체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모든 것이 디지털이 선도한다. 회사에서 문과 상경계열을 뽑는 데 자기소개서에 디지털역량 경험을 묻는 질문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당시 인플루언서 마케팅경험사례를 적었고, 타 회사와의 디지털 제휴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야 경쟁력이 있을지 풀어서 설명했다.

디지털 역량이라고 해서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문과 사람들에게 실제 전문적인 코딩능력이나, IT 개발업무와 같은 것을 절대 요구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내가 가진 경험과 역량에서 디지털과 연관 있는 사례를 연결시키면 된다. 나도 모르게 디지털 쪽으로 업무나 경험한 연결고리가 분명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 이처럼 정부주도하에 디지털 비대면 산업 육성 등 관련정책이 활발해짐에 따라 문과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조금씩 배워나가되, 자잘한 자격증보다 실질적인 공부를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 한 두 개 이외 ,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또 어떤가? 정부도 최근에는 K-뉴딜정책이라 하여 디지털 기술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뉴딜정책은 미국에서 1929년 경제 대공황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업자의 구제를 목적으로 실행한 정책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공사업을 추진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소득이 있는 국민이 소비를 함으로써 경제를 회생 및 발전시키는 데 주목적이다. 즉, 실업률 감소와 노동자의 복지 증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의 경우 토목공사설립, 개발공사설립 등의 실업자구제를 목적으로 한 ‘산업부흥’ 정책에 초점을 두었다. 반면 한국의 k-뉴딜정책은 공사 설립 등의 산업부흥이 아닌 AI인프라 구축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초점으로 하여 경제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한다. k-뉴딜정책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해서는 AI 인프라구축, 5G 네트워크 고도화, 자료수집 및 활용기반 구축, 비대면 산업육성 및 SOC 산업의 디지털화가 필수요건으로 요구다.


대학입시도 이제는 문과/이과 나뉘는 것이 아니라 통합수능으로 차츰 이루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문과생들도 디지털 경험에 익숙해야 하고, 코딩도 기초를 쌓는 느낌으로 배워두는 것이 좋다. 다만 나의 문과적인 역량들을 포기하고 코딩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코딩학원에 갑자기 뛰어들어 6개월~1년 배워 개발자의 길에 뛰어드는 것은 천하지 않는다. 뉴스에 나오는 대부분의 연봉 1억~2억 개발자들은 정말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박봉에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IT는 철저히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업계이기 때문에 6개월 학원 다닌다 해서 실력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입장벽이 높다. 만 코딩을 배워두면, 회사에 입사해서도 내 본업 업무를 수행하다가 IT 쪽으로 팀을 옮기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IT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회사입장에서도 하나의 분야에만 특화되어 있는 사람은 전문직군으로 충분히 채용할 수 있다. 회계사 직군, 법무사 직군, 사내변호사 등 전문직군은 그 일에만 특화되기 때문에 고연봉이라도 회사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데리고 오려고 한다.

우리 같은 문과 일반직군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본인의 앞으로 커리어나 회사 측면에서나 둘 다 좋다고 생각한다.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고 다방면에서 본인의 업무역량을 뽐낼 수 있다.

코딩을 하면서 영어를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확장성이 넓어지고 경쟁력이 생긴다. 앞서 정의한 '보편적인 능력의 교집합'을 이룰 수 있다.

예전만큼 쌩문과라고 해서 영어만 잘해서, 혹은 국어만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문과에서도 요즘은 다양한 역량을 요구한다. 마치 드래곤볼의 전투력 측정기처럼 다양한 곳에서 평균 이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요즘 거의 모든 자격증시험에 <과락>이라는 것이 존재하듯 말이다. 처음부터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차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앞서 말한 제2 외국어나, 그림이나, 글이나 아무거나 좋다. 본인의 관심분야를 넓혀 꾸준히 실력을 늘려가야 한다. 꾸준히만 하면 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앞서 자동화에 따른 연결고리에 중점을 두어 말했다. 첨언하자면 반대로 자동화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내 역량도 키워나가야만 한다.

AI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디지털기술이 발전한다 해서 간이 가진 것을 모두 침범할 수는 없다. 가령, 인적 네트워크, 직접 내가 겪은 경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경험에 내 인사이트가 더해지면 그것이 지적자산이다. 이는 AI가 설령 비슷한 정답을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인간을 따라올 수는 없다. 이건 온전히 모두 내 노력의 산물로 얻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화할 수 없는 것에서의 끊임없는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