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요즘 자주 보이는 문구가 있다. 지방대의 몰락, 지방대 대학신입생 지원미달, 지방대학교 재정악화 해결방안, 폐교위기의 대학들. 이런 머릿말들이다. 어떤 학교는 신입 입학생 전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한다고 광고를 하는데도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한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아이패드는 중요하지 않다. 내 인생이 더 중요한 것이다.
11년전 내가 대학을 처음 입학했을 때를 돌아본다. 입학식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명문대는 아닐지언정 모두가 서로를 축하하고 힘찬 성인의 첫발을 모두의 응원 속에 시작했다. 교수님도 수업에 열정적이셨고, 내가 배우는 경영 수업 교양과목 모든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대학교 본관 앞에는 취업 플래카드가 자리를 빽빽하게 채웠으며 자랑스러운 동문들이 사회의 각자 길에서 멋진 자신 만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었다. 나 또한 취업을 준비하면서 같은 학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뉴스에 나오는 아이패드를 주는 학교가 있다는 것에 모두가 놀랐을 것이다. 사실 나도 아이패드를 받았다. 이벤트에 당첨 된 것이긴 하지만.
내가 단지 열심히 대학생활을 해서, 취업을 해서 학교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절대 아니다. 학교는 최대한 많은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힘든 재정 여건 아래 학교 나름의 노력을 했다. 나 또한 장학금으로 멕시코에 교환학생도 다녀올 수 있었고, 학교장의 추천도 받아 미국인턴십도 경험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정말 돈 안주고 한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학과 대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내 사촌동생은 부산에서 오랫동안 자랐고 부산에서 재수학원까지 다니며 공부를 열심히했다. 열심히 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 제 작년에 부산대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번 달 돌연 깜짝발표를 했다. 이 때까지 몰래 편입시험을 준비해서 서울 명문대학교에 편입시험 합격을 한 것이다.
편입제도란 2학년까지 기존의 대학교에서 학사과정을 밟은 뒤, 가고자하는 대학교에 원서접수를 하고 일련의 영어&전공 시험을 통해 남은 대학 2년을 그 대학교에서 재학하는 것이다. 졸업장도 그 대학 소속이며 모든 것이 동일하다.사촌동생은 너무 기뻐했고 우리 가족 모두 새로운 동생의 첫 시작을 축하했다. 전공은 기존의 대학교와 동일했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오랫동안 자라고 모든 것이 익숙했던 동생은 부산 최고 명문대학교인 부산대학교를 제쳐두고 왜 학과 중간고사&기말고사 시험을 병행하면서까지 편입을 선택했을까?심지어 전공마저 똑같은데 말이다.
나는 직접 물어보았다. 사촌동생은,
똑같은 것을 배워도 서울에서 더 기회가 많다
라고 얘기했다. 지방에서의 삶은 큰 변화가 없고 한없이 안정적이며 단조롭다. 서울은 어느 나라 수도처럼 늘 바쁘고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색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삶이 늘 팍팍하다. 지방러들에게 서울은 돈이 참 많이 든다.
맞는 말이다. 돈도 있어야 하고,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 되고 늘 이 곳은 나에게 무언가 자극적인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갈망한다. 대학생부터 벌써 모두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현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다면 약 10년 전과 대비하여 지방대의 몰락은 어떻게 시작된걸까?
1. 취업& 커뮤니티 인프라 부재
지방대의 경우 재학생들 사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관념이 팽배하다. 서울이 연예인이라고 하면 지방대는 현재 청중에 가깝다.연예인이 새로운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유행을 선도하면 청중들도 똑같은 것을 사러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을 뒤지듯, 서울에서의 입시& 취업제도& 최신정보들을 지방대는 그저 따라하기만 바쁘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한다더라! 라는 획일화된 교육방식, 한정된 정보로 겨우 서울 대학생들을 쫓는다. 주변에 대학교도 서울처럼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대외활동이나 스터디를 해도 규모나 인프라가 작아 한정된 정보로밖에 싸울 수 밖에 없다.
2. 기업의 부재& 많은 대학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다. 정작 중요한 모든 기업의 본사가 서울에 93% 몰려있다. 지방에는 공장이 많기 때문에 공대생들의 경우 오히려 지방에 취업하기가 어렵지 않다. 유망학과의 경우 특히 60~70퍼센트가 넘는 취업비율을 자랑한다. 문과생과 공대생의 취업율이 상이한 또 다른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4년제 대학은 약 195개이다. 좁은 땅 덩어리에 많아도 너무 많다. 대학진학률은 90퍼센트에 육박한다. 교육의 중요성이 아니라 안 가면 도태되는 사회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20%이상 차이가 난다.
국토면적의 10% 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 이토록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기업의 부재에 따른 문과생들의 일자리 감소, 너무 많은 지방대로 인한 취업 경쟁력 부족이다.면접이라도 한번 보기 위해서는 왕복 10만원으로 서울을 가야만 한다. 단지 나는 지방에 살고 있을 뿐인데 물리적 거리가 주는 좌표만으로 기회를 잡는 것도 이렇게나 힘들다.
나도 실제로 최종면접이 오전 9시였는데 울산에서 새벽 네시에 일어나 출발했다. 면접실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면접을 다 보고 나온 것과 같이 심신이 지쳤다. 그 전 날 와서 서울에서 자고 면접을 볼 수 있었으나 굳이 돈낭비라고 생각했다.
블라인드채용으로 학벌이 아무런 의미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들, "뽑고 나서 보니 서울대더라" 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교육 및 자격증의 수준이나 자기소개서의 소재, 글의 맥락, 자라온 환경, 면접의 스킬 등 기업이 평가한 개인의 모습은 지방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학생들을 이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옆에서 같이 뛰어야 나도 뛰고 싶은 동기부여가 생기듯,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의지도 지방대의 몰락을 자처하고 있다.
3. 문과생들의 인식변화
최군 가장 두드러지는 지방대 몰락의 주요요인은 문과생들의 인식 변화다. 지방대 몰락은 문과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서울 문과의 경우에도 현재 취업이 안돼 모두가 전문직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서울 대학교에 간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방향을 틀어 기술을 배울 수도 없다. 자존심이 상하거나 지금까지 내가 배운 것들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인서울 문과생들도 취업이 안되는데 지방대 문과생들은 취업시도 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더이상 문과생들은 불확실한 미래앞에 기다리고 있지만 않는다. 그렇다면? 선택을 해야한다. 내가 내 선택에 책임을 지며 주도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첫째, 공부 올인. 서울은 이렇게 신림, 종각, 노량진에 점점 고시낭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세무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변리사, 보험계리사, 노무사 등 전문직 시험에 목숨을 건다.
이과가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돌연 적성에도 안 맞는, 한번도 공부해본 적 없는 이과를 선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 괴로운 대학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학점관리 뿐만 아니라 본인이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어 이도저도 안되고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하지만 현명한 친구들은 지난 과거를 매몰비용이라고 여기고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가는 앞의 내 미래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길을 찾고 본인한테 맞는 기술을 배운다. 기술도 인맥이 있어야 배우는 시대다. 어떻게든 수소문하여 같이 일을 하고 그 일에 목숨을 건다.그림을 그리거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내가 좋아하고 돈이 되는 그 어떤 것도 하루빨리 시도해본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셋째, 문과에 대한 직업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방향을 정한다. 문사철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와 더불어 문과생들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회사는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다. 문학과 역사, 철학은 회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하기 위한 획기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은 아니다. 서울도 똑같은 현상이지만인문계 대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할 수 있는것은 그나마 영업이나 재무, 회계 상경계열이다. 상경계열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복수전공을 하지 않았다면 취업시장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고싶은 공부를 하러 대학에 왔는데 정작 취업이 되지 않고 돈을 벌어먹고 살 수 없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할까? 애초에 문과를 가지 않는다. 문과를 애초에 가지않고 다른 먹고 살 궁리를 한다.혹은 2번처럼 지난 과거를 깨끗히 있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애초에 대학입장에서는 문과 직업에 대한 탐구가 전혀 이루어 지지 않고 취업과는 동 떨어진 학문에만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특히 문과생들은 '남들 다 가니까 경영학과를 가야지' 취업은 회계학과가 잘 된다는데 회계를 배워봐야지' 요즘은 아랍어랑 스페인어가 뜬다는데 이런 외국어를 애초에 전공삼으면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까? "
하고 큰 고민없이 전공을 선택한다. 제대로 된 직업탐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말이다.
뒤늦게 지방의 대학교들은 취업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을 인지하고 온갖 유리한 정보들로만 간추려 취업률을 조작해 학생들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
이 세가지 이유가 현재 지방대의 몰락을 부르고 있는 요인이다. 나는 3번이 지금 대한민국 문과생들의 현실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다 현실적인 문과 직업 탐구를 통해 문과생들의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설자리를 마련해 주도록 돕는 것이 내 바람이고 목표이다.이 목표를 올해 꼭 이루어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