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번다는 의미
과거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을 할 때 얘기다. 출연자들은 외모로 대중들에게 부족하다 싶은 연예인들이 다수 출연했다. 객관적이진 않아도 출연진들을 섭외하는 기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딱 그 정도. 근데 그들 중 김범수가 '보고 싶다' 노래를 할 때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김범수에게 달려들어 삼창을 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다. 이때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문득 똑같은 감정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다음은 강남.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상화와결혼한 강남을 보자. 신혼여행 때 하와이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훤칠하고 키도 커 확실히 연예인은 연예인인 듯싶었다. ‘나 혼자 산다’에도 나오고, 국가대표와 결혼하고, 반전매력으로 노래까지 잘해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이라 대다수는 생각한다. 근데 강남은 조금 독특한 인생사를 가지고 있다. 하와이에서 8번 퇴학을 당하고, 다시 미국으로 갔지만 공부에 흥미가 없어 갑자기 가수를 할 거라며 부모님 속을 썩인다.
한국에서 아이돌에 데뷔했지만 인기도 얻지 못하는 와중에 시간은 흐른다. 그러다 우연히 출연한 ‘나혼자산다’에서 엉뚱한 매력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쌓는다. 그리고 국가대표와 결혼 후, 귀화를 한다. 그리고 지금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거란다. 실제로 까보니, 노래까지 완벽하다. 지금 그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다음은 방송인 노홍철. 노홍철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365일 해외여행을 하면서 하고 싶은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또 성공하고.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유롭게 산다. 심지어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교통사고를 당해도, 해외에서 소매치기를 당해도, 누가 보면 넋이 나갈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웃는다. 초긍정맨이다. 그의 말주변과 낙천적인 마인드는 본인이 하는 사업, 그리고 대중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그 자체로 탁월한 재능이다.
그의 인생도 보면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부장을 하고, 남부럽지 않은 탄탄한 집안에서 자랐다. 형은 엘리트에 현재 일본에서 교수를 한다. 그래서 집안에서 노홍철을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대치가 있다. 근데 형은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홍철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집안의 기대는 내가 책임질 테니, 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
본인은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한다. 어릴 적 남다른 사업수완으로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해 아버지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도 한다. 이런 재능은 어떻게 온 걸까.
자,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엉뚱하고, 남들에게 어떤 면에서는 무시당하고, 장난 삼아 조롱받는 그런 캐릭터일지라도 딱 한순간에 빛을 발하는 순간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부족한 면이 있든 사람은 각자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다. 한국인이 경쟁사회에 지쳐 불행하다고 하는 근본 원인은 어쨌든 이 '비교'에서 오는 것인데, 본인의 가장 약한 부분과 남들의 하이라이트를 비교하고 있으니 당연히 본인 스스로가 작아 보일 수밖에.
실제로 남들은 신경도 안 쓰고 있거나, 똑같이 그들이 못하는 부분을 본인이 잘하는 부분과 비교하면서 자괴감에 빠져 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비교를 연료로 삼고 나아가고자 하는 건 본인이 선택할 일이다. 김범수나, 강남이나, 노홍철이나 어쨌든 본업에 있어서는 탁월하기 때문에 그 매력이 두 배, 열 배가 되어 대중들의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강남이 ‘나혼자산다’에서 그런 엉뚱한 모습만 보여주고, 단 한 번도 실력이 있거나 매력 있는 순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지금 위치까지 갈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나만의 잘하는 것을 찾고, 그걸 꾸준히 그냥 계속 키워나가는 방법만 생각해야 한다.
제일 인생에서 불쌍한 사람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언젠가는 하면 무조건 남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잘할 텐데 그때가 언젠지 모른다. 왜냐고? 너무 게으르거든. 언제 시도할지 모른다. 그럴 바에 좀 부족해도 계속 부딪히면서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게 바꿀 수 없는 이 경쟁사회에서 조금 덜 지치는 일일지도.
자, 여기서 한 가지 우리 모두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이 자본주의는 아주 거대한 전제를 하나 숨기고 있는데 이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어쩌면 이를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은 매일 출근길 썩은 표정을 하면서 출근을 하고, 주식한탕에 몰두하고, 돈 버는 일이라면 자존심이든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건 바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자본주의 사회는 좋은 것, 화려한 것만 보여주려 애쓴다. 돈만 있으면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루에 150만 원짜리에서 숙박할 수 있고, 강남 아파트에 무한한 안정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고, 상사에게 매일 욕먹지 않아도 되고, 내 자녀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거 다 해주도록 할 수 있다. 근데 우리는 돈을 버는 목적이 단지 이런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나 스스로의 삶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굳건히 만들기 위해서 일지 모른다. 모두가 그러니 이 경쟁사회가 톱니바퀴처럼 제 역할을 하면서 굴러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1) 놀이공원에 간다. 가장 무섭고 인기 많은 롤러코스터를 타려면 최소 2시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왜? 제일 스릴 있고 재밌으니까. 근데 만약 그 롤러코스터가 하늘 높이 공중에서 뺑뺑 돌다가 추락할 수 있는 확률이 단 1%라도 있다고 치자. 그걸 줄 서있는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하자. 계속 2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까?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도망갈 것이다. 안전하고 재미없는 회전목마나 타고 있겠지.
100% 안전하고 스릴 있게 놀다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 즉,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으니까 다 이 모든 시스템이 굴러가는 것이다.
2) 주식이나 코인이나 재테크를 하는 데 있어서 돈을 무조건 버는 법은 뭘까. 수익이 10% 났다 치자. 그럼 원금은 다른 곳에 보관하고, 이 수익난 10%의 금액만 다시 굴린다. 그러다 돈을 100% 다 잃어도 상관없다. 내 원래 원금은 무사하거든. 거기서 더 따면 좋은 거고, 또 그 10%는 빼놓고 굴린다. 계속 반복한다. 그럼 평생 잃을 일이 없다. 바로 내 원금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못한다.
참을성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큰 계기가 있기 전까지 본인은 절대 죽는 순간까지 깨닫지 못한다. 도박을 끊으려 손을 자르면 발로 다시 한다는 말이 그냥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처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자본주의에선 가장 베이스가 되는데, 강남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다 본인의 가창력이 아니라 유복한 배경이 베이스로 깔려있어서라는 생각을 한다. 강남의 아버지는 전 세계 체인 호텔을 가지고 있는 재벌이다. 그의 아들을 하와이로 유학을 보낸다. 아들이 8번 전학을 다니면서 공부와 담을 쌓고 일본으로 다시 돌아왔다. 누가 봐도 실패한 투자다. 근데 다시 미국으로 보내 투자를 했는데도 또 실패하고 본인은 노래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이 모든 걸 서포트해 줄 수 있는 그 가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중의 인지도를 쌓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 하겠다'라는 여유롭고 낙천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노홍철 집안이 만약 당장의 의식주도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시도할 수 있었을까? 지금 같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당장 일용직 전전하며 돈을벌어야 했겠지 꿈은 제쳐두고. 성취의 영역이 아닌 생존의 영역에만 집중했을걸.
나 스스로도,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식의 삶도,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면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보이고 실제로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그 안전장치가 돈일 확률이 아주 높고, 그래서 오늘 이 연휴에서도 자본주의가 활발히 굴러간다. 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문을 열고 연휴를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한다.
부자라는 건 결국 남들에게 우러러보는 시선을 즐기며자만에 찌들어 사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굳건하고 탄탄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인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