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포트폴리오
주변에서 재테크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친구도, 연인도 아닌 오로지 돈만이 내 미래를 보장해 줄 거라는 것을 각자의 경험에서 하나둘 깨닫는 모양새다.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어떻게 현명하게 할 것 다하면서 소비할 수 있는지, 답이 있지도 않은 몇 살에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본인의 고민을 여럿 내게 묻는다. 재테크 관련 유튜브를 제작하자고 따로 문의가 오는 곳도 있다. 인생은 모두가 다르기에, 각자의 생애주기와 환경에 맞게 모두 알려줄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방향이 절대 정답일 수도 없거니와 내가 겪어보지 않은 환경은 나도 몰라서 그렇다. 하지만 문의가 오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은 인사이트가 있다. 이건 모두가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유한다.
서점에 가보면 재테크분야에 비트코인과 미국주식에 관련된 책뿐이다. 마치 ‘너 지금 이거 안 읽으면 X 돼’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거기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결과론적 관점에서 미국주식과 비트코인이 급상승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그걸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어느 것을 선택하든 본인 마음이다. 근데 이들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더 자산이 많은 이들이 내 주변엔 널리고 널렸다.
하나의 문이 있다면 누군가는 입구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출구라 생각한다. 정답이 없다. 끝도 없이 오르는 자산도 하루가 다르게 추락할 수 있고, 끝없이 내리는 자산도 하루아침에 급등하는 게 재테크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돌아봤을 때 내게 얼마의 자산을 불려주었냐에 따라 본인은 그 재테크법에 맹신하거나, 욕을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모든 사람들에겐 본인이 직접 한 경험이 가장 소중하니까. 하지만 이 중에서 변하지 않는 진실 하나가 있다.
바로 원화채굴부터 잘하라는 거.
원화채굴이라. 내 월순수입을 말한다. 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좋다. 일단 내 월수입이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 미래에 수입 자체가 없는데 가진 자산으로 재테크해서 부자가되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일단 지금 당장 내가 버는 돈 자체가 많아야 한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은 실제로 내가 재테크가 아니라 삶 전반적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음이 아닌 양을 띠게 만든다.
월수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시간을 즐길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버는 돈 자체가 없으면(혹은아주 적으면) 삶 자체가 불안정해 먹고사는 문제에만 급급하니 재테크를 잘할래야 잘 할수가 없다. 월 삼백만 원을 꾸준히 벌 수 있는 사람은 몇십억 빌딩을 가진 사람과 자산이 같다고 한다. 30대, 40대 초반까지 건강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을 때까지는 결국 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내 재능을 살려 프리랜서를 하든, 내가 결국 얼마를 벌 수 있는지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간혹 주변에, 알바,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주식투자를 비롯해 재테크에 인생 전체를 갈아 넣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친한 형이었다면 당장 찾아가서 말렸을 정도로 안타깝다.
물론 매월 들어오는 근로소득 자체가 본인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은 단연 사실이다. 그런데 그 돈으로 부자가 되도록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기초가 되고 기반이 된다는 걸 사회초년생들은 절대 알지 못한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거든. 결국 생활습관이나, 저축액이나 모두 복리의 힘을 가져서 시간이 지날 때에만 비로소 ‘내 근로소득이 이 정도의 가치가 있었구나’를 깨닫게 된다.
대단한 재테크방법으로 100% 본인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누군가가 책으로, 유튜브로,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에게 알린다면 그건 그냥 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100%는 본인 혼자 하지, 결코 남에게 알려주지 않거든. 본인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 뭐가 좋으라고 알려주나?
매월 받는 내 돈이 왜 이토록 소중할까. 왜 그 어느 재테크보다 값질까. 그냥 단순히 생각만 해봐도 답은 나온다. 자, 생각해 보자. 내가 삼성전자에 백만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다음날부터 물렸다. -5%다. 그 다음 주는 -10%. 벌써 원금 10만 원이 날아가 평가액이 90만 원이다. 그럼 내가 가진 돈이 일단 있어야 또 투자를 하고 평단을 낮춰 버티지 않겠나? 돈이 있어야만 내 계좌를 평탄화하게 만드는 거다. 그 돈은 내 수입에서 오는 거고. 내게 3%, 4% 이자를 100% 위험부담 없이 아낌없이 주겠다고 하는 재테크는 예적금뿐이다.다른 걸 해서 버티려면 결국 내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는 거다. 어떻게 이 자본주의 세상에 단단한 모래성을 빠르고 쉽게 올릴 수 있겠나.
10년 뒤, 100년 뒤에도 진정 변하지 않는 최고의 재테크는 그냥 내가 내 본업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거뿐이다. 돈이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어떤 방법을 찾고 있나? 많이 벌고, 안 쓰고, 모으고. 이 기본적인세 가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출 때다. 본인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됐을 때엔 절세를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재테크로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다짐보다 훨씬 더 삶에 유용하다. 세상은 투자하라고 반짝이고 화려한 것만 늘 비춰 가장 중요한 걸 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