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연애와 결혼관
재테크가 됐든, 짠테크가 됐든 어쨌든 각자의 인생에서 '잘' 산다는 조건은 걱정 없이 무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누군가는 대기업에 다니는 부부라고 했을 때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부부'가 된다는 것이 더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후자가 더 본인의 행복의 영역에 가깝다면 좋은 회사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한들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돈과 자기 계발 혹은 개인적인 목표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 후자가 아닌 전자만 해당된다 했을 때에는 삶이 그토록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근데 한 사람이 태어나서 단순히 '돈이 많다'라는 형태가 꿈인 사람은 없다.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 건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곧 꿈으로 이어지는 논리이기 때문에 단순히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이 돈을 많이 번다해서만 행복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진짜 실제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려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이 가정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가 충족될 때 현대인은 행복해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다.
자, 근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현대인은 연애와 결혼을 하는데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움을 느낀다. 이 연재를 시작할 때에도 대기업이 아닌 ‘부부’라는 것에 부러움을 갖는 구독자가 실제로 더 많았다. 결혼은 어찌어찌 뭐 안 한다 치자. 안 하는 건 어디까지나 본인 선택의 영역이니. 그래도 인생에 어쩌면 가장 빠른 시일 내 영위해야 하고, 꼭 해야만 하고, 한 사람이 태어나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자체가 결여된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아쉬운 거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가 사라진다. 돈은 결국 내 시간적/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함인데, 사랑하는 누군가가 곁에 없다면 하루 24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자유로 채워진다 한들 결국 남는 건 공허뿐이다. 이 불행한 환경에 놓인 불특정다수 중 한 사람이라도 구해보자는 심경으로 진지하게 우리 생각을 해보자. 왜 현대인은 연애를 못하고, 결혼을 못하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통적인 이유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이성 기준이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날 기회자체의 부재, 그리고 타이밍을 놓친 것, 그리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 현실적으로 이 네 가지 정도가 되겠다. 이 공통적인 이슈에 대한 해결법은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실천을 안 할 뿐이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이성의 눈이 높다. 낮추면 된다. 어려울 것이다. 근데 사람은 '때'라는 것이 있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거나 실행하기가 매우 힘들어지는 상황. 30대 보고 20 대초때 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을 해보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 20대 여자에게 돈 많은 50대 남자 어떠냐고 하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그런 것이다. 각자 때가 있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가 바라보는 이성의 눈은 현실에 맞게 따라 낮춰질 수밖에 없다. 마치 비유를 하자면 주식이 지속적으로 우하향한다고 확실시되는데 계속 내 돈을 들여 물타기를 하면서 평균단가를 낮추려고 애쓰는 느낌. 어차피 낮아지게 되어있는데 왜 지금 아무것도 포기 못하고 기회비용을 날리고 있는가. 이성을 볼 때 본인에게 중요한 것만 남기고 전부 버려야 한다. 그러면 만날 수 있는이성의 폭은 몇 배로 넓어진다. 현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객관화를 명확하게 하고, 지나친 욕심은 옥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릴 뿐이다.
둘째, 마음의 드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을 때. 이들은지방에 있거나, 남초/여초회사를 다니거나, 아무도 소개팅을 안 시켜준다거나, 이유는 뭐 다양하겠다. 그렇다고 집 안에만 틀여 박혀 누군가 내 번호를 물어봐주길 기다릴 건가? 일단 나가야 한다.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한다. 친구와 커피 한잔을 해도 적극적으로 주변에 사람 없냐고 묻거나, 전혀 관심 없던 취미를 해보거나,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자신 있게 대시를 해보는 용기와 노력도 필요하다. 하다못해 어플이라도 깔아서해야 한다. 결정사에 가입하거나. 얼마 전 만난 지인은 결정사에 가입해 큰 홀에서 30:30 소개팅도 했다. 10분간 본인을 어필할 대화를 이어가고 바통터치를 하는식. 그 두 시간에서도 커플 8~9 커플 매칭되는 거보고 희망을 얻었다 한다. 본인이 지나온 모든 경험의 연결고리를 찾아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걸 다시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본인이 이때까지 겪은 모든 경험은 아무리 본인이 좋아하는 게 없다한들 어떻게든 한쪽으로 관심이 치우쳐 한 일일테니, 그 과정을 연결 지어보는 것도 좋다. 그 경험이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가장 어리석은 건 뭘까. 그냥 가만히 시간만 축내는 거다.
셋째, 타이밍을 놓친 것과 물리적인 시간이 없는 사람들. 아마 물리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한 본업이나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의 어떤 것을 하느라 시간이 없고, 그래서 타이밍을 놓친 것일 테다.
자,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날이다. 625 전쟁 중에도 결혼과 출산은 빈번했다. 결과는 하나고 변명은 수천 개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지어야 하는 것이, 본인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닌지, 둘 다 가지기 위해 본인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그 원인에서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할 수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걸 생각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니, 최대한 효율적인 방향으로 삶을 통째로 바꿀 필요가 있다.
소개팅에 나가면 현대인들이 줄곧 하는 말이 있다.
"취미가 뭐예요?"
"주말엔 보통 뭐 하세요?"
"직장에서는 어떤 일 하세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관심사가 뭐예요?"
이런 말만 하는데 어떻게 상대가 어떤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겠나. 알아간다는 명목하에 사실은 겉도는 거다. 사실 첫인상 3초 만에 이미 다 서로 결정 내렸다. 취미하나 없는 사람도 거기 나가면 마음대로 근사한 취미 하나 지어낼 수 있다.
나는 이런 의미 없는 대화보다는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선택과 집중이다.
지금 핸드폰을 열어 당근에 들어가 보자. 두 명이 아이패드를 팔고 있다.
A: "보기만 해도 감성적인 스페이스그레이 본체, 당신의 꿈을 그려줄 애플펜슬이에요"
B: "산지 3개월, 기스 X, 상태 A++급. 애플케어플러스 1년 9개월 남았고, 맥북 구입해 쓸 일이 없어 당장 급처합니다."
자, 어떤 글이 더 사고 싶나. 당연 B다. 당근은 감성적인 영역이 통하지 않는 어플이다. 내 돈을 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직설적이고 간결한 문체가 구매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곳이다.
이외에도 글 하나를 쓴다 해도 앱 자체도 좀 더 상업적인 네이버블로그, 에세이감성의 브런치, 정보성 글인 티스토리, 짧은 SNS느낌의 스레드 등 각자의 영역이 나뉘어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마찬가지.
‘저는 00 자격증이 있고, SKY대학교를 졸업했고, 토익은 950점이며, 00 회사 인턴경험이 6개월 있습니다’
하면 누가 뽑아주나. 그 회사 인재상에 맞도록 본인의 경험을 맞춰 넣어야 한다. 마치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감성의 영역과 이성이 상존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영역이 바라는 그 시장의 논리라는 게 우리의 삶 모든 곳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소개팅이나 내 반려자를 찾을 때에도 마찬가지. 이 시장의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 그 시장은 나 빼고 전부 기능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일 수 있고, 정서가치에 가치를 두는 곳일 수 있다.
내가 선택해서 그 시장에 가는 거다. 내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데 소비습관이 엉망이고, 재테크는 관심도 없고, 하루하루 계획 없이 즐기면서 사는 이성을 만나고 싶을까? 내가 운동을 너무 좋아하는데 집에서 쉬는 것에 스트레스를 푸는 집돌이, 집순이를 만나고 싶을까? 거기서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럼 난 시장의 논리에 의해서 그 관심 있는 시장 안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표면적인 겉체를 싹 뺀, 자연스러운 본인만의 언어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가 각자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이런 원론적인 것이아니라, 이 세상을 좀 더 재밌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본인만의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것. 그건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산책이 될 수도 있고, 다이어트가 될 수도 있다. 옷을 좋아하는 멋쟁이는 아무리 돈이 많고, 검소하고, 재테크를 잘하지만 외모를 꾸미지 못하는 이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런 걸 찾아야 한다. 본인이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무언가 한두 가지. 그런 커플이 실제 결혼을 하더라도 이혼하지 않는다. 슬프게도 설령 사랑이 없는 누구라도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포기하기 쉽지 않거든.
결혼을 해서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내 주변에는 30대 초중반을 바라보는데도 이혼한 커플만 4쌍이 넘는다. 이유는 당연히 성격차이라고 하지, 이혼한 마당에 내가 왜 이혼했는지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는 판국.
자, 이토록 많은 이혼율은 결국 본인이 가장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본인이 캐치 못했기 때문이다. 남탓할 것도 없다. 시장의 논리로 접근했을 때 우리는 진짜 거기에 올인할 수 있는 장소와, 사람에 맞는 사고와 격식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시장이 원하는 가치가 본인이 원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곳에서 내 짝을 구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훨씬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