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이유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중 벌써 또 하루가 지났다. 다음 주 월요일도 또 금방 찾아오겠지. 이 무한한 반복 속우리는 친구를 만나거나, 특정 이벤트가 있는 하루정도는 제외하고 6일은 대개 무료하다. 그저 그런 보통날들의 연속.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 일을 해야 하니까.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할 수도, 누군가는 회사를 다닐 수도, 누구는 스타트업대표에, 알바에,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에, 구두닦이 할아버지에, 버스기사에, 어쨌거나 각자의 생계를 하기 위한 일이 하루 중 1/3 이거든. 돈을 벌기 위한 시간은 지루하고 무료하다. 때로는 힘들고, 그만두고 싶고, 더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오는 경우엔 정신병까지 온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발 그만두지 말라고 고용주가 돈을 주는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라고, 월급날이 머지않았다고. 그 순간 그렇게 바랐던,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집 가고 싶다
라는 바람은 어쨌든 이루어지고, 실제로 조물주는 그 바람을 제대로 들어준다. 이렇게 살다 보니, 하루가 아니라 반년이 지나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그럼 대다수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엇, 잠깐. 난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왜 벌써 반이 지나있어? 애석하게도 이는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느끼고, 물리적인 시간 자체로도 빠른 게 사실이다. 얼마 전에 입대한 것 같은 사촌동생은 전역을 하고, 대학생 1학년이었던 지인은 졸업반 취업을 준비한다. 취업준비를 하다 힘들게 취업한 지인은 어느덧 일 년이 지나 퇴직금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 결혼하고 잠시 숨만 돌렸는데 2년이 지나있고, 친구의 아기는 너무 빨리도 큰다. 자, 이건 무슨 말이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시콜콜한 생활의 잡무들. 취업준비에, 군대에, 일에, 육아에, 결혼에, 출산에. 이를 반복하다 보면 20대는 30대를 맞이하고, 30대는 40대를 본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나날이 갑자기 엄습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40대는 이렇게 훨씬 빨리 온다. 이때 만약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 준비가 뭘까. 돈이다. 즉, 돈이 없다? 그냥 인생 X된 거다. 그때 준비하는 건 이미 한참 늦었다. 이처럼 삶에는 딱 지금만 할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절약이 삶에 배겨있어야 하는 이유다.
일을 끝내놓으면 또 다른 일이 몰려들고, 아기를 재워놓으면 다음날 또다시 깨고. 여름휴가로 놀러 간 그 시간들은 어찌나 짧은지. 오늘이 가장 젊은 날, 매일 늙어가는 나 스스로는 손해를 보는 꼴이다. 매일매일 그 손해를 겨우 본전으로 만드는 법, 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움켜쥘 수 있는 방법,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절약을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주식도 아니고, 부동산도 아니고, 재테크도 아니고, 결국은 이 절약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재테크의 뜻은 재산에 재, 기술을 뜻하는 tech의 테크를 따서 자산을 다루는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결국은 20년도 안된 단어다. 그 사이 수많은 부자들이 이 재테크와 공부를 활용해 부자가 됐을지언정, 결국은 이 부자들도 기본은 저축과 절약에서 왔다. 월 얼마를 저축하겠다가 아니고, 각자의 수입에서 몇 퍼센트를 저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수입이 늘어나는 순간 나태해진다. 여윳돈으로 여행이나, 다른 꿍꿍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기회자체를 주면 안 된다.
직장인 A가 있다. A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 직장 근처의 역에 내린다. 내리자마자 역 앞의 커피숍에서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산다.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아침을 달래고자 삼각김밥 1400원을 산다. 그리고 일을 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회사 근처 한식집에서 11,000원짜리 점심을 먹는다. 집 가는 길 헬스장을 들르기 전,2,400원짜리 파워에이드를 사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집에 온다.
출근해서 일하고, 일 끝나고 운동 갔다가 집 가는 전형적인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라 하겠다. 그런데 누군가는 말한다. A는 하나의 아까운 소비도 하지 않고, 절약하면서 산다고. 저축은 내가 샤넬백을 안 사서 아끼는 것이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동차, 비싼 옷을 안 사서 절약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동안 1원을 써도 내가 불필요한 소비를 했다면 그 자체로 절약과 저축에 어긋나는 일이다. 아침 식사는 집에서 해 먹거나,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면 그만이다.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가면 된다. 헬스장을 가기 전 회사나 집에서 물을 챙겨가면 음료수를 사지 않아도 된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카드값을 낼 때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언제 이만큼의 돈을 썼더라?
물론 저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아껴 현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주택자금대출로 매월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것도 저축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주변에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의 이벤트는 늘어나고, 고정비는 커진다. 결혼에, 자녀에, 노후준비에, 부모님 봉양까지. 그 사이 아끼고 아껴 매년 집을 옮겨 다닐 수는 없으니 내집마련도 해야 하고, 취미생활도 어느 정도 해야 한다. 맞벌이라서 더블 인컴이니 괜찮다고? 대개 직장인의 경우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한 명은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입은 반으로 줄어드는 그 로직도 미리 계산을 해야 한다.
코스피가 오천 가니, 서울부동산이 폭등하니, 많은 이들의 기대감 속 한 가지 분명한 사실 하나는 수익을 본 사람들의 인증은 주변이나 인터넷에 널렸지만 손실인증은 없다는 것. 주식이나 재테크를 하지 않는 사람이 100명 중 50등은 기본으로 한다는 것. 이럴 때일수록 결국은 저축과 절약이 미덕인 시대가 다시 왔다는 것.
나보다 살림살이가 더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그 삶을 파보면 훨씬 본인보다 아끼고 있음을 느끼는 데에는 아주 작은 관심이면 된다. 그 현타는 빨리 느끼면 느낄수록 좋다. 각자의 삶에 있어 어떤 부분을 아끼면서 잘하고 있고, 낭비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한 번쯤은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