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이 최고의 재테크

누구를 만날 것인가

by 홍그리

악착같이 재테크를 공부한 32세 남자 A가 있다고 하자. 어릴 적부터 정상적인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30살에 대기업에 입사한 A는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취업한 만큼 회사사택에서 생활하며, 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해 먹고, 일절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다. 그 돈으로 미국주식과 ETF에 투자하면서 돈이 돈을 부르는 복리효과를 경험 중이다. 회사를 1~2년 다녀보니, 절대 그는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주식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굴릴지 퇴근 후 재테크 공부를 하며 시간을 갈아 넣고 있다.

현재는 꿈만 같던 1억을 모으기 직전이다. 단, 자산을 모으는데 집중한 나머지 연애는 할 시간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좋은 여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은 어렴풋이 있다.


B는 28세에 평범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중견기업에 입사했다.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회사에 취업했다. 전문직을 준비하거나, 남들 다 아는 유명한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자기 객관화가 애초에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자랑할 수준은 아니지만 적당한 급여와 적당한 복지, 집 근처에서 월세를 내면서 거주 중이다. 회사를 5년간 다녀 어느 정도 일도 손에 익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재테크. 재테크는 문외한이라 최근에 시작했으나 뭐가 뭔지 아직잘 모른다. 힘들게 모은 돈만 날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그는 5천만 원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인데 돈이 턱없이 모자라 걱정이다. 하지만 소비습관이 검소한 여자친구와 열심히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그려갈 생각에 행복하다.


이 둘은 실제로 나와 가까이 있는 지인 둘을 그대로 복사+붙여 넣기 한 것이다. 보통 대다수가 보기엔 A가 자본주의에서 훨씬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돈도 2배 이상 모았고, 자산을 불리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하거든. 특히 절대 근로소득이 본인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논리를 B보다 더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기업까지. 소득자체가 B보다 높고, 사택까지 회사에서 복지로 지원해 주기 때문에 돈을 쓸데가 없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돈이 모인다. 근데 대반전 하나를 소개하겠다.


2년이 지난 현재, 34살. 누가 더 부잘까. 단순히 부자를 넘어 누가 더 인생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고 있을까. 바로 B다. 정답은 재테크도 아니고, 자기 계발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니다. 바로 여자친구다. 그는 그사이여자친구와 결혼해 자산을 합쳐 아파트를 샀고, 그 아파트는 벌써 2억이 올랐다. 또 하나 더, 소비습관이 철저한 여자친구는 모든 돈관리를 본인이 함으로써 이 부부는 각자 솔로일 때보다 2배, 아니 3배는 빨리 자산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심지어 자녀가 현재 없는 데다, 둘이 벌기 때문에 소득은 두 배고, 혼자 5년 만에 1억을 벌걸 2년 반 만에 모은다. A보다 B의 자산은 현재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거기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든든함까지.


자, 여기서 느낀 건? 재테크? 좋다. 높은 소득? 좋다. 얼마 모았는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다 좋다 이거다. 근데 결국은 어떤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느냐가 자산형성을 넘어 본인 인생 전체를 결정짓는다. 그 이성의 기준은 당연히 성격이나, 가치관이 맞아야 하겠지만 나는 감히 단언컨대 제일 중요한 건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한다. B와 내가 큰 미래를 볼 수 있는 기준은 동일했는데 그것은 바로 '소비습관'이었다. 상대가 새 빠지게 돈 벌어 왔는데 사치 부리고 본인 치장하고 해외여행 가는데 돈을 다 써버린다면? 가계부 하나 안 써본 상대라면? 그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결국은 “내가 현재 얼마가 있으니 나랑 결혼해 줘”가 아니라, 나는 어떤 식으로 살았고, 살고 있고, 앞으로 이렇게 살 것이라는 것이 눈에 보여야 한다. 현재 있는 돈은 그 상대의 삶의 척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참고수단에 불과하다.


결정사나 소개팅이나, 그 어떤 이성을 만나는 방법에서든, 요즘 결혼적령기 청년들은 이것저것 재기 바쁘다. 나는 이만큼 모았는데 너는 얼마나 모았는지, 부모님 노후준비는 되어있는지, 연 소득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형제자매는 뭐하는지, 아파트를 살 거면 명의를 공동명의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커플도 봤다. 직업, 자산, 집안, 외모 등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필요조건 허들을 넘어야만이 ‘이 상대와 사랑을 할 수 있냐 없냐’의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러니, 청년들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겠나? 그게 힘드니까 <나는 솔로> 나가는 거고, 결정사가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다.

자, 근데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빠졌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싶고 이 사람을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면 된다. 그 결혼을 하면 저절로 돈이 빠르게 모인다. 정상적인 이성을 만났다는 전제조건에서는. 그러니, 재테크를 잘하고 싶고, 돈을 빨리 모으고 싶은 사람은 혼자서 밥값 아끼고 집에서 요리해 먹으면서 미국주식 매진하는 것보다 바른 이성 만나 빨리 결혼하는 게 훨씬 더 풍족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거다. 특히 남자는 "결혼하면 일 그만둘 거야"와 같은 스탑러커나, 해외여행 일 년에 3~4번 이상 다니는 사람 조심하면 되고, 여자는 외제차 사고 겉멋 든 남자, 정상적인 직업 없이 친구만 많은 남자, SNS에 미친 남자만 제치면 된다. 이것만 제쳐도 최소 반은 간다. 결국 결혼 잘하는 게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장 값진 재테크다.


얼마 전 A와 B를 함께 만나서 이런 얘기를 나눴다. A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한다는 게 키 포인트다. 작은소비로도 기쁨을 아는, 행복의 역치가 낮은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는 건 인생에서 로또를 맞은 것과 같은 급이란 거다.

keyword
화,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