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만든다는 것
청년은 조급하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시점부터 이들 모두는 더 조급하다. 내가 가진 돈이, 내가 가진 자산의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거든. 가치가 없어지는 돈을 벌기 위해 취업준비를 하고 오늘도 일터에서 고군분투한다. 정부는 돈을 퍼주고, 모든 돈은 미국으로 몰려든다. 달러는 찍어내도 기축통화기 때문에 가치가 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해외에 있는 달러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돈을 찍어낼수록 더 부자가 된다. 그렇게 달러와 금, 비트코인은 오르고 원화자산은 휴지조각이 된다. 부동산이라도 있다면 최소한 이 낮아지는 원화가치를 햇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도 되는데 애초에 부동산을 매매할 여력이 안된다. 대기업 취업경쟁률은 100:1을 육박하고, 눈을 낮춰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들어간다 치자. 취업이라는 큰벽을 넘고 나면 근로소득으로 결혼도하고, 출산도 하고, 인생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도 답이 안 나온다. 기성세대는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취업도 쉽고, 집 한 채가 최소 몇억, 몇십억 올라놓곤 우리 보고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꼰대 발언을 일삼는다. 청년들 각자는 지극히 평범한 아니, 부족한 삶을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걱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SNS만 켜면 어디 돈이 있어서 그렇게 호캉스를 하고, 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판이다. 그 돈을 본인이 벌었든, 부모님이 줬든 간에 상관없이 그것도 어쨌거나 복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들이 오히려 부럽다. 비교는 나 자신만 더 작게 만들고 현실과의 괴리감만 커진다는 걸 이제는 알거든. 계층의 수직성만 더 강조될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능력이 없다고, 돈이 없다고 상위계층에 있는 집단에 저항해서 어떤 혁명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다. 그 반대다. 적극적으로 이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냥 그렇게 하루의 소소한 행복이라도 누리자며 살아간다. 그것이 이기는 거라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인스타그램의 허세가 소확행으로의 트렌드 변화랄까. 이는 현대사회의 청년이 살아남기 위한 자연스러운 섭리와 같다.
그러다 문득 하나의 큰 깨달음이 각자의 머릿속에 자리한다. 취업준비를 하든, 매일 아침 만원 지하철에서 몸을 끼워넣으며 출근을 하든, 카페사장님이든, 쿠팡 물류센터에서 막일을 하든,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든 내가 지금 내 이 몸하나 간수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든 삶이 값지다는 것. 직업이 귀천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그냥 남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 그 삶은 그 삶대로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그. 런. 데. 여기서 더 큰 무언가를 꿈꾼다고 해보자.
누구에게는 아주 당연하고 보편적인 일인데, 요즘은 이것이 하나의 ‘꿈’으로 자리한다. 바로 가족을 일구는 것. 그건 결혼부터 시작되겠지.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해 자녀를 가져서 하나의 가족을 일구는 것. 이건 현대사회의 청년에게는 인생 전체에서 가장 큰 결심이라 할 수 있다. 왜냐. 이젠 나 하나만이 아니라, 챙겨야 할 사람이 두 명이 되고, 세 명이 된다는 거거든. 그렇다면 단순히 계산만 해봐도 밥그릇이 두 배, 세배가 늘 것이다. 식비뿐 아니라 생활비, 주거비, 삶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나 하나만 보고 있는 핏덩이가 있다면 이 청년은 인생 1막을 넘어 새로운 2막이 펼쳐진다. 전에 가졌던 사고나 가치관은 온데간데없다. 몸 깊은 곳에서 초월적인 힘이 올라온다. 그렇게 쿠팡 물류센터에서 8시간 하던걸 12시간을 하고,배달을 10시간 했다면 15시간으로 늘린다. 회사에서 야근을 자처하고, 주말&공휴일 할 것 없이 새벽에 일어나 가게 불을 켠다. 살은 10kg는 기본으로 빠진다. 책임져야 할 대상의 유무는 이렇게 한 청년의 삶 전체를 바꾼다.
근데 이건 아주 높은 확률로 길지 않은 시간 내 탈이 날확률이 높다. 몸은 일찌감치 신호를 감지해 그 청년의 뇌에 위험신호를 전달한다. 그걸 무시하면 이 청년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거나, 혹은 그 신호를 수긍한다면 최소 몇 주 아니 몇 달은 심신의 안정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 말이 뭐냐. 인간의 몸은 ‘한계점’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 그럼 어떡해.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돈을 더 버는 방법’에 대해 각자 여러 생각이 자리한다.
지인 1 : 돈을 더 벌기 위해 주식을 해. 대통령이 바뀌고코스피 무조건 5000갈거니까 내가 넣으라는 것만 한번 넣어봐.
지인 2: 미국주식을 해. 돈은 어떻게든 미국으로 가게 돼있고, 나스닥은 신이야. 원화는 더 이상 가치가 없으니 달러로 전재산을 다 바꿔. 주거비용 최소만 남기고 다 투자해. 어차피 집은 월세로 살면 그만이야. 현금이 제일 중요해.
지인 3: 부동산이 답이야. 서울 부동산은 불패니까, 영끌을 해서라도 집 한채만이라도 있으면 노후가 편해.
지인 4: 다 필요 없고 일단 본인의 몸값을 높여. 내가 지금 월 200을 버는데, 300을 벌고, 400을 벌기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모이는 게 돈이야.
지인 5: 결혼을 잘해야 돼. 결혼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빚 없고, 집안의 노후는 준비돼 있으며,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
지인 6: 앞으로 세상이 많이 바뀔 거야. 다 필요 없고 코인에 그냥 올인해. 비트코인만이 세상을 바꾸는 매개체가 될 거야. 지금은 1억 5천, 내년엔 3억, 내후년엔 5억, 10년 뒤엔 20억, 30억 간다 잘 봐라.
아, 어지럽다. 뭐가 정답일까. 청년은 고심한다. 생각해보니 다 맞다. 그 어떤 틀린 말도 없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답은 이 중에 하나를 올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 현대사회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본인이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이고, 벌이가 어떻게 될 것이며, 자녀는 몇 명 가질 것이며, 내 통장엔 5년 뒤 얼마가 있을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풀베팅은 언제나 실패만 자리할 뿐이다. 이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우상향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모두를 가져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답이라 본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소득이 있다면 그 수입이 생기는 날짜에 ‘자동적으로‘ 절대 피할 수 없는 세팅을 해두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그 어떤 경제위기가 닥치든, 경제대공황이 오든, 급히 돈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든, 천재지변이 오든, 내가 숨이 붙어있는 한 자동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생각 없이. 본인이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요즘은 인터넷뱅킹에서 자동 매수, 자동이체 시스템도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강제투자, 강제저축 개념으로 복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걸 ’시간‘이라는 한 카테고리에 묶어 놓으면 기성세대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틀이 마련된다. 아니, 방법자체가 이 하나의 방법뿐이다. 그들보다 우리가 가진 우위는 딱 하나뿐이지 않나. 시간. 우리는 아직 젊고 그들은 늙었다. 시간을 복리로 삼아 나스닥 무지성매수, S&P 500 무지성매수, 부동산 임장&투자, 청년도약계좌, 비트코인, 자기 계발(영어, 독서, 운동 등) 각자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자산에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배분해 그냥 계속 가져가는 것이다. 그냥 계-속. 그냥 생각 없이. 그러면 우리는 시간을 아끼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다. 본업에 더 집중할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나 커피 한잔을 할 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글쓰기를 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수도, 돈 되는 부업을 찾을 수도, 나만의 비즈니스를 생각할 수도 기회는 사방에 열려있다.
최고의 복수란 무엇인가. 내가 그 대상보다 더 잘 사는 것이다. 이런 거에 시간 낭비하는 건 기성세대에 보란 듯이 보여주려는 복수의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