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전쟁> 다큐 리뷰
시대의 흐름은 꽤나 중요하다. 이는 직장선택이나 내 지갑에 돈 들어오는 수입에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더 그렇다. 시대의 흐름은 국가와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그 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고용자의 개인적 삶에파생되어 그 가족, 국민들 전체에도 영향을 준다. 요즘 말 많은 중국 AI발전과, 의대에만 몰빵 하는 한국사회를 보면서 현시점 이런 사회풍자가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도, 대안없이 현실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한탄이 몹시 크다.
국가산업의 이동에 따른 공대 지원부족, 인재탈출, 이에 따른 현 의대집중현상은 꽤나 자연스럽고 누구나 예견했을 수순이다. 한국에서 자율주행이 미국보다 더일찍 개발이 됐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발등에 불은 떨어졌고, 이에 맞는 적합한 대책을 또 세워가는 수밖에 없는걸.
한 개인은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 반대로 사회는 한 개인을 배려하지 않는다. 다수가 힘을 합쳐 그 사회를 바꿨다 할지라도 그 사회는 한 개인개인의 성과나 역할에 고려해 줄 시간이 없다. 그 어떤 대단한 위인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죽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간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당면한 현대사회에서 왜 현재 우리가 의대를 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가의 의문을 제기하고 그걸 고치는 것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부품으로써의 견고한 역할을 하고, AI에 대체되지 않을 부품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내 지갑에 돈이 두둑하도록, 내 형제와, 내 가족과, 내 부모가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넉넉히 살아가도록 돈 많이 벌어 죽을 때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의사에 인재가 몰린다. 어차피 사회를 내가 바꿀 수 없는데 뼈 빠지게 논문 써가면서 프로젝트 선정되고, 지원금 몇 푼 안 되는 걸로 개발할빠에 그냥 의대 가서 돈 많이 벌겠다는 논리.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이를 욕하는 사람들도 혹시 그들이 의사였다면 혹은 본인의 자녀가 의대였다면 다 그러고도 남았을 거다. 본인 아들이 수능 올 일등급 나왔는데 의대안보내고 공대보내는 부모가 요즘 어디있단 말인가. 주변에서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단지 그들도 의사가 될 수 있는 역량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어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건 인터넷에 욕만 싸지르는 것뿐.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인기직업은 어떻게 변모해왔을까.
요즘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회사를 꼽으라하면 당연 1위는 SK하이닉스다. 반도체라. 명확한 이유가 된다. 한국은 결국 반도체로 먹고살고,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성과급을 많이 주기 때문이겠지. 성과급만 매년 4~5천 받는다. 이 세상에 어떤 월급쟁이가 성과급을 5천받을 수 있겠나. 2~3위는 보나 마나 삼성이나 현대차가 될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회사 중 이 회사가 없으면 우리나라 경쟁력이 휘청 일정도의 대기업들. 모두가 입사를 희망하며 대졸 취업 경쟁률은 매번 100:1을 육박한다.
자, 근데 불과 10년, 아니 5년 전만 해도 어땠나?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았고, 삼성은 임금을 동결했으며 성과급을 0% 받은 적도 있었다. 이때는 IT열풍이 불어 대학입시에서 컴공 입결이 나날이 높아졌고, 모두가 네이버, 카카오, IT업계의 입사를 꿈꿨다. 취준생, 퇴사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들이 모두가 향하는 곳은 코딩학원이었다. 국가지원사업으로 까지 선정돼 내일배움카드로 지원금 받으면서 코딩을 공짜로 배웠다. 6개월만 배우면 돈 많이 벌수 있다는 학원원장들의 상술에 넘어가서. 하다못해 거기에 돈을 쓰기 싫어하는 문과생들은 대학교 복전을 컴공과로 지원해 전과나 복수전공을 하는 커트라인도 나날이 높아졌다. 어느 대학교의 컴공과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선발자를 가려내기 위해 면접도 봤다. 이 코딩학원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2010년도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인기가 있었고그전에는 당연 조선산업이다. 울산에서 오랜 기간 자라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의 명성을 잘 안다. 입결은 당시 인서울 중위권 대학과도 맞먹었다. 내 고3 때 짝꿍은 인서울 중위권 대학교를 붙었는데도 당시 포기하고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에 들어가 현재 현대중공업을 다닌다. 왜? 그때는 거의 계약학과 수준으로 100% 현대중공업 취업을 보장했기 때문에.
친구도 과거에는 선택을 잘못했나 싶어 한탄하더니 십 년간 내리막길에서 다시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으니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요즘은 성과급도 많이 받아서 결혼준비도 하고, 집도 사고 난리다.
그 당시 10년 전 조선업이 힘들 때 산업이 다 망해가던 그때 다른 쪽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바로 공무원업계다. 지금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공무원. 왜냐. 경제가어렵고, 너도나도 실업자가 넘쳐나는 판국에 가장 안정적이고 따박따박 정년까지 일자리 걱정 없었거든.
금리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화폐늬 가치가 떨어지면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으로 자금이 모이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당시는 공무원이 그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았던 시절이다. 노량진에서는 컵밥이 불티나게 팔렸고, 학원가는 매일 새벽 4시부터 현장강의를 위해 줄을 섰다. 도서관만 가면 죄다 피셋공부하고 있고, 당시 10년 전 내 친구들 중, 갑자기 연락이 안 되거나 잠수를 타는 친구들은 99%가 공무원준비를 하러 노량진으로 간 친구들이었다. 본인이 명문대 나와 공부 좀했고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없던 친구들은 죄다 5급, 7급 공무원시험을 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술 한잔을 하자고 만나자고 먼저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합격한 거고, 끝내 연락이 없으면 떨어지거나, 계속 공부 중이거나, 포기하고 그냥 중소기업이나 크게 내세울 것이 없어 숨어 지내는 경우 이 세 가지로 분류됐다.
자, 근데 지금은? 컵밥 거리는 망했고, 노량진에는 파리가 날린다. 간간히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 몇 명 거리에 보이긴 하다만, 더 이상 매력적인일자리가 아니다. 컵밥 파는 아주머니들 걱정할 것이 없는 게 그 사이 돈 많이 버셨으니까, 지금은 또 쉬는 타임일 뿐. 걱정마시라. 나중에 또 경제가 박살 나면 또그때 다시 문 열면 그만이다. 또 그 시절은 회기할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면 맹점만 늘어난다는 것. 그리고 그럴싸한 현실풍자 뒤 그 어떤 현실적 대책이 없다는 것. 물론 우리가 중국보다 현재 AI기술이 다 따라 잡힌건 맞다. 의대에만 목숨 거는 인재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국가경쟁력을 잃어가 더 도태될지 모른다. 근데 그 와중에도 AI 쪽 연구하는 사람들은 계속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의대 가기 싫어하는 사람은 있고, 어떻게든 다 굴러간다. 중국도 마찬가지.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취업난이 심각한 국가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 안된다고 맨날 볼멘소리를 하고, 부모님 등골을 빼먹고 있지만 중국 앞에서는 양반이다. 웬만한 기업의 취업경쟁률은 200대 1, 300대 1은 기본이고, 인구가 너무 많아 특출 난 경쟁력이 있지 않은 이상취업못한다. 남녀성비가 박살 나 남자들은 결혼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배달기사 하는데도 무한경쟁이다. 몸 다 갈아엎으면서 배달한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한건이라도 배달 건수를 올리기 위해 지름길만 연구해 앱을 개발한 사람도 있다. 근데 중국의 AI기술 발전으로만 접근한다면 그 뒤편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아예 배제한거다.
큰 그림에서 우리가 AI 및 첨단 기술을 경시하고,기술발전에 해가 되는 의대에만 집중하는 건 과학기술 발전 지원강화 및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 정책적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보이지 않는 손처럼 시장이 자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까지 우리가 과몰입해서 다 갈아엎느니, 바꿔야 한다느니 시각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의대열풍도 현재의 논란거리인 의대증원의 이슈라던가, 어떤 이슈로 언젠가 사그라든다. 그리고 AI기술발전과 과학쪽으로인재가 몰리는 특정한 계기가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 노량진에 다시 사람들이 현장강의를 들으러 줄을 설 수도 있고,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이야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전문직이 있기 있어도 시간이 지나 AI가 기술을다 먹어버리면 어느 정도 대체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인구감소로 법률서비스 등 수요는 나날이 감소할 건데 합격자는 매달 쏟아져 나오니.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시대가 바뀌면서 그에 맞는 산업이나, 일자리, 트렌드, 흐름은 어차피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계속 바뀐다. 거기에 한 개인은 일희일비하면서 맞춰 따라가다 보면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할 확률보다 본인 스스로를 잃어버릴 확률이 훨씬 더 크지 않을까.
주식시장도 똑같지 않나. 테마주 백날 들여다보면서 일에 집중도 못하고, 뉴스하나 뜨면 거기에 몰빵 하고, 악재 하나 뜨면 전부 팔고. 스윙이나 단타만 하다가 결국 돈 번 사람이 주변에 단 한명이라도 있나? 무조건 필패한다. 지인이나 누가 추천해 준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있나? 그 추천해 준 사람 혐오하고 손절 안 했으면 다행이다. 아마 대부분 돈을 잃는다. 그게 다 본인만의 철학이 없고 이리저리 휘둘리기 때문이다.
자, 이를 삶에 적용해보자. 그러면 조금 더 삶에 대한 태도가 명확해진다. 나중에 자녀를 키울 때에도 마찬가지. 어떤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나, 어떤 떠오르는 산업에 일을 할 수 있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는 대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해하는지를 유심히 한번 봐야 한다. 자녀에게 그걸 가르치려면 그걸 본인이 먼저 실천하고 있어야겠지. 넌 뭘 할 때 행복하니?
내가 좀 더 흥미롭고 관심 있는 주제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A4용지를 놓고, 본인의 삶의 궤적을 한번 그려본 적 있나? 시간이 남을 때 남들이 하지 않는 무언가에 본인은 집중하고, 시간과 돈을 쓴 적이 있는가?
진득하게, 아주 오랫동안 '시간'이라는 것에 배팅해 우리는 거기에 이제 집중할 때다. 어차피 트렌드는 계속 바뀌면서 언젠가 본인이 하고 있는 것과 트렌드의 교집합이 이루어질 때가 분명 온다. 그 교집합이 짧든, 길든 우리는 그 순간만을 위해 지금 내 흥미를 배팅하면 그뿐인 거다. 지금 AI가 뜨니, 의대를 가니, 어떤 기업이 인기가 좋고, 어디가 성과급을 많이 주니, 다 필요 없다. 왜 남들이 말하는 최고, 최상위권에 속하지 못해서 우린 안달일까. 비교문화에서 오는 패착인지, 행복의 기준을 본인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두는 한국인 종특 때문인건지 모를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에 우리는 목숨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닐까.
국가가 주도해서 무언가 거대한 걸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거니와 만들어진다해도 알맹이없는 허물일뿐. 다 각자가좋아하는 것에 인생 걸다보니 세상을 바꿨을 뿐이야. 애플,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도 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야.
개개인 삶의 멸시는 또 다른 시대적 착오만 양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