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 곳을 막아라
1단계로 내 삶을 먼저 가볍게 했다면, 2단계는 이제 내 곳간이 도대체 어디서 세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란 게 있다.
보험비, 집월세 혹은 대출이자, 통신비, 관리비, OTT구독비, 생활비(전기세, 식비, 가스비) 등등. 여기서 줄일 수 있는 걸 기본값으로 일단 세팅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지출 성격만 봤을 때도 우리는 지금 뭘 줄여야되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렇게 쭉 적어보는 거다.
당연히 OTT구독료를 줄여야겠지. 일단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넷플릭스부터 유튜브프리미엄부터, WAVVE, 티빙, 디즈니, 주변엔 OTT구독으로만 한 달에 5만 원이 넘는 돈을 쓰는 지인도 있다. 실제로 하루에 보는 콘텐츠를 생각해 봤을 때 진짜 스스로가 효용적으로 쓰고 있는 OTT가 과연 몇 개나 될까. 한 개도 충분하다.
출퇴근길에는 쇼츠나 숏폼영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은데 그 시간에 책이나 오디오북이라도 읽어 의미 없는 데 시간낭비를 안 하는 것이 좋다. 이건 조금씩연습하면 된다.
보험비도 마찬가지. 보험비는 자산이 아니다. 투자상품이 아니다. 100% 만기지급형이라 할지라도 보통
80세 이후에 만기수령하는 경우가 많고, 인플레이션으로 그때는 화폐의 가치가 10%~20% 이상 떨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원금보장상품이 아니란 거다. 원금보장형이 아닌, 질병을 보장하는 최소한으로만 든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현재 내게서 세 나가고 있는 돈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럼 나 스스로에서의 기본 세팅은 끝났다. 이제 어떻게 이 지켜낸 곳간을 굴려나갈 것인지를 고민해 보면 된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청년들을 위한 상품처럼 정부정책 상품은 무조건 가입하는 것이 이득이다. 간혹 이를 주식이랑 비교해서 요즘 같은 상승장에 누가 그런 상품을 드냐며, 비교자체가 안된다고 예적금을 해지하고 주식에 올인하라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는 비교군자체가 잘못된 거다. 이건 주식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같은 시중금융기관의 같은 예적금과 비교해야 한다. 왜냐면 리스크가 아예 없으니까.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과 원금보장형인데 이 정도 금리의 이자를 주는 건 저울질을 할 대상이 아니란 거다. 이렇게 상승장에도 주식으로 돈을 잃는 사람은 수도 없이 넘친다.
얼마 전 코인에 300억 선물투자를 했다가 청산당한 유명 유튜버의 소식이 뉴스 1면을 채웠다. 모든 자산이오르는 시장에서 모두가 낙관하고 있을 때 조금만 빠져도 누군가는 큰돈을 잃는다. 그 와중에 더 욕심을 부린 것이다. 탐욕은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탐욕과 공포의 순환은 늘 같은 방식으로 이렇게 반복된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탐욕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시간은 절대 배신 따위 없다.
이제 내 안을 정비했다면 내 밖, 바깥세상을 보면 된다.자, 집을 나와 내 밖에 있는 건 술과 담배 같은 유흥 같은 기호품, 외식비, 그리고 관계다.
"담타(담배타임)하러 가자"
"다음 주에 술 한잔 할래?"
송년회가 다가오면서 술약속이 끊이지 않는 순간을 곧모두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담배는 혼자라도 피울 수 있지만 같이 담배 피우면서 얘기도 하고, 술 마시면서 웃고 떠들고, 이 기호품도 모두 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돈을 모으는 데 있어서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이걸 잡지 못하면 절약해서 의미 있는 돈을 모으는 것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다.
담배를 7년간 피우다 하루아침에 끊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시간이 흘러 참고 참다 의미 있는 자산을 만들었을 때, 건강을 잃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얼마나 억울할까라는 불현듯 스친 생각 때문이었다. 이 마인드셋은 그렇게 끊기 어려운 담배를 하루아침에끊을 수 있게 해 줬다. 삶을 미니멀하게 세팅하는 것도,절약을 하며 사는 것도 내가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오래 돈걱정 없이 살고자 하는 게 기반이 된다. 그래서 그 어떤 조건을 막론하고 무조건 본인이 건강해야 한다.
사회생활하면서 술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이 정도로 참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 굳이 먼저 술 약속을 잡지도 말고 (먼저 잡는다면 본인이 사야 할 확률이 높다). 어쩔 수 없는 자리 즉,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에만 참석하도록 한다. 그러면 설령 용돈을 받아쓴다 하더라도 저절로 돈이 모인다.
술은 왜 마시는 걸까를 생각해 보면 고급 양주를 제외하고 술이 ‘맛있어서’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이가들면 소주가 맛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게 맛있는 사람이누가 있나. 만약 진짜 맛있었다면 맨날 집에서 혼자 먹으면 된다. 싸고 혼자고 너무 편하다. 다 같이 마시는사람과의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마시는 거다.
그 관계를 생각해 보자. 20대에 그렇게 매일 술 마시고놀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30대가 넘어 술자리를 자주 가졌던 친구들마저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다 필요 없고, 그들이 연락이 되는 기준과 안 되는 기준은 명확하다.
인생이 잘 풀렸는지, 안 풀렸는지.
왜냐. 본인이 당당하면 자리에 나오거든. 자랑해야 되니까. 인정받아야 하니까. 본인이 떳떳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 절대 안 나온다. 시간낭비에다가 쪽팔리니까. 남 자랑 한없이 듣고만 있어야 된다. 그렇게 남을 사람들만 계속 끼리끼리 남게 된다. 근데 그 남을 사람도 단 한 번만의 오해나 실수로 인해 틀어질 수 있는 것이 관계다. 남는 건 결국 내 가족과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한두 사람으로 귀결되는데, 굳이 그 시간에 '이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만을 염려하고 불안해하면서 억지로 그 자리를 채울 필요가 있을까? 얼마나 시간과 돈이 아깝나.
관계에 그렇게 돈을 퍼부었는데 그 상대와 싸우거나 틀어지면 그 돈은 바로 매몰비용이 된다. 술이 마시고 싶었으면 그냥 그 돈으로 집에서 맥주를 사서 먹었다 생각해 보자. 대체 몇 병을 마실 수 있었겠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런 일이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자. 어차피 30대에 하나 둘 결혼하고 애 낳는다. 그러면 만나고 싶어도 못 본다. 기껏해야 만난다 하더라도 짧게 한두 시간 같이 있을 시간 밖에 없다. 와이프 눈치봐야 되거든. 카톡이나 전화는 자주 할 수 있겠지만, 만나는 횟수 자체가 줄고 서로 예전만큼 의지할 수 있는 영역자체가 줄어들어 그들 가족에만 다 시간과 에너지가 집중되는데 굳이 내 돈을 거기에 퍼부을 이유가 있을까? 진짜 그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두 명이 내 기준엔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또 누군가는 외로워서 혼자 있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근데 사람 많이 만나는 사람들도 집 가는 길 공허함이 몰려오면서 모두가 외로워한다. 단지 그 순간만 재밌을 뿐. 근데 어차피 연애해도 외롭고, 결혼해도 외롭다. 원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감정인데 '외로움'이라는 하찮은 감정하나에 내 돈을 쓴다고? 이럴 땐 감정이 아닌 이성의 영역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인도 안 만나고 방에 틀여 박혀서 단지 '돈을 절약한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만나지 않는 건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본인이 리밋을 두고 실제로 본인이 그 돈으로 얼마를 모을 수 있나 생각해 보자. 최소 3개월 동안의 리밋을 두고 점차 늘려나가는 거다. 그럼 점차 뇌와 몸도 적응해 약속 있는 날이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지고 그 말이 다가올수록 불편하다. 그렇게 서서히 습관이 된다. 나는 그렇게 가장 빨리 돈을 모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무조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