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비생활> 리뷰
주식계좌에 천만 원이 있다 하면 그 천만 원이란 숫자는 가늠이 잘 안 간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큰돈, 누군가에겐 푼돈이지만 그게 어떻게 본인에게 직접 느껴지는지 체감이 잘 안된다. 그냥 핸드폰 화면 스크린 속의 한숫자일뿐이다. 근데 주식을 팔아 그 천만 원을 계좌로 송금한 뒤, ATM기로 가서 5만 원짜리 200장을 뽑아서 봉투에 넣어 집에 간다면? 이제야 이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 체감이 간다. ATM기의 1일 한도, 1회 한도는정해져 있다. 보통 1회 한도가 100만 원이라 가정하면 열 번이나 카드를 넣고 뺐다가 반복하며 뽑아야 하는 돈이다. 오랜 기간 동안 돈을 벌고 아껴야만 이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사실에 세삼 놀란다. 실제로 화면 속에는 그냥 숫자 천만 원일 뿐인데.
부동산 관련 일을 처리해야 해 오늘 현금이 필요했다. 600만 원을 6번에 걸쳐 나눠 뽑았다. 내가 원래 알던 6백만 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5만 원짜리로 봉투를 세 개나 뽑아 꽉꽉 채워 집에 들고 갔는데, 집에 들고 가는도중에도 이런 적이 잘 없어 아무렇지 않은 평일 퇴근길인데도 뭔가가 불안했다. 잠시라도 어디 들르면 왠지 돈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랄까. 이 기분은 마치 결혼식날 축의금을 몇천만 원 들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때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도 심지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 한국에서 혼자 쫄아서 집 가는 것도 무서웠다. 그래서 당시는 차가 없어 당연히 대중교통을 타고 갔을 텐데 유난을 떤다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와 비슷하게 이 책은 기존 미니멀리즘, 절약 책과는 달리 잊고 있던 돈의 현실성을 인지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현실성에 빗대어 본인은 무수한 현대사회의 유혹 속에서 어떻게 본인만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열린 결말을 준다.
생활 속에서 필요한 돈의 현실성이라고 하면 한마디로진짜 내게 필요한 돈만 남겨놓는 것이다. 대출이라는 건 미래의 내 수입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을 말한다. 내가 번 돈이 아니고, 100% 확신하면서 벌 수 있는 돈도 아니다. 그 사이 직업이 바뀔 수도, 갑자기 목돈이 나갈수도, 삶 속에서 무수한 변수가 자리하거든. 근데 대출을 받으면 그 큰돈이 자연스레 내 통장에 꽂히니까 이 돈을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대부분은 착각한다. 심지어 대출을 받아도 요즘은 화면 속에 보이는 숫자로 밖에 인식이 당연히 안되니, 큰 감흥이 없다. 그래서 그걸로 주식도 하고, 도박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흥청망청 쓰다 결국 미래에 본인은 거지가 된다. 내가 가진 자산이든 대출이든, 돈의 현실성을 극대화해야만 소비를 줄일 수 있고, 돈이 내게서 빠져나가는 것이 몸으로 인식되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저소비생활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그 감각을 잊지 않고자 어떻게든 소액이라도 지갑에 현금을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냥 계속 나만의 루틴을 그대로 가져간다.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는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이틀정도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그래도 내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구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이와 같은 소비지연은 내가 실제로 사야 할 것의 50% 이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정작 두세 달이 지나고 나서보면, 그때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현재 전혀 사용을 하지 않으니까. 때가 되면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오겠지라고 자위할 필요가 없는 게 절대 그 순간은 안 온다. 내가 경험해 봤다. 이처럼시간이 흐르면서 본인만의 소비루틴은 더 견고해져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그것이 확고해져야 하는데 현대인은 다짐만 몇 번 하고 쉽게 포기한다. 꼭 소비습관뿐 아니라 매사에 본인이 바랬던 목표나 자기 계발 등 이루고자 하는 모든 과정에서. 왜 그런지 원인을 보자.
현대사회에서 소비라고 하는 모든 것의 주요 원인은 꼭 무수한 유혹 속에 휩쓸리는 본인때문만은 아닐 테e다.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인스타그램 등 SNS 타인과의 비교심리, 한국인 특유의 뒤쳐진다는 경쟁심리에 따른 불안감, 지나치게 과한 준비 이 모든 게 합쳐져소비를 하게 된다. 이 원인들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걸 한마디로 뭐라고 할까. 바로 'Fomo'다.
Fear of missing out(소외감). 나만 없어, 나만 안돼, 남들은 다 앞에 뛰어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포모현상 때문에 삶이 흔들리고 그걸 조금이라도 이겨내고자 소비라는 선택으로 가는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무한루트. 그게 소비가 아니라면 남을 따라 억지로 추격하다가 망하는 케이스.
예를 들어 요즘 주식시장이 호황이다. 미국주식, 한국주식 안 가리고 모든 자산이 급등 중이다. 투자를 했다면 모두가 돈을 따는 이 세상에서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포모현상에 잠을 못 이룬다. 이 글의 제목처럼 ‘지금이라도 예적금을 깨고 주식투자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본인은 든든한 직장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애기도 있고, 모든 것이 안정적인데 남들 돈 벌 때 본인은 벌지 못한다고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음날, 돈을 번 사람들이추천해 준 주식을 뒤늦게 산다. 그리고 떨어져 돈을 잃는다. 조급함과 외부의 기대와 시선에 과하게 신경 쓴 나머지 결국 본인에게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사실 이 게임에서는 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백만 원 딴 사람들은 이백만 원 딴 사람 부러워하고, 그는 또 천만 원 딴 사람, 일억 딴사람, 십억 딴사람 부러워한다. 실제로 내 지인 중에 이번 상승장에 주식으로만 십억을 번 친구가 있다. 정확히는 십이억.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잃은 이는 이 세상에 너무나 많은데 왜 본인만의 그 작은 세상 안에서 슬퍼하고 있는가. 슬퍼할 시간자체가 아까운 거다. 앞선 책에서의 예시처럼, 본인이 절약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남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던, 부동산으로 벌던, 본인은 본인의 길만 꾸준히 계속 가면 된다. 아끼고 절약하면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모으면 된다. 남들이 주식으로 공짜로 돈을 번다고 해서 본인이 절약한 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 건데, 그 길을 가는 도중 소외감, 비교심리 그리고 조급함이 이를 막는다. 여기에 해결법이 있다. 이 포모현상을 막는 요즘 가장 뜨는 트렌드가 바로 조모다.
Joy of missing out (즐기기).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서 벗어나고 나만의 만족을 찾는 것. 주식도 안 하고, 부동산도 안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기회에서 본인만 소외돼서 힘들다고? 그럼 절약한 본인의 돈으로 과감히 본인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 보는거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클래스를 들어본다던지, 아니면 주식시장 대신 조용한 곳에 가서 본인이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읽는다던지, 조용히 산책을 한다던지, 세상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것에서 한걸음 벗어나서내면의 만족과 행복을 얻어본다. 운동을 좋아하면 축구를 하던가, 헬스를 하던가, 음악을 듣던가 글을 쓰던가, 콘서트에 간다거나, 전시를 보던가. 그러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찾아온다. 코스피가 오르든 나스닥이 오르는 부동산이 오르든 내가 그 달리는 말에 타지 않아도 세상 아무것도 안 변한다. 더 빠르게 달리든, 아니면고꾸라지든 기뻐하거나, 좌절하거나 하는 것도 투자한그 사람 각자의 책임일 뿐이고, 대신 나는 그 책임을 질필요가 없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월급은 나오고, 안정적인 자산이 있고,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럼 된 거다.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서 내 취향에만 집중해 보기. 현대사회에 이토록 중요시되는 개념이 또 있을까 싶다. 가히 감동적인 단어다.
양극화는 이제 계속 심해질거다. 돈을 버는 사람은 계속 벌고, 돈이 없는 사람은 계속 없다. 자산의 정도에 따라 어울리는 무리, 가지는 취미, 동네, 의식주, 건강상태, 자기관리, 학업, 직장, 수입 모든 것에 격차가 발생한다. 이젠 눈에 띄게 발생할 것이다. 그 하나하나 간섭하면서 소외감 느끼고, 신경 쓰기엔 현대인은 시간이 없다. 다른 것에 더 시간적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조모는 현대인의 일상을 더 견고히 한다. 미래의 심리적 안정제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