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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얼마를 모아야 하나요?

착한 비교 생활화

by 홍그리

30대 순자산이 얼마여야 적당한 걸까. 커뮤니티 사이에 일종의 밈화가 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오죽했으면 자산관리어플 뱅크샐러드나, 토스은행마저 내가 지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뱅크샐러드
토스


유일하게 헬조선 대한민국에서만 통용되는 이런 의미 없는 순위 매기기 질문에 굳이 답을 해야 하냐 싶더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간낭비를 하라는 뜻에서 내 생각을 한번 남겨본다. 정답이 정해진 건 없고, 본인이 생각하는 게 정답이므로, 그대로 그냥 본인의 생각과 결정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그렇게 계속 살아가면 된다.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다. 단지 지금 말하는 건 참고용으로만 듣고 흘리면 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5년 30대 순자산은 2억 3678만 원이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숫자를 보고 헉! 할 것이다. 왜냐? 1억도 없거든. 1억도 쎄빠지게 회사 다니면서 적금 들면서, 주식하면서 허튼짓 안 하고 월세 적게 내면서 몸테크하면서 아끼고 아껴야 모을까 말까다. 4년, 아니면 5년 안에만 1억을 모아도 성공이다. 그래서 유튜브나 sns에는 1억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1억 모으기 챌린지에 성공한 이들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산을 형성한 것과 그리고 그만한 절제력을 가졌다고 구독자과 대중은 부러워한다. 근데 2억? 30대에? 사실은 당연히 가능하다. 왜냐. 30대의 레인지를 보면 만 30살부터 만 39세까지 포함이기 때문에 만 39세면 빠른 사람들은 대기업에서 부장을 하고 있을 나이다. 당연히 가능하지. 애초에 표본자체를 너무 넓게 잡았고, 돈에 대한 가치는 상대적이므로 사실상 이 통계청자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 어떤 감정의 파고나 동요도 없다. 이 영혼 없는 숫자를 보고 ’헐, 나는 인생을 완전 잘못 살았구나, 지금 몇천만 원밖에 없는데’ 하면서 좌절할 사람은 크게 많지 않다는 거다.


이 질문에 멘탈이 나가는 사람들은 이렇다. 30살에 몇 살에 모아야 하나요, 31살 남자는 얼마가 있어야 하냐, 33살 직장인은 얼마가 있어야 하냐. 이렇게 표본집단을 좁히면 똑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동요를 한다. 그리고 포모를 느낀다. 누군가는 30살에 대기업을 다니면서 혹은 전문직 시험에 합격해서 2억 정도는 모았고, 이제 이와 비슷한 자산을 가진 여자와 결혼준비를 해서 몇억 대출을 받아 10억짜리 집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공무원시험준비를 하다 34살에 중소기업에 들어가 부모님 생활비 주고, 결혼은 안중에도 없고, 월세내고 한 달에 백만원남짓 적금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35살인데 코인 빚더미에 쌓여 -2억을 빚져 신용회생을 신청하고, 지금 쿠팡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 이 사람에게 가장 바라는 건 몇억이 아니고 그냥 내 자산이 양수 즉, 0원 이상으로 되길 바랄 뿐이다.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만 이럴까? 본인이 미래에 1억만 있으면 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10억은 있어야 배당 따박따박 받으면서 그나마 일을 하지 않아도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내 집 한 채와 5 억정도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돈에 대한 기준은 이처럼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이렇게 다 가지각색이다. 세계경제가 어떻게 바뀌든, 약육강식에 의해 어떤 국가가 몰락의 길을 걷든, 경제 대공황이 오든, 호황이 오든, 이직을 하든, 부모님이 아프시든, 그 어떤 상황이 본인에게 닥쳐도 이는 처음 마음먹은 그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전재산을 사기당했다거나, 머리를 망치로 때려 맞을 결정적 계기가 있지 않고서야 사람은 안 바뀐다. 그리고 그 바뀌지 않는 생각을 타인으로부터 강요받지도 말아야 할 자유가 있다.


비생산적인 타인과의 저울질을 답습하는 건 삶에 전혀 이롭지 않다. 남이 30대 초반인데 10억이 있든, 30대 중반인데 50억이 있든, 30대 후반인데 몇천만 원 밖에 없든, 내 은행 계좌, 주식계좌는 변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다. 걔네들이 돈 많이 번다해서 나 일억이라도 주나? 그럼 내 모든 영혼을 담아 열정적으로 응원할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인 거고, 나는 내 계좌를 어떻게 불릴지만 생각하면 되는 게임이다. 그냥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 자본주의에서 각자의 길을 각자가 가고 있는 것이다. 옆의 길을 침범할 수도 없고, 침범받지도 못하고 그냥 내 길만 가면 된다. 내가 돈 없어서 배고프면 그냥 배고프거나, 아니면 막노동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 뭐라도 사 먹거나.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 모두가 그냥 그 자체로 존경받아야 마땅한 거다. 경마장에서 말이 왜 달릴 때 옆을 못 보게 하나. 내 앞만 봐야 더 빨리 달리니까 그렇다. 30대 평균보다 내가 모으지 못했다면 누가 뭐 어쩔 건가. 나 본인은 뭐 어쩔 건가. 지나온 내 삶을 반성할까? 웃기는 소리다. 그냥 그대로 살면 된다.


딱 하나, 이 질문에서 얻어갈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바로 ’착한 비교‘. 앞서 말한 것처럼 유일하게 더 앞으로 나아가면서 내 삶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비교. 본인이 롤모델을 설정하는 경우다. 30대에 가령 10억을 모은 누군가가 본인이 좋아하고, 존경할만한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살고 있다고 하자. 자, 그럼 얘기는 달라진다. 착한 비교를 할 수 있는 거다.


“아, 무조건 저 사람처럼 돼야지”


이 착한 비교는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다.


“아, 5년 안에 2030년까지 저 사람처럼 나는 그 일을 해서 30대 마지막에 10억을 손에 쥐겠다”


라는 목표가 생겼다 치자. 그럼 그 사람의 인생은 그날부터 어제보다 180도 달라진다. 삶이 바뀐다. 진짜 그 사람처럼 된다 5년 뒤에. 저 질문에서 그런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혹은 그런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든다면 바로 우문현답. 수준낮을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운 질문에서 가치 있는 답변을, 가치를 가져가는 거다. 우리가 해야 할 건 그래서 딱 하나다. 돈을 대하는 상대성을 철저히 인정하되, 저 질문에서는 본인이 답변을 하지 말고 댓글을 읽어라. 본인이 답변해 봤자 힘만 빠지고 자존감만 낮아진다. 그러지 말고 몇백 개의 답변을 봐라. 수백 개, 수천 개의 답변에서 본인의 롤모델을 찾고, 그리고 착한 비교를 하라. 우리나라에 돈 많은 사람 진짜 많다. 잘 나가고 멋있는 사람 진짜 많다. 수도 없이 많다. 진짜다. 발에 체인다. 몇 명을 찾아서 나도 저렇게 된다고 다짐하고 끝내면 되는 하찮은 질문이다. 이게 발상의 전환이자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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